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 팬오션 발(發) '승자의 저주' 빠지나

공유
8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 팬오션 발(發) '승자의 저주' 빠지나

팬오션 1분기 '어닝쇼크'로 휘청...흥아해운, 상장폐지 위기 처해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이 이끄는 해상운송업체 팬오션과 이환구 대표가 운영하는 외항 화물 운송업체 흥아해운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물동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흥국 하림회장 ‘팬 오션 인수’ 에 발등 찍힐까

19일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팬오션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감소한 481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1% 감소한 356억 원으로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나타냈다.

특히 김 회장이 야심차게 인수한 팬오션의 어닝쇼크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1978년 닭고기 전문기업을 출발한 하림은 2015년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를 마친 팬오션을 1조80억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팬오션 인수가 그동안 우려해온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팬오션이 하림그룹 성장을 이끄는 효자가 아닌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행태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선보인 용어인 승자의 저주는 경쟁 끝에 얻은 것의 실상을 들여다보니 이득은 고사하고 손해가 큰 상황을 일컫는다.

center


◇ 팬오션 모회사 하림그룹 실적도 부진...팬오션 유동성 위기 '빨간 불'

이뿐만 아니라 팬오션 모회사 하림그룹 실적도 부진하다.

하림그룹 지주사 하림지주는 2019년 매출액 7조3503억 원을 기록해 2018년과 유사한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이 약 500억 원 감소해 306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83%에서 4.17%로 추락했다.

축산 부문인 하림은 2019년 영업손실 434억 원으로 적자전환을 기록했다. 같은 축산 부문 팜스코 매출액은 다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해 2018년 영업이익률 2.34%에서 2019년 1.74%로 하락했다.

유통 부문 엔에스쇼핑은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2019년 영업이익이 2018년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인 28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12.9%에서 5.77%로 하락했다.

같은 그룹사 부진은 자칫 팬오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과거 2013년 STX팬오션(현 팬오션)이 경영난을 겪을 당시 STX그룹 전체가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TX그룹 자금력과 채권은행 산업은행의 지원은 STX그룹 주력회사 STX조선해양에 집중됐고 STX팬오션은 지원받지 못했다. 결국 STX팬오션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위기는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기 마련이다. 당시에도 국내 해운업계 3위, 벌크해운사 1위를 차지한 STX팬오션이 경영난을 겪고 법정관리를 신청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 팬오션은 벌크선 사업 비중이 가장 큰 편"이라며 "글로벌 물동량 감소로 올해 1분기 실적에도 벌크선 실적이 부진함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center
흥아해운이 지난달 10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환구 흥아해운 대표. 사진=뉴시스

◇이환구호(號) 흥아해운 상장폐지 위기 '코앞'

업황악화에 팬오션 못지 않게 흥아해운도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다.

흥아해운은 영업손실액이 2017년 130억 원을 기록했으며 2018년, 2019년 각각 112억 원, 124억 원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흥아해운은 2019년 말 주력사업인 컨테이너선 사업을 국내 해운업계 4위 장금상선에 매각했으며, 영업 외 자산 매각, 감자, 대주주 유상증자 등을 통해 경영난을 극복하려 했지만 갈수록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주주 원성도 자자하다. 흥아해운은 지난해 11월 비핵심재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회복, 장금상선과의 업무 협업 등의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주당 800원 이상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성공하지 못해 주가는 곤두박칠쳤고 회사는 지난달 10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게다가 흥아해운의 외부감사를 담당한 삼정회계법인은 회사 재무구조가 건전치 못해 존속 능력에 의문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내렸다. 결국 현재는 주식거래가 중지된 상황이다.

이번 흥아해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중소 해운사들의 구조조정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해운사 현대상선은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선단을 늘리고 착실히 국제 해운업계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한 중견 해운사들의 고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