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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한‧중‧일 지도자 코로나19 대응 리더십 평가…트럼프‧아베 ‘폭망’ 문재인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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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한‧중‧일 지도자 코로나19 대응 리더십 평가…트럼프‧아베 ‘폭망’ 문재인 ‘굿’

사진은 지난 2017년 독일 함부르크 열린 G20 정상회의 때의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지난 2017년 독일 함부르크 열린 G20 정상회의 때의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치의 세계에는 지도자가 좋은 위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 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적인 표현이지만 역사는 그 옳음을 뒷받침한다. 예로부터 위대한 지도자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심각한 위기에 잘 대처했을 때뿐이다. 세계적인 지도자들은 예외 없이 전쟁과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희생자의 많음(향후 1년 반 사이에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 쇼크(이미 세계의 경기는 벼랑으로부터 굴러떨어지고 있다)의 양면에서, 제2차 대전 후 최대의 위기다. 주요국 지도자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각각의 ‘리더십’을 평가해 본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현재의 위기에는 사실에 입각한 자세와 냉정하고 공공심이 넘치는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낙제다. 앞서 열거한 필요조건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임은 지지자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기에 자신이 출연한 텔레비전의 시청률을 자랑하거나, 코로나19를 단순한 인플루엔자와 같이 취급한 본인의 발언을 사용한 야당인 민주당의 선거 광고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더욱이 트럼프는 주지사의 감사 평가에 따라 특정 주를 편애하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의 정치인이 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주에는 곧바로 연방정부의 원조를 보냈고, 지사가 민주당인 뉴욕주에는 비웃음을 퍼부었다.

⬛ 아베 신조 총리

2, 3개월 전만 해도 아베 일본 총리는 아마도 세계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가장 중요한 리더였다. 정치적 파워는 최고조에 달했고 도쿄올림픽 유치로도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위기에 임해 단호한 태도와 명쾌하고 대담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도쿄도의 코이케 유리코 지사다. 코이케에 대해서는 팬데믹보다 자신의 평판을 더 신경 쓴다는 비판도 나올 법도 하지만 정치 세계에서는 ‘옳지만 약하다’보다 ‘옳지 않지만 강한 쪽’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 이 시기에 강세를 보인 고이케와의 비교에서 아베는 괴로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위기가 닥치면 사회는 불안과 ‘패닉’이 확산된다. 패닉에 빠지면 사람들은 한 깃발 아래 모여 자국의 지도자를 지지한다. 그 기대에 리더가 잘 부응한다면 지지는 장기적이다. 한국의 문 대통령은 그 전형적이다. 한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가장 인상적이었다. 당초에는 위험할 정도로 감염율이 높았지만, 그 후 예상 이상으로 감염 확대를 억제했다. 그는 4.15총선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권 지지율은 50%를 훌쩍 넘었고 여당은 야당에 15%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 위기상황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리더의 본질은 위기 때 드러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바로 그렇다. 코로나19가 영국에서 퍼지기 시작한 당초 존슨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상황을 가볍게 보고 경제 감속을 피할 방책을 우선하려 했다. 존슨이 코로나19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국민은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전략의 중요성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고 검사도 뒷걸음질 쳤다.

사실 리더십의 진가를 따지는 이 국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아니라 지역의 리더들이다. 예컨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치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돼 차기 대통령도 노려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문가들이 많다(본인은 출마를 부정하고 있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친근한 존재에 매력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