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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화장품 시대 개막…"숙제는 전문성과 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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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화장품 시대 개막…"숙제는 전문성과 수익성"

초기 비용 높아 중소기업 진입 어렵다는 의견도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에서 맞춤형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이미지 확대보기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에서 맞춤형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뷰티 업계에서 차세대 트렌드로 맞춤형 화장품이 떠오를지 주목된다.

지난 14일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합격자 발표를 시작으로 세계 최초 맞춤형화장품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맞춤형 화장품은 피부 상태 등을 정밀히 측정해 결과를 바탕으로 원료를 혼합·소분해 만드는 화장품이다. 고객의 기호를 반영해 원하는 만큼 구매 할 수 있고, 개개인의 특성에 최적화돼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었다. 메조미디어가 전국 19세부터 49세 여성 4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맞춤형 화장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인식은 △일반 화장품보다 잘 맞다(70%) △ 가격이 높은 만큼 가치 있다(59%) △효능‧효과를 믿을 수 있다(54%) △화장품 성분‧원료에 신뢰가 간다(49%) 등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K-뷰티 육성 방안의 일종으로 2016년부터 4년간 58개 업체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렇듯 정부에서 나서 맞춤형 화장품 시장을 키우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쉽게 론칭을 결정하기 어렵다. 기술력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판매하기 위해서는 원료 개발과 확보, 제조 기기와 냉장시설 등 설비를 갖춰야 한다. 전문 인력 고용, 제조 프로세스 위생 관리, 측정 공간 마련 등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맞춤형 화장품 프로그램의 윤곽이 나온 곳은 아모레퍼시픽뿐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아이오페는 2017년부터 맞춤형 3D 마스크와 개인 맞춤형 세럼을 체험하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CES 2020'에서 맞춤형 3D 마스크가 혁신상을 받았다. 3D 마스크는 최신 3D 기술을 활용해 매장에서 얼굴 골격과 사이즈를 측정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해 즉석에서 하이드로 겔 마스크를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다.
점점 오프라인 점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맞춤형 화장품은 제조 특성상 피부 타입을 측정하려면 대면 서비스가 필요한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장기화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이 강화되면서 수요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안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는 필기시험만으로도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시험 과목은 △화장품법의 이해 △화장품 제조 및 품질 관리 △유통 화장품 안전관리 △맞춤형 화장품의 이해 등이다. 안전규정이 미흡하고, 실기시험이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 안전 우려와 전문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실기시험 없이 제조관리사가 될 수 있다면 전문성을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즉석에서 제조하는 제품인 만큼 위생 관리가 중요한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소비자의 우려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