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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병 '팬데믹' 막으려면 정치논리보다 의료 전문가 리더십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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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병 '팬데믹' 막으려면 정치논리보다 의료 전문가 리더십 중요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80회)] 직위보다 직책과 전문성이 존중받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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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모를 전염병에 의해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이를 대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드의 활약상을 그린 재난 영화 '콘테이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해 '팬데믹(pandemic)'으로 분류할 지경이 되었다. 팬데믹은 특정 질병이 2개 대륙 이상으로 확산할 경우를 지칭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 역사상 팬데믹에 속한 질병은 14세기 중세 유럽을 거의 전멸시킨 '흑사병(페스트)', 1918년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스페인 독감', 1968년 100만 명이 사망한 '홍콩 독감' 등이 있다.

전 세계에 펴진 코로나19는 질병의 원인은 동일하지만, 그 질병에 대처하는 방식은 각 나라나 조직마다 또는 개인별로 큰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동일한 현상에 대처하는 방식에는 문화차와 성격차가 있다는 말이다. 이 차이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코로나19와 유사한 감염병을 다룬 영화 두 편을 비교해보자. 2011년 미국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 의해 제작된 '콘테이전(Contagion)'과 2013년 김성수 감독에 의해 제작된 '감기'는 둘 다 공포영화로서 원인모를 전염병에 의해 수많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비상사태를 다루고 있다.

​특정 질병 2개 대륙 이상 확산될 때 지칭
질병 대처방식 조직·개인별로 큰 차이

원인모를 전염병에 의해 급격하게 사망자가 발생하자 '콘테이전'에서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CDC)의 주도 하에 원인을 찾기 위한 역학조사가 진행된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검사관을 파견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염려하는 정치인들이 등장하지만 시종일관 질병통제센터의 센터장이 현장에 파견된 전문가들의 상황보고에 의해 사태를 파악하고 제일 적절한 대처방안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기'에서도 전문 의료인들과 국회의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마침내는 대통령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감기'에서는 전문가인 의료진의 진단과 해결책을 위한 건의는 번번이 정치인들과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에 의해 의학적인 배려 이외의 정무적인 판단에 의해 무참히 묵살당한다.

두 영화에서의 큰 차이는 원인모를 질병을 앞에 두고 전문가의 입지가 어떤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콘테이전'에서도 정치적인 고려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통제를 질병통제센터와 현장의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대책이 결정된다. 하지만 '감기'에서는 전문 의료인이나 현장 지휘관의 사태수습 방안은 번번이 묵살되고, 결국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결단까지 올라가서야 사태가 해결된다.

이 사태 해결 방식의 차이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수평적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에서는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각자가 맡은 직책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그 책임을 진다. 그리고 직책을 맡길 때는 그 직위에 걸맞은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능력위주(meritocracy)의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지휘관이나 전문가들에게 많은 재량권을 위임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수직적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서열위주의 문화가 바탕에 깔린 한국에서는 전문성보다 직책보다 직위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직위는 능력보다는 서열위주(gerontocracy)로 정해진다.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많은 사람이 그에 걸맞은 직급을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맡고 있는 직책에 어울리는 능력이나 경력이 없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직책을 맡기다보다 책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을 주지도 않고 또 줄 수도 없다. 당연히 직급이 낮은 전문가의 의견은 다른 견해나 다른 부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비전문가인 상사에 의해 번번이 묵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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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

'감기'에서 전염된 환자들을 진찰한 의사가 초기부터 팬데믹이 될 수 있는 전염성이 빠르고, 일단 전염이 되면 치사율이 몹시 높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해당 지역을 봉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누차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분야가 다른 상급자와 전염병에 대해서는 무지한 지역 출신 국회의원에 의해 민망하리만큼 면박을 당한다. 그 지역출신 국회의원은 봉쇄를 주장하는 의사에게 큰 소리로 다음과 같은 핀잔을 준다. "당신 박사지요? 〇〇 지역 격리를 못해서 안달이 난 모양인데…. 그러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청와대 가서 도장 받고 폐쇄를 하던 알아서 하면 될 거 아니야." 이 대사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모든 결정을 청와대에 가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마 속마음은 '너 같은 일개 말단 의사의 주제에 어떻게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봉쇄 같은 조치를 제안할 수가 있냐?'일 것이다. 이 대사처럼 '감기'에서 마지막 중요한 결정은 결국 대통령이 내리게 된다.

​전문 의료인과 현장 지휘관 사태 수습안
번번이 묵살되고 대통령 결단으로 해결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장도 공개적인 브리핑에서 "방역하는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게 좋은 건 당연하다"며 특정국가에 대한 입국제한조치를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어서 "정부는 다른 입장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방역 대책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입국 제한 조치 등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두 부처가 중국 등에 대해 우리가 입국 제한을 하면 외교적 파장과 경제적 충격이 우려된다"며 입국 제한을 사실상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방역기관의 최고 책임자이며 전문가인 본부장의 의견은 방역 이외의 다른 측면을 고려하면서 소위 방역의 '골든타임'과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번져가는 전염병에 대한 대처가 질병이라는 한 측면만을 고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와 외교라는 중요한 측면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질병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문외한들이 현장 상황이나 책임자의 건의를 무시하고 단지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번번이 비효율적인 대처를 한다면 효과적인 대처가 이루어질 수 없다.

2011년 5월,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는 오바마 대통령과 참모들이 사진을 보면 작전을 직접 지휘하는 군책임자가 중앙의 큰 의자에 앉아있고 최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부통령이나 국무장관보다도 떨어진 옆의 소파에서 불편한 자세로 지켜보고 있다. 작전을 직접적으로 지휘하는 군책임자가 통상 대통령이 앉을 것으로 예상하는 중앙의 큰 의자에서 현지 상황을 통제한다는 것은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대응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의료계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보건복지부나 총리실 등 옥상옥(屋上屋)에 치여서 제 역할을 못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민간 의료 전문가는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정부가 무시하는 관행이 되풀이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한 학급 안에서 일어나는 학생들 간의 다양한 충돌의 원인은 담임이 교감이나 교장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당연히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담임의 건의가 제일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번번이 직위가 높은 교감이나 교장에 의해 무시되고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 이론이나 경험에 의한 대책을 남발하면 사태 해결은 더 요원해진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질병의 대처뿐만 아니라 생활의 전반에 걸쳐 큰 여파를 남겨놓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장 중심의 해결책, 직위가 아니라 직책에 대한 신뢰와 권한 이양 등 보다 진일보한 사회로 나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는다면 위기(危機)는 위험(危險)이 아니라 기회(機會)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신뢰와 보건의료 분야 리더십은 우리의 전문성에서 나온다." 2017년 현 질병관리본부장 취임사의 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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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