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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기업 70%, "코로나19 확산에 버티기 1~2주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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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기업 70%, "코로나19 확산에 버티기 1~2주가 한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텅 빈 베이징 시가.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텅 빈 베이징 시가.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으로서는 건국 이래 가장 어려운 공중위생 사건이다.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서 지난 23일 열린 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에 강한 위기감을 표명했다. 중국 정부는 예산과 기본정책을 결정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2021년에 다소 여유로운 사회를 실현한다’던 중국의 꿈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적한다.
중국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하면 1960년대 초 3년에 걸친 흉작으로 인한 기근을 말한다. 영양실조와 전염병으로 약 2000만 명이라는 믿기 힘든 수의 인명을 잃었다.

이번 코로나19 피해는 지난 25일 현재 2600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 맹위를 떨친 사스(SARS) 당시의 총 사망자 수 774명의 3배를 넘었다. 전인대의 연기는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준다.

사스 극복에 기여한 ‘전설의 의사’ 중난산(鍾南山) 씨는 감염 피크를 2월 하순이라고 예측했으나 시 주석은 "상황은 아직 엄중하다“고 말할 정도로 여전히 어려우며 수습의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감염 확대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4월 상순으로 예정한 시 주석의 국빈 방일과 기타 중요한 정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진핑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물론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다.

동시에 심각한 것은 생산 중단에 의한 경제 침체와 그로 인해 초래되는 급여 지급 지연이나 근로자 해고다. 이는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져 지방정부를 향한 비판의 화살이 중앙정부로 향할 수 있다.

IMF는 지난 22일 중국의 2020년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6%로 1월 전망치에서 0.4포인트나 하향 수정했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도 0.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1분기의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돌 것으로 예측하는 경제 전문가도 있다.
중국 정부의 싱크 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가동 중단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2주가 한계’라고 답한 기업이 68%나 됐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매출은 격감하고 있는데 정부는 종업원에 대한 급여 지불을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 공산당의 일당 지배가 붕괴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진핑 정권은 사회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 수위의 상승을 막아 내야만 한다.

코로나19 발생을 일찍 경고한 우한의 의사 리원량(李文亮) 씨가 지난 7일 사망한 것을 계기로 베이징대학의 장첸판(張千帆) 교수 등 지식인이 "언론 자유의 억압이 부른 ‘인재’이다"라고 비판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게 됐고 SNS에서도 비판의 글이 확산됐다.

시진핑 지도부도 리원량 의사를 영웅 취급하며 초기 대응의 잘못을 인정하고 감염원인 우한과 후베이성 수장을 해임, 화살이 당 중앙으로 향하지 않도록 방어전에 필사적이다.

전염병이라는 일종의 ‘재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정치 문제로 비화해 일당 지배 체제를 흔드는 모습이다.

소득의 분배와 격차 부문 전문가 프랑코 밀라노비치 런던대 교수는 최근 발간된 ‘자본주의의 충돌’에서 중국 경제 시스템을 ‘사회주의가 아닌 정치적 자본주의’라는 모델로 분석한다. ‘정치적 자본주의’는 일본이 메이지 이후의 근대화나 전후 부흥기에 채용한 ‘국가 자본주의’에 가깝다.

이 글에서 밀라노비치 교수는 일본 미국 유럽의 자본주의를 리버럴 자본주의라고 명명하고 글로벌 경제의 장래는 자본주의 내 두 모델의 경쟁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형 '정치적 자본주의'는 통치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경제성장을 실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성장의 유지는 어렵다.

밀라노비치 교수가 코로나19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 단지 긴급한 ‘일시적 문제’에 대해 리버럴 자본주의는 ‘여유있는 태도’로 임할 수 있지만 정치적 자본주의는 부단한 경계가 필요하며 민중에게 많은 것을 주어야 하는 압력에 항상 노출된다고 썼다.

시진핑 지도부가 코로나19 처리를 놓고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구조의 일단을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리버럴 자본주의도 만능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밀라노비치 교수는 고착화되는 초부유층의 출현과 그렇지 않는 계층과의 격차 확대는 체제를 뒤흔드는 위협이 된다며 이를 개선하지 못하면 리버럴 자본주의가 중국형 정치 자본주의에 접근한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경제가 세계를 압도하고 경제 격차를 확대시킨 데 대한 반작용은 내셔널리즘이나 포퓰리즘의 대두를 불러 민주주의 시스템을 흔들고 있는 현실은 그의 진단대로다. 일본의 아베 독주 현상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번 코로나19는 고열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 잠복 기간 중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이 확대돼 봉쇄 자체가 어려운 사정도 있었다.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에서 많은 감염자를 내 일본 정부의 허술한 방역체제가 세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한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이탈리아 이란 등에도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초기 대응 잘못에 책임을 떠넘기며 넘어가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