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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미경 부회장의 ‘야성적 충동’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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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미경 부회장의 ‘야성적 충동’에 박수를 보낸다

대기업 CJ그룹 지원 없었다면 아카데미 4관왕 불가능....게임-웹툰으로 ‘한류’의 힘 확대해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은 후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은 후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벌써 몇 주가 지나갔지만 그날의 감격에 아드레날린은 아직도 용솟음친다.

한국 영화 ‘기생충’ 얘기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무려 4개를 거머쥐었으니 그 감흥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기생충’이 101년 한국 영화사를 다시 쓰는 쾌거를 일궈냈으니 뜨거운 애국심을 느껴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팡파르가 끝나 축포의 자욱한 연기가 사라지면 사물은 다시 뚜렷하게 보인다.

‘기생충’이 세계적인 영화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봉준호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열연을 펼친 결과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광’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이 없었다면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년간 무려 8조 원을 투자해 CJ그룹의 영화 문화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봉 감독이 만든 영화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을 CJ가 모두 투자하고 배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4000만 달러(약 480억 원)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설국열차’는 촬영을 앞두고 해외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지만 이 부회장이 이끄는 CJ그룹이 제작비 전액을 책임져 제작 지원한 점은 박수칠 만한 일이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설파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따로 없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국내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과업을 일궈낸 이 부회장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기업가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이 부회장은 한 때 정치적 박해를 당했지만 이제는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 됐으니 ‘인생지사 새옹지마’아니겠는가.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설파한 ‘소프트파워’가 문득 떠오른다.

강압이 아닌 매력과 설득이 다른 이의 마음을 열어 감동을 주는 ‘자석’의 힘을 발휘한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소프트파워 없이 선진국 대열에 오른 나라는 거의 없다. 유럽과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미국 문화가 대표적인 예 아니겠는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세계무대에 우뚝 서는 날이 오려면 일류(日流·일본문화 열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류는 90년대 초중반까지 아시아와 일부 유럽에서 폭넓은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일본 문화상품이 경쟁력을 잃어 세상인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많은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잘라파고스’ 함정에 빠진 일본문화의 태생적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이제 ‘기생충’ 대박에 안주하지 않고 ‘수출 효자’를 더 발굴해야 한다.

한국 문화 콘텐츠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업종은 K팝이나 드라마가 아닌 ‘게임’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게임 수출액은 64억1149만 달러(약 7조8000억 원)이며 이는 그 해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수출 비중의 60%이상을 차지하는 놀라운 액수다. 게임 시장 규모가 한류 열풍 주역인 K-팝 시장의 11배이고 영화 수출의 130배 이상이라는 점은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등 글로벌 기업이 일궈낸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제 K팝,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소프트파워’가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어야 할 때가 됐다.

‘기생충’에 이어 게임과 웹툰 에서도 ‘기생충’의 신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