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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총알 돈, 코로나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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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총알 돈, 코로나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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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이 ‘돈타령’을 하고 있었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를 하면서 푸대접을 받다 보니, 돈 한 푼 없는 신세가 아마도 처량했을 것이다.

“천하를 돌아다녀도 어디서나 환영받네(周遊天下皆歡迎)/ 나라와 집안을 번영하게 하니 세력이 가볍지 않구나(興國興家勢不輕)/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는 것(去復還來來復去)/ 산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구나(生能死捨死能生).”

김삿갓이 읊은 것처럼, 돈은 ‘산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래서 ‘무서운 돈’이다.

우선, ‘전(錢)’이라는 한자가 그렇다. 돈에는 ‘창(戈)’이 두 자루나 붙어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사람을 ‘곱빼기’로 찔러서 잡을 수 있는 게 돈이다.

‘사람 잡는 돈’은 실제로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자 사람들은 서부로 몰렸다. 소위 ‘골드러시’였다.

금을 빼앗으려는 무법자들은 총을 들고 설쳤다. 금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방어용 총’이 필요했다. 너도나도 총을 차고 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 총은 ‘생필품’이 되었다.
이 무법지대에서는 ‘총알=돈’이었다. 당시에는 50센트 돈이 최저 단위의 화폐였다고 한다. 그보다 가격이 낮은 상품을 거래할 때는 거스름돈을 줄 방법이 없었다.

그 때문에 술집이나 상점은 총알을 준비했다가 거스름돈으로 내주었다. 어쩌면 거스름돈으로 받은 총알로 총질도 했을 것이다.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불과 13살 때’ 총을 선물로 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미국에서는 걸핏하면 학생들까지 총을 휘두르는 ‘난사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무기를 돈으로 사용하려 했던 ‘과거사’가 있기는 했다. 조선 세조 임금 때 발행된 ‘팔방통보(八方通寶)’는 화살촉 모양으로 만든 ‘전폐(箭幣)’였다. 유사시에 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지만 유통에는 실패했다는 돈이다.

‘무서운 돈’은 또 있었다.

우리 땅을 강제로 점령한 제국주의 일본이 관리들의 지방 출장비로 ‘아편’을 지급한 것이다. 조선 사람들을 모조리 중독자로 만드는 한편 아편의 판매도 늘리려는 얄팍한 꼼수였다. 그랬으니 ‘아편=돈’이었다.

그런데, 21세기 중국에서 또 다른 ‘껄끄러운 돈’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코로나 돈’이라는 돈이다.

‘코로나 19’가 기세를 부리면서 중국은 기존 화폐를 회수하고 새로 찍은 돈을 배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존 화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 때문에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회수된 돈을 ‘멸균작업’하고 14일 동안 보관했다가 다시 유통시킬 것이라고 했다. 병원이나 시장 등 ‘위험한 곳’에서 회수된 돈은 더 철저하게 ‘특별소독’을 한 뒤 유통시키지 않고 보관할 것이라고도 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회수된 현금을 아예 파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온라인쇼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화폐의 유통을 흔들어대는 골치 아픈 바이러스가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바이러스는 중국 위안화의 가치까지 흔들어버릴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