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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감원, 불공정약관 감독 태만…피해자 집단 발생, 피해액도 17억 원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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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감원, 불공정약관 감독 태만…피해자 집단 발생, 피해액도 17억 원에 달해

공정위 시정요청 받은 리스 불공정약관 감독 태만으로 60여명 피해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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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시정을 요청한 불공정 약관. 밑줄 친 부분에‘고객의 리스계약 해제‧해지를 금지’한다는 불공정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요청을 받은 불공정 약관에 대한 감독 태만으로 60여 명이 17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약관에 대해 시정 요청을 받았지만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월 ‘고객의 리스계약‧해지를 일절 금지하는 조항’이 불공정하다며 금감원에 시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약관은 시정되지 않았고, 급기야는 CNH캐피탈이 해당 약관을 이용한 계약을 체결해 60여명의 피해자와 17억 원에 달하는 피해액이 발생했다.

공정위는 당시 ‘고객이 어떤 경우에도 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지할 수 없다’고 정한 약관은 ‘고객의 항변권 등의 권리를 상당한 이유없이 제한하고,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지권을 배제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며 금감원에 이의 시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시정을 요청한 불공정 약관은 금감원의 감독 소홀로 1년 가까이 시정되지 않고 방치됐으며, CNH캐피탈과 피해 당구장이 맺은 ‘시설대여(리스)계약서’에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6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CNH캐피탈은 지난 해 10~11월 ㈜스크린야구왕이 제조한 ‘AR인공지능 당구시스템’(이하 빌리네비)을 피해 당구장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리스계약을 체결했다.

빌리네비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당구장을 찾은 고객들이 당구를 쉽게 칠 수 있도록 하는 기계설비다. 그러나 빌리네비는 설치 1주일이 되지 않아 고장이 났고, 제조업체인 ㈜스크린야구왕마저 지난 1월 22일 폐업했다.

피해자들은 대당 1000만 원이 넘는 장비를 설치해 놓고, A/S조차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는 모든 피해 매장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철거조차 되지않는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CNH캐피탈에게 장비의 철거와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CNH캐피탈은 오히려 약관을 들먹이며 막무가내로 리스대금 납부를 강요했고, 리스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피해자들을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했다.

또한 2개월 이상 리스대금을 납부하지 않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대금 납부를 촉구하는 법정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공정위의 시정요청에 따라 개별 리스사에게 2019년 4월까지 약관을 개정하라는 변경명령을 공문으로 통지했다.

그러나 변경된 약관 보고는 금감원이 아닌 여신금융협회에 하도록 지시하고, 변경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CNH캐피탈은 금감원이 변경을 명령한 시한인 2019년 4월을 훨씬 지난 같은 해 12월에야 약관변경 신고를 했다. 해당 상품의 판매가 문제되고, 피해자들의 민원이 급증하자 부랴 부랴 해당 약관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한 민원이 수십건 제기돼 금감원 분쟁조정실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CNH캐피탈이 변경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이유 등을 파악해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의법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빌리네비 피해자 대표를 맡고 있는 L씨는 “공정위가 무효라고 시정 요청한 약관이 1년 가까이 시정되지 않고 방치돼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이 불공정 약관임을 알면서도 감독을 소홀히 한 직무유기가 드러난 만큼 금감원장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CNH캐피탈 측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기는 등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흥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xofon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