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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국의 꽉 막힌 공산당 일당독재 병폐가 ‘코로나19’ 감염확대 재앙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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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국의 꽉 막힌 공산당 일당독재 병폐가 ‘코로나19’ 감염확대 재앙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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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통화를 통해 우한의 중증환자 치료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다.

중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중국 내의 사망자 수가 17년 전에 대유행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미 넘어섰다. 물론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 같은 위급한 사태에 대해 비판한다는 것은 냉혹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번 사태가 사스에서 배운 비극의 교훈을 중국정부가 잊었음이 분명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사스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은폐하지 않았다고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1월 말에 감염확대가 드러난 뒤에는 여러 곳의 도시를 사실상 봉쇄하며 3,500만 명 이상을 격리하는 등 신속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조치도 공허하게 들릴 뿐 국제사회나 중국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아웃브레이크’의 경위와 당국의 대응을 돌이켜보면 초동대처가 미숙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상순에 후베이 성 우한 시에서 괴질환자가 속속 보고됐지만 당초 시 당국의 대응은 미흡했다. 바이러스 대유행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고의로 숨기지는 않았지만 경시했던 정황은 분명하다. 게다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微博)에서 감염확산에 대해 경고를 하려던 의료종사자들을 경찰에 수사시켜 입을 막으려 했다.

12월말에 감염확대를 알았다고 하는 중앙정부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가 위생건강위원회는 12월 말 우한에 전문가를 파견했고 그 보고를 공산당지도부가 신속하게 듣지 못 했을 리 없다. 마찬가지로 이들의 우한시찰을 관영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이 밤 뉴스로 보도한 뒤 당 지도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감염확대의 저지와 사회의 안정을 지키는 것 등을 요구하는 ‘중요 지시’를 낸 것은 1월20일로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전역을 폭주하고 있었다.

우한에서의 감염확대가 12월 초순부터 1월 중순까지 완전하다고 할 만큼 보도되지 않은 것과 중국의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에서 이 참사를 언급하면 검열에 걸린 만큼 중국정부가 단속을 벌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특정이슈에 대한 전국적 검열을 지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곳은 공산당 중앙선전부뿐이기 때문이다.

우한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중국정부가 발 빠르게 감염 확산을 언론에 보도했더라면 이토록 비참한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식 일당독재 국가에 편입된 제도적결함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초기에 봉쇄할 기회는 불행히도 상실되고 말았다.

■ 정부에 만연한 비밀주의

17년 전의 사스(SARS) 위기에서 꼴사나운 대응을 보인 중국이 왜 진보가 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라는 제기될 수 있다. 2002~2003년에 사스가 중국본토와 홍콩을 습격한 뒤 중국 정부는 비슷한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각종 대책을 강구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중국사회의 하드웨어 결함에 대처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질병의 관리와 예방에 대한 기술적 능력을 개선하는 예산을 늘리고 긴급대응 법률을 제정해 감시체제를 구축했다.

이러한 대책은 중국정부가 바이러스성 감염증에 효과적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진정한 의미로 향상시키지 못했다. 기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정부에 잘못된 안정감을 안겨줬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예산증가와 전문가육성, 설비증강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능력향상을 최 우선시함으로써 중국 관료제도의 가장 취약한 부분 즉 소프트웨어 결함이 간과돼 왔다.

중국 전국에 최신 연구의료시설이 갖추어졌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공중위생의 긴급사태에 대응하는 구조는 슈퍼컴퓨터를 시대에 뒤떨어진 저성능의 운영체계(OS)로 움직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보고 있는 사태로도 알 수 있다.

■ 신속한 판단을 피하는 관료
중국이라는 일당 독재국가의 소프트웨어 결함은 정치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고칠 수 없다. 비밀주의가 만연해 있어 보도자유나 국민에 대한 설명책임이 없고, 지방의 경직된 관료제도는 위기에 처하더라도 신속한 판단을 내리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제도적 결함은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고칠 수 없다. 사스나 이번 신종바이러스와 같은 공중위생의 위기가 닥치면 이들 결함에 막혀 중국정부는 충분하고도 적시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다.

실제 바이러스의 감염확대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중국의 시스템은 꽤 이전부터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2018년 8월 중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의 발생이 확인되었을 때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강력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신속 처분해야 하지만 중국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종래의 비효율적인 처분을 계속했다. 그 결과 감염확대는 제어 불능이 되면서 중국의 돼지사육 마릿수는 40% 가깝게 줄었다. 이는 이번 우한의 신종코로나 감염이 확대되기 시작한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취하지 못한 이유와 거의 겹친다.

이런 공중위생상 긴급사태에 대처할 때 중국 행정기관이 따르는 표준적 수순은 비공식적이며 경직된 비밀주의로 관철돼 있다. 그 1차적 목적은 중국 현 체제의 면목과 현지당국자들의 경력을 지키는 것이다.

사스위기의 중요한 교훈의 하나는 투명성의 결여가 위독한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은폐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감염확대를 초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전혀 배우지 못한 듯 이번에도 우한당국자들은 사스정보를 은폐한 광둥성 당국과 마찬가지로 거의 본능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가볍게 보이려고 했다. 눈앞에 있는 증거를 무시하고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으며 의료종사자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 국민안전보다 당 위세가 우선

신속 유효한 대응을 막는 중국의 행정기관의 또 다른 제도적인 결함은 국가의 긴급사태에 해당되는 사안에는 중앙집권적 의사결정이 내려진다는 점이다. 별다른 정치적 영향이 없는 일(예를 들어 상업개발을 위해 개인주택을 철거하는 등)에서는 지방당국에 재량권이 있다. 하지만 중대한 공중위생상 위기에서는 지방에는 거의 아무런 권한도 없다. 우한시장이 변명한 것처럼 감염증 발생에 대해서는 상층부의 허가를 받을 때까지 시 당국은 완전한 정보공개를 단행하지 못했다.

시진핑 정권 출범 후 중앙집권이 강화되면서 이런 상황은 악화됐다. 이제 공중위생상의 긴급사태를 선포하는 등 중대한 결정은 시 주석이 직접 인정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1월 중순의 결정적 시기에 당국자가 시 주석의 지시를 기다리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중국 질병예방센터는 1월6일 긴급 대응절차를 내부적으로 발동시켰다. 왜 이를 발동할 때 공개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정권 최상층부가 최종공표를 결단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중앙지도부가 바빴는지, 결정권이 있는 건 시 주석뿐이었는지 지시는 내려지지 않았다. 시 주석도 과밀 스케줄에 쫓기고 있다. 1월17일에는 2일 간 일정으로 미얀마를 방문했으며 베이징으로 돌아간 이후 20일에야 정보공개의 지시를 내렸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를 관할하는 리커창 총리가 먼저 공중위생상 긴급사태를 선포했더라면 이런 지연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밀주의와 상명하복에 더해 국민의 안전보다 정치적 배려가 우선하는 것도 중국 관료제도의 결함이다. 사스의 감염이 퍼지기 시작했던 2002년 11월 중국공산당은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16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개최했다. 수수께끼에 싸인 중증감염증 정보를 공개하면 대회에 찬물을 끼얹을 뿐 아니라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상부는 걱정했다.

■ 위생관리를 철저히 못하는 이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시기에도 중국 당국은 유해화학물질 ‘멜라민 분유’로 인해 인명피해가 난 것을 한사코 숨겼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체면이 깎일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우한의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비슷한 정치적 배려가 작용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전국인민대표 대회(전인대)와 전국정치협상회의 2개의 회의(전국 양회)이전에 지방의 모든 레벨에서 ‘양회’를이 개최한다. 이것은 중요한 정치이벤트이므로 당국자는 시민에게 성공을 각인 시키려고 한다.

올해 우한의 ‘양회’는 수수께끼의 바이러스에 대해 시 당국이 보고한 직후인 1월6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회기 중 시 보건당국은 감염증에 대한 주의환기 등을 일절 하지 않았다. 시 당국은 감염증에 대한 발표는 실시했지만, 새로운 감염자수는 분명히 하지 않았다. 우한에 이어 성도인 후베이성은 1월12일부터 17일까지 ‘양회’가 개최됐지만 마찬가지였다.

■ 현 체제유지가 최우선 과제

더욱이 중국 공중위생시스템의 가장 심각한 결함은 예방의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스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점일 것이다. 사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도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즉석에서 해체해 파는 비위생적인 해산물시장에서 사람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병원체에 의한 감염증 발생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식품취급 위생기준을 마련해 업자들이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지방당국이 수시로 검사를 실시하고 위법행위를 엄격히 단속하지 않으면 위생관리는 철저히 할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의 관료기구는 이런 임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검열을 하거나 반정부분자를 옥죄거나 웅장한 사업이나 행사에서 위세를 부리는 등 권력유지 직무에서는 놀랄 만큼 유능하지만 식품의 안전성을 지키고 대기오염에 대처하는 등 국민을 위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공산당의 최우선 과제는 어떤 상황이 되든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목적을 위해서만 어떤 대가를 치르든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다.

중국의 관료, 특히 지방 당국자들에게는 시민을 위해 일하는 인센티브가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설명책임을 지지 않는다. 허툰 일처리에도 불구하고 여간 중대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시민의 분노를 사고 지위를 잃을 염려가 없다. 공공의 이익이 지켜지려면 공무원이 높은 직업의식을 갖고 부패의 유혹을 떨쳐야하며, 그들이 일하는 모습이 시민의 감시 아래 놓일 필요가 있지만 지금의 중국에는 그런 조건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확대로 중국은 지금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시 정권은 사력을 다해 사태를 수습하려 것이다. 그 점은 우선 낙관해도 좋지만 중국 현 체제가 안고 있는 뿌리 깊은 결함을 보면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시 정권이 이번 재앙에서 배운 뒤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중국에서는 역사는 한 번뿐만 아니라 거의 예외 없이 몇 번이라도 반복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