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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글로벌사업가의 꿈을 접었다’는 실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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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글로벌사업가의 꿈을 접었다’는 실패담

막연한 두려움에서 돌아선 어느 연수생-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연초에 우리 GYBM과정을 졸업한 연수생 출신으로부터 반가운 메시지가 하나 왔다.
“전무님, 한 번 뵙고 싶습니다. 1월 초에 시간 한 번 주십시요” “그래? 한국에 와 있는 모양이구나. 10일 오후 3시 괜찮을까?”

그리고, 만났다. 5년여 전에 동남아지역 현지 연수를 마치고 그 나라의 한국기업에 취업한 ‘한연재(가명)’이다. 가끔 안부를 묻기도 하고, 찾아오기도 해서 이번에도 반갑게 미팅 날짜를 잡았다.

“오래간만이네”..(중략)… “전무님! 전무님은 어떻게 돈을 버세요?”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 오래간만에 만나서…. 잠시 후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여러 가지 설명을 이어갔다. 결론은 어느 네트워크 마케팅을 소개하러 왔다. 이런저런 설명으로 회원 가입을 하면 ‘유통 마진을 다 줄인 세계 최고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으며 리워드도 있다’고 했다. ‘전무님 같은 분은 네트워크가 좋으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난감했다.

필자는 이 분야를 20년여 전에 경험했다. 직접 회원이 돼 제품 구매도 해보았다. 그런데, 되레 ‘이건 아니다’는 생각을 짙게 가진 계기가 됐다. 내가 다니는 중소기업의 제품을 납품(입점)도 했다. 내가 영업을 해서 만든 거래처였다. 고객센터도 찾아다니며 회원들 100~200여 명이 모아두고 제품 설명도 하며 제법 큰 매출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날 이 연수생을 만나고 난 후 하루종일, 이후 며칠 동안 무척이나 속이 상했다. 네트워크마케팅이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고 사업이다. 그래서 다른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오면 물건도 사줬다. 많은 노력에도 풀리지 않아 더 이상의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하기에 적합하고, 그런 경우라면 돕는다는 뜻이다.
자체 제품(PB)든 입점제품이든 최고의 제품인 것은 맞다. 그러나 단계별로 중간 마진을 나누는 구조, 월간 최소 판매금액이 있어야만 한다는 구조, 같은 종류의 경쟁사 제품과 가성비(가격대 성능비) 차원에서 비싸고 내가 지불할 능력 이상의 가격설정 구조 등은 더 이상 이 시스템에서 발을 담글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손을 끊은 것이다. “우리는 제품을 파는 사업이 아니라, 교육 사업이다. 밑천과 상점이 필요 없는…”이라는 말만 되풀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1년간의 동남아교육과정을 통해 시간과 돈과 열정을 쏟아 부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가르친 새파란 젊은이가 찾은 것이 안타까웠다. 연수를 마치고 회사에서 3년여라도 근무한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친다. 그러나 근무를 하며 다음 단계의 길을 스스로 찾았어야 한다. 그런 내용도 가르쳤다.

이번 만남으로 명백하게 잘 못 가르쳤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이 연수생에게는…. 어색한 분위기 끝에 헤어졌다. 그래도 다음 날 문자로 격려하며 추스르려고 했더니 더 난감한 답이 돌아 왔다. 그러면서 꼭 한 번 제품을 써보라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20년 후, 자네가 50세가 되면 내가 팔아주겠다”고 했다.

뒤늦게야 변명 아닌 변명을 다른 문자로 보내왔다.

“전무님 보시기에는 제가 참지 못하고 돌아와 서운하시겠지만, 사회주의국가, 내 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사업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도 넉넉하지 않고 특별한 기술도 없이 단순한 해외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이나 임가공하면서, 공장에서 생산관리만으로는 도저히 길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가기에는 한계를 느껴 국내로 일단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괜찮은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우리 GYBM에 합류하기 전에도 잠시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으로 끝을 맺었다.

이런 어려움을 말 못하고 있었고 이런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안함도 앞섰다. 그러나 1년간의 연수를 통해 외국어는 물론이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도록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결과가 돌아 온 것이다.

필자는 직업을 갖는다는 것(기업에 취업하고, 창업한다는 것, 성인이 된다는 것)은 (1)내가 노력한 결과로 가치를 높이고 유익함을 주어야 하며 (2)그 대가로 돈(대금)을 받는 것이고 (3)이후 지속해서 그 역할을 확대해야 하며 (4)국내만 머물지 말고 글로벌영역에서 활동을 하면 부가가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훨씬 크고 효과(레버리지)도 클 것이라는 것으로 압축해 가르쳤다.

다양한 교육과 상담, 업무를 통해서…. GYBM과정은 이런 정신적 무장과 필요한 실무능력을 갖추는 데 1년의 세월을 투입했다. 지난 10년간에 배출된 1000명의 수료생은 크고 작은 애로점과 한계를 극복하며 본인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다루는 ‘글로벌 성장통’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다른 친구들의 어려움을 보고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위로 아닌 위로도 받으라는 뜻이다. 직장생활은 국내든 해외든 당연히 고통이 따른다는 의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고통이 없다는 것은 나의 성장도 없다는 뜻이다. 연수생 1000명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연수생 모두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 만남의 끝에 너무나 맥이 빠진다. 이것도 나의 고통인가?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