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주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다우지수는 233.92포인트(0.81%) 내린 2만8,634.88로 마감했다. 잘나가던 뉴욕증시가 덜커당 하고 멈칫하는 모양새이다. 국제유가도 크게 출렁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1%(1.87달러) 뛴 63.05달러로 마쳤다.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영국에서 브렌트유 역시 3.55% 급등한 68.60달러에 마감했다.
현지시간 기준 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0.81% 떨여졌다. 2019년 12월 초 이후 약 한 달 만에 하루 기준 최대의 하락이다. S&P 500 지수는 23.00포인트(0.71%) 하락한 3,234.85로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71.42포인트(0.79%) 떨어진 9,020.77로 끝났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공습으로 살해한 후 이란이 보복을 경고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했다.
뉴욕증시의 돈은 안전자산 쪽으로 몰리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1.6%(24.30달러) 상승한 1,552.40달러를 기록했다. 4개월 만의 최고치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88%에서 1.79%로 하락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얘기다.
이번 주(6~10일) 뉴욕증시는 그야말로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널뛰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살해 이후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미국이 이란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의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공습해 암살한 이후 중동 상황이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이란은 '가혹한 보복', '최고의 응징' 등의 거친 언사를 사용하며 거듭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이란의 보복과 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군사 행동이란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추가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 마당에 북한도 도발을 시사하는 강경한 언사를 쏟아내는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상태다.
경제지표중에서는 미국의 12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향후 증시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다. 고용에서도 이상 조짐이 보인다면 올해 경기 반등 기대가 훼손될 수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12월 신규고용이 15만 명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1월의 26만6천 명 급증에 비하면 다소 줄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업률은 50년간 최저치인 3.5%를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밖에 유로존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와 미국과 중국, 유로존의 서비스업 PMI도 변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5일 백악관에서 1단계 합의 서명식을 열 것이라고 밝힌 상태이다.
이번 주(6∼10일)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005930]의 작년 4분기 실적발표와 미국과 이란 전쟁이 최대변수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조6000억원 내외이다. 전년동기의 10조80000억원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와 정보통신(IM) 부문에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여전히 수요 부진과 초과 공급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1∼3분기와 비교하면 4분기에는 영업이익 하락 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3일 장 초반 한때 1%대까지 상승하는 강세를 보였으나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이후 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7∼10일), 중국의 작년 12월 생산자·소비자물가 지표 발표(9일) 등도 주목받고 있다. 주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는 NH투자증권 2,150∼2,230, 하나금융투자 2,150∼2,200 등이다.
이 런가운데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7주 연속 오르면서 새해 첫주부터 유가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020년 1월 첫째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4.6원 오른 리터(L)당 1558.7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가격은 같은 기간 3.1원 오른 1391.7원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봉쇄가 이어지면 유가폭등 대란이 올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전시상황에 돌입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된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중동발 대형악재까지 겹치면서 13개월째 뒷걸음질쳐온 우리 경제의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 중동정세 불안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 당장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도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라는 ‘이중 악재’가 겹치면서 2019년 수출 규모가 전년보다 10.3%나 감소했다. 한국 수출이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중이었던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다.
코스피가 3일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이를 모두 반납하면서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앞서 지난 주말 코스피는 1.29포인트(0.06%) 오른 2,176.46으로 종료했다.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중동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지수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648억원, 개인이 2715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000660](-0.21%)와 네이버[035420](-0.55%),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52%), 현대차[005380](-1.69%) 등이 내렸다. 삼성전자[005930](0.54%), 현대모비스[012330](1.01%), 포스코[005490](0.42%) 등은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4.09포인트(0.61%) 내린 669.9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이 1461억원, 외국인이 1321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2.28%), 에이치엘비[028300](-5.07%), 스튜디오드래곤[253450](-1.36%), 케이엠더블유[032500](-1.57%), 헬릭스미스[084990](-3.29%) 등이 내리고 펄어비스[263750](1.81%)와 메디톡스[086900](3.59%)가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0원 오른 1,167.1원으로 마감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