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기업은 감원 분위기에 싸늘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국내 경기 침체와 더불어 규제 강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어서다.
주요 대기업의 임원 감원은 점차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은 지난 2일 정기 임원 인사에서 임원 수를 기존 108명에서 79명으로 20%이상 감축하며 구조조정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미 3~6개월 단위의 무급휴직을 실시해 오고 있는 대한항공이 최근 6년 만에 희망퇴직까지 실시함에 따라 앞으로 강도를 한층 높인 조직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은 지난 2013년 약 110여명 규모로 단행한 이후 6년여 만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13명의 임원을 내보냈다. 지난달 두산중공업은 전체 65명 중 13명에게 퇴사를 통보했다. 이번 조치로 두산중공업 임원은 2016년 124명에서 3년 만에 52명으로 줄게 됐다. 이 회사는 올 초부터 급여의 50%만 받고 2개월 씩 휴직하는 순환 휴직을 실시해 오고 있다.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희망퇴직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 하지만 매각이 완료되면 임원 등을 포함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르노삼성자동차 등도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해당 기업의 임원 자리도 위태롭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상시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희망퇴직을 이어오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1월부터 생산직뿐만 아니라 사무직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일정 지연 등으로 경영 전략 자체가 늦춰지고 있는 삼성그룹의 임원 인사는 산업계의 임원 감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기업 맏형 격인 삼성의 인사 방향이 여타 기업들의 인사 개편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 부회장의 재판으로 그룹의 어수수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임원 감축 등 대대적 조직 개편 단행도 예상 가능하다.
최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그룹별로 삼성그룹이 임원을 가장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9월 말 삼성그룹의 21개사에 2276명이던 임원 규모는 올해 1920명으로 356명(15.6%) 감소했다. 다음으로 두산, 현대중공업, 포스코, GS 등 순으로 임원 규모를 줄여왔따.
재계 한 관계자는 “내년 경기 전망까지 암울하면서 기업들이 타개책으로 인건비 높은 임원 등을 포함해 인력 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임원들의 인건비를 줄여야 일선 실무자들의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기업들의 임원 감원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