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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혁명적 발상전환으로 남도를 경악시킨 춤극…정길만 총연출・안무의 '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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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혁명적 발상전환으로 남도를 경악시킨 춤극…정길만 총연출・안무의 '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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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죽음으로 가는 길.
10월 11일(금) 19:30, 12일(토) 17:00, 남도소리울림터(무안 소재)에서 전라남도 주최로 세계 초연한 전남도립국악단(단장 박병호, 예술감독 유장영) 정기공연 춤・극 <심청>은 장르 간 경계를 허물고 고정관념을 깬 예술이 어떤 진전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를 증거했다. 바다가 가까운 너른 들판에 자리 잡은 전남도립국악단은 현대적 시설로 공연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전남도립국악단은 원형 훼손의 우려를 털고 국악의 국제 브랜드화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이들은 무용극이나 춤극이 아니라 춤・극을 주장한다. 장르 간 균형을 맞춘 춤・극 <심청>은 원전에 묘사된 심청을 현대의 한가운데로 끌고 와 그녀의 비극적 죽음보다는 현실적 ‘삶’에 초점을 맞춘다. 춤・극 <심청>은 수동적 수용에서 항거의 이면을 상상으로 깔고, 칙칙한 수묵에서 파스텔 톤의 화사로 지친 심청을 위로하고 주변과의 상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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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죽음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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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죽음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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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죽음으로 가는 길.

주제적 모색: 1~2장; 심청의 죽음을 통해 사회 부조리와 위선자들에 의해 강요된 희생 3~4장; 오늘날 이 땅에서 벌어진 수많은 이들의 억울한 죽음 5장; 죽음과 이별을 떨쳐내고 힘찬 발걸음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심작가(심봉사)를 통해 삶의 무게와 의미를 조명한다. 무대의 좌우측 모니터에 장이 바뀔 때 마다 해설이 뜨고, 음악과 움직임이 상황을 연기해낸다.

심도음악: 1장의 서곡은 비장함과 희망을 담은 장송곡의 느낌으로 바순이 사용된다. 타악의 느낌은 비장한 죽음의 행진을 상징하는 전통의 영산회상과 연계된다. 어어지는 스트링은 서양 클래식 시대의 스트링으로 주제가 되는 곡인 ‘네 눈은 나의 눈’이다. 딸을 보내는 두 캐릭터의 심경이 계면조 풍으로 그려진다. 죽음으로 가는 심청의 마음, 죽음을 재촉하는 상인들의 마음, 이를 비난하는 군중의 마음들이 현대음악으로 자유롭게 표현된다. 저음 브라스의 풍부함으로 대비되는 시대상황을 시대사회적 도덕과 인륜적으로 상호 풀기 어려움이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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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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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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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회상.

2장에서의 대금 솔로는 대나무 소리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표현한다. 3장의 가상공간은 피아의 현을 긁는 느낌으로 심봉사의 아픔을 표현해내고 있다. 리버브를 넓혀 가상공간으로 활용했고 회상과 바람은 소년소녀 무반주 합창으로 주제에 밀착한다. 4장의 2인무는 사랑도 못해 본 심청의 염원하는 사랑의 음악이다. 뉴에이지 풍의 피아노와 스트링의 노래로 표현된다. 5장은 스트링과 브라스의 대비로 절제된 의지와 당당한 행진을 효과음과 함께 사용한다. 소프라노는 데스칸트로 기법으로 “이 모든 건 숙명의 삶 가운데 승자도 패자도 없이 옳은 것도 그른 것도 판단 할 수도 없지만 살아야하는 숙명”을 노래한다.

지문을 담당하는 영상과 무대 조형물이 색을 입은 조명과 조화를 이루면서 극적 긴장감을 일으키고, 완급을 조절해내면서 이합집산하며 크로스 오버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형식 타파: 정길만(국립무용단 훈련장)의 전통을 변용한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안무와 기존 무용극에 창이 이끄는 서사적 구조를 결합한 장르파괴는 고전 ‘심청’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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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작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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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작가의 서재.

빼어난 고전의 비극적 전통을 변주한 춤・극 <심청>의 작가 이주영은 많은 작품에서 작가가 당시를 조망하는 방식을 차용, 심봉사를 심작가라는 현재적 인물로 설정한다. 작가가 불안한 영혼의 실재를 미래적 희망으로 환치시킴으로써 수맥이 통하는 작품이 된 <심청>은 성격・ 주제・배경에 기본적 스키마가 형성되어 있어 관객과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방대한 기쁨을 위한 고뇌의 단계, 자신의 허황된 욕심 탓에 딸을 허망하게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나약한 아비의 모습은 처연하다. 작가는 심봉사가 죽음에 대한 슬픔을 털고 삶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아비의 모습으로 재창조시킴으로써 ‘삶’과 ‘위로’의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절박한 사연에 버금하는 악가무의 균형적 편재는 전남도립국악단의 거대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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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꿈속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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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꿈속이라도.

이번 공연은 국악원 개관과 같은 연도에 제작된 엔니오 모리꼬네의 <미션>(1986)의 감동과 연계된다. 전통과 국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심청>에서 음악은 극을 이끌어 가는 데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작곡과 작창을 맡은 조정수(서울메트로폴리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는 클래식과 국악의 조화를 통해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시공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이남훈 영상감독과 이은석 무대디자이너의 무대 구현, 이미현의 의상 등은 극의 이해를 도우며 독립적 아트의 표준적 전형을 보여준다. 기악부 단원과 소리꾼들이 춤꾼들과 함께 춤추고 연기에 동참한 것은 국악의 국제화와 전통의 새로운 원형을 구축해가는 발전적 실행이다. 국악이 춤과 연기, 움직임과 어울려 새롭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남도립국악단은 노련하고 세련되게 창극이 주류를 이뤘던 정기공연을 춤・극으로 방향을 가볍게 비틀어 기존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도 예술성을 높이고, 대중성을 확보했다. 장르 간 콜라보의 위대한 전통을 만들어 가는 이 단체는 낯설지 만 익숙하게 춤・극으로 시각적 비주얼을 확장하고 가까이 접근해 있는 상상으로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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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네 눈은 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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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네 눈은 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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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네 눈은 나의 눈.

이번 공연은 오페라의 세계화와 견주어지는 국악의 세계화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가능한 시도는 역사 발전의 단초를 제공해 왔다. 심청에 대한 기본 플롯을 빼고는 창작 공연이나 다름없는 춤・극 <심청>에 대한 가치판단은 순종적 교훈적 메시지나 수사적 신비분위기(rhetorical ectoplasm)를 걷어 내보면 명료해진다.

모두의 작품이자 개개인의 작품이 된 춤・극 <심청>은 배꽃 미로에서 치유를 받고 있거나 비자림의 초록 전설을 써 내는 마법극(Zauberspiel)을 연상시킨다. 정길만의 안무작은 에너지 톤을 높이면서 <심청>에서 춤의 군집화와 개별화 작업을 세관(細關)한다. 그 과정 속에서 심청(정운선)과 심봉사(최윤석)의 연기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독특한 창의력과 아기자기한 짜임새로 기교적 아름다움을 보여준 <심청>은 성공작이었다. 고귀한 숙명으로 다시 태어나야했던 <심청>은 그 알을 깨고 나왔다. 새로운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들은 기존을 깨트려야만 가능하다. 새로운 시도로 무수한 궁금증을 자아냈던 춤・극 <심청>은 남도를 품었다. 전국과 해외를 품을 전남도립국악단의 다음 공연들의 향방이 궁금해진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