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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삼성만 연 2400만달러 부담…노동법 '개정'인가 '개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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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삼성만 연 2400만달러 부담…노동법 '개정'인가 '개악'인가

근무수당 늘어나는 반면 생산성은 제자리

현재 국회에 계류된 초안대로 노동법이 개정되면 삼성만 연 2400만 달러 이상의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이미지 확대보기
현재 국회에 계류된 초안대로 노동법이 개정되면 삼성만 연 2400만 달러 이상의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정규근무시간과 초과근무시간 수당에 대한 조정을 골자로 한 베트남 노동법 개정 초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사업주들과 근무시간은 줄이고 수당은 늘리려는 노동자들간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특히 외국계 기업들은 이번 개정에 따를 경우 생산성에 대한 개선없이 추가적인 비용부담만 커지면서 사업 전반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개정중인 노동법 초안은 초과근무 시간의 한도를 변경하지 않는 대신 표준근무시간을 줄이고 초과근무시간을 상향 지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안대로 통과되면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
주당 기본근로시간은 현재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된다. 반면, 초과근무수당은 시간당 현행 7만 동에서 총 시간이 95시간을 초과하는 시점부터 10만 동으로 50%가까이 인상된다. 일요일 200%, 공휴일 근무시 300%로 책정된 초과근무수당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개정 노동법안에는 휴일을 3일 추가하는 제안도 포함됐다.

베트남 노동자의 81%가 설문조사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 노동자의 81%가 설문조사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노동자총연맹(VGCL)은 노동법 개정 초안에 대해 원안대로 갈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하노이에서 개최된 노동자총연맹 회의에서 전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단축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흐름을 따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노동자총연맹은 지난 1999년부터 공무원들은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인데 반해 노동자들이 48시간이라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반면, 기업들은 비용이 늘어나는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중앙경제관리연구소(CIEM)가 개최한 워크숍에서는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기업들의 제조활동 성장이 방해를 받고, 수출회전율이 하락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삶과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에도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펄프 및 제지협회(VPPA)는 "가난한 노동자들은 오히려 휴일이 늘어나는 것이 반갑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휴일을 늘리면 근로자들은 특근을 원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더라도 회사차원에서 비용증가를 우려해 추가근무를 자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법 개정을 놓고 첨예한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만 상승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

실제 삼성 베트남의 경우 새로운 노동법 초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월 200만 달러, 연간 약 2400만 달러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현대자동차와 LG, 롯데, 한화, 효성, CJ 등 한국 대기업들만 해도 늘어나는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들은 심적인 부담감이 더 커지고 있다.

하노이에서 삼성의 협력 공장을 운영하는 L씨는 "매년 인건비 부담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며 "이미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는 베트남이 인건비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베트남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제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을 기준으로 노동생산성은 싱가포르의 7.2%, 말레이시아의 18.4%, 인도네시아의 43%, 필리핀의 55%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나 주변 경쟁국인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등은 여전히 주당 48시간의 표준근무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이 다른 주변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이 조기에 등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베트남 국내 수출액은 줄어들고 FDI기업들의 탈출과 실적하락을 의미한다.

베트남 비즈니스 협회장인 응우웬 쑤언 즈엉은 "노동법 개정안은 기업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