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눈에 띄는 꽃 중에 유홍초가 있다. 선홍색의 작은 꽃이 초록의 넝쿨 위로 점점홍으로 피어 있는 모습은 여간 앙증맞고 어여쁜 게 아니다. 홍일점이란 중국 송나라의 왕안석이 석류꽃을 두고 읊은 만록총중 홍일점(萬綠叢中 紅一點)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그가 이 작고 깜찍한 유홍초를 진즉에 알았더라면 그 대상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꽃은 나팔꽃과 닮은 깔때기 모양의 통꽃으로 8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10월까지 핀다. 꽃은 잎 겨드랑이에서 짧은 꽃대가 자란 끝에 2~5개가 달려 피는데 붉은색의 꽃 테두리는 5각형으로 여러 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꽃 밖으로 길게 나와 있다. 꽃의 지름은 1㎝ 안팎으로 작고 깜찍한 모양이 나팔꽃을 축소한 듯하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을 피우고 나면 둥근 열매가 열리는데 나팔꽃씨와 흡사하다.
필자에겐 유홍초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앙증맞고 어여쁜 유홍초가 너무 사랑스러워 꽃을 좋아하던 어머니를 위해 어렵사리 꽃씨를 구해 고향집 화단에 심은 적이 있다. 싹이 나고 자라는 것을 보고 꽃이 피길 기다리며 고향집에 들를 때마다 꽃밭을 살피곤 했는데 어느 날 가 보니 유홍초가 사라져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어머니에게 물으니 꽃은 피지 않고 덩굴만 성해서 다른 화초를 휘감는 바람에 잡초인 줄 알고 뽑아 버렸다고 했다.
유홍초가 얼마나 예쁜 꽃인지 본 적이 없는 어머니로서는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못내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행히 생명력이 강한 유홍초는 어머니의 내침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해마다 어여쁜 꽃을 피우며 올해도 고향집 뜨락에서 작은 나팔을 불어대는 중이다. 유홍초 붉은 꽃을 볼 때마다 어머니와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불가에서는 수많은 꽃들이 어울려 피어 있는 것을 화엄이라 한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서로 어울려 피어있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황홀한 아름다움이다. 세상엔 꽃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들판의 다양한 꽃들이 어울려 필 때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나와 다른 생각, 다른 모습의 사람들과 서로 어울릴 때 세상은 비로소 아름다운 꽃밭이 되는 것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