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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과학 칼럼] 최고의 궁합 식품 삼계탕, 젊어서 영계인가 부드러워서 연계(軟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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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과학 칼럼] 최고의 궁합 식품 삼계탕, 젊어서 영계인가 부드러워서 연계(軟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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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宮合)은 남녀의 금슬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한자어 궁(宮)은 ‘집’을 뜻하지만 남녀의 생식기를 의미하는 말로도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여성의 자궁(子宮)이나 역사가 사마천 받아야했던 궁형(宮刑) 등이 그렇다. 사족을 달자면 남녀의 생식기가 서로 맞아 조화를 이루어야 부부 금슬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궁합은 비단 남녀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식에도 있다. 아마 동물과 식물을 합한 최고의 궁합 식품이라면 바로 닭과 인삼을 섞은 삼계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상들의 지혜와 과학이 녹아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의 음식이다.

일년 중 3번의 더운 시기가 찾아 온다. 초복, 중복, 말복을 일컬어 가장 더운 날을 삼복더위라고 한다. 오늘이 바로 말복이다. 더위의 최후의 발악이라고 할 수 있다.

복날의 날씨가 너무나 덥기 때문에 선조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들고 산속이나 계곡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서민들은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삼계탕을 먹으며 무더운 여름을 이겨냈다.

‘영계’라는 말을 많이 쓴다. 나이가 어린 이성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남성 쪽에서는 ‘나이 어린 여성’을, 여성 쪽에서 쓰면 ‘나이 어린 남성’을 가리킨다. 젊고 팔팔한 닭이라는 이야기다. 건강과 청춘의 상징이다. 성적인 면을 노출하고있는 단어이지만 과히 듣기 싫은 말은 아니다. 우리의 전통 식품인 삼계탕에서 유래된 단어다.

‘영계’라는 말은 합성어다. ‘젊다’라는 뜻의 ‘영(young)’과 닭을 뜻하는 ‘계(鷄)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이 말이 자리잡은 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는다. 미국의 영어가 끼친 영향이다. 그러나 우리의 음식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불고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이다. 그러나 삼계탕도 그에 못지 않다. 어린 닭에 인삼과 마늘 대추, 찹쌀 등을 넣고 물을 부어 푹 고아서 만든 요리다. 원래는 계삼탕(鷄蔘湯)이라고 불렀다.

여름철의 대표적인 보양 음식인 삼계탕의 영계는 원래 ‘연한 닭’이라는 ‘연계(軟鷄)’에서 비롯됐다. 병아리보다 조금 큰 닭이다. ‘약병아리’라는 말로도 표현했다. 백숙으로 고아서 ‘영계 백숙’이라고 했다. ‘연’이 ‘영’으로 변한 것이다.

‘하얗게 끓이거나 삶는’ 것을 의미하는 백숙(白熟)’은 원래 고기나 생선을 요리할 때 아무런 양념도 넣지 않고 순수하게 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꿩과 오리도 여기에 해당된다. 따지자면 다른 것을 섞지 않은 오리지날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삼계탕은 우리 몸에 보양과 보익(補益)을 시키기 때문에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한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닭고기에는 독이 약간 있으나 허약한 것을 보호하는데 좋다”고 기술했다. “털빛이 붉은 닭고기의 기운은 심(心), 신(腎), 그리고 폐(肺)로 들어가는데 모두 간(肝)으로 돌아간다”고 썼다. 아미노산이 쇠고기보다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최고의 단백 식품이다.

삼계탕을 끓일 때는 들어가는 재료도 중요하지만 돌솥이나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들어가는 인삼, 대추, 황기 등은 우리나라에서 자라나는 한약재다. 그래서 삼계탕은 ‘약과 식품은 같다’라는 약식동의(藥食同議)의 개념이 짙게 배어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더위가 절정이다. 불쾌지수가 최고로 올라간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처럼 뜨거운 삼계탕으로 더위를 식혀보면 어떨까? 오히려개운한 느낌이 들고 영양적인 면에서도 만족할 수 있다. 덥다고 삼계탕을 식히거나 차갑게 해서 먹는 우(愚)를 범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