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몸의 혈관도 마찬가지다. 혈관의 폭은 제한이 되어 있는데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다 보니 너무 많은 영양소를 나르게 되고 중간에 떨어지는 것들도 있고 어느 곳에서는 길이 막혀 버려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일도 발생한다. 고속도로에서의 병목 현상과 마찬가지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을 분해하는 시스템에 무리가 와서 효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과하게 공급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소위 말하는 염증이 발생되기도 한다.
염증은 과부하로만 생기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의 씀씀이를 어떻게 가꾸어 나가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가 있다.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에 시달리면 자연 이런 흐름의 성향도 영향을 받아 염증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일이다. 염증은 어떤 자극에 대하여 생체조직이 일으키는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이 변질되거나 순환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한자에서는 불화(火)가 두 개로 이루어진 말로 그만큼 무리한 현상이 불처럼 타오른다는 말이다. 약이 때로는 염증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나 너무 빠르게 치료하려하다 보면 멀쩡한 다른 세포에도 공격을 하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가 있어 이것이 반복되면 염증으로 인한 질병이 또 다른 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 몸의 질병은 대부분이 염증이다. 그것이 어느 위치, 어느 조직에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병명을 붙인 것이 아닌가 싶다.
특정 음식을 많이 섭취하다 보면 해당효소의 생산에 과부하가 걸려 인슐린의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당뇨라는 질병으로까지 발전된다. 음식 섭취가 충분히 많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우리 몸속의 혈관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도록 놓아둔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식을 하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든가 가끔 단식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좁은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보면 비만이나 질병은 우리 마음을 다스리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차분하게 명상 속에서 주워진 것에 대하여 충족함을 느끼며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려는 노력이 바로 건강을 향한 출발점인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