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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고속도로가 막힌 것과 같은 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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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고속도로가 막힌 것과 같은 과식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
명절이 되면 항상 부딪히는 문제는 고속도로상에 늘어선 귀성행렬이다. 해가 바뀌어도 하이패스로 모두 다 고친다 하더라도 결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문제는 도로의 폭이 충분하지 않은데 반해 수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의 심리가 모두가 한결같기 때문에 부모를 만나려는 일이나 조상께 인사를 가야 하는 인륜지사를 거르기 어려워 일어나는 일이다. 도로의 폭을 넓힐 수 없다면 적정량의 차량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우리 몸의 혈관도 마찬가지다. 혈관의 폭은 제한이 되어 있는데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다 보니 너무 많은 영양소를 나르게 되고 중간에 떨어지는 것들도 있고 어느 곳에서는 길이 막혀 버려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일도 발생한다. 고속도로에서의 병목 현상과 마찬가지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을 분해하는 시스템에 무리가 와서 효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과하게 공급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소위 말하는 염증이 발생되기도 한다.
염증은 과부하로만 생기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의 씀씀이를 어떻게 가꾸어 나가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가 있다.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에 시달리면 자연 이런 흐름의 성향도 영향을 받아 염증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일이다. 염증은 어떤 자극에 대하여 생체조직이 일으키는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이 변질되거나 순환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한자에서는 불화(火)가 두 개로 이루어진 말로 그만큼 무리한 현상이 불처럼 타오른다는 말이다. 약이 때로는 염증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나 너무 빠르게 치료하려하다 보면 멀쩡한 다른 세포에도 공격을 하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가 있어 이것이 반복되면 염증으로 인한 질병이 또 다른 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 몸의 질병은 대부분이 염증이다. 그것이 어느 위치, 어느 조직에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병명을 붙인 것이 아닌가 싶다.

특정 음식을 많이 섭취하다 보면 해당효소의 생산에 과부하가 걸려 인슐린의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당뇨라는 질병으로까지 발전된다. 음식 섭취가 충분히 많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우리 몸속의 혈관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도록 놓아둔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식을 하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든가 가끔 단식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좁은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 세계 인구가 과거 50여 년 전에 비하여 음식 섭취량이 증가 추세에 있고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나라 사람들의 일일섭취량이 하루 필요한 양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비만의 문제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식사나 간식을 한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의 근본적인 문제 중에 하나는 인간이 느끼는 입맛은 높아질 수는 있어도 낮아지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한번 맛있는 것을 먹어 보게 되면 그보다도 더 맛있는 것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입맛뿐만 아니라 시각이나 청각 나아가 촉각도 마찬가지다. 좋은 옷이나 생활용품을 사용해 본 적이 있고 멋진 곳을 가 본적이 있으면 그 보다 나은 곳을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 음악도 아름다운 선율의 세계 정상급의 음악을 듣던 사람이 아마추어의 음악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좋은 차를 타보고 편안한 승차감을 느낀 사람이라면 비좁고 불편한 값싼 자동차를 선택하려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보면 비만이나 질병은 우리 마음을 다스리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차분하게 명상 속에서 주워진 것에 대하여 충족함을 느끼며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려는 노력이 바로 건강을 향한 출발점인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