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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사고는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꾸준한 훈련 통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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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사고는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꾸준한 훈련 통해 개발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63회)]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길러지는 것인가

창의성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창의성 발현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창의성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창의성 발현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창의적 풍토(Climate)와 창의적 태도(Attitude)에 이은 혁신의 마지막 단계는 창의적 사고력(Thinking)의 단계이다. 김경희 교수에 의하면 창의적 사고력은 ION으로 구성된다. 즉 '틀안(Inbox)', '틀밖(Outbox)', 그리고 '새틀(Newbox)'로 구성된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틀(Box)' 안에서 사고하는 것을 '틀안'으로, 밖에서 사고하는 것을 '틀밖'으로, 그리고 전혀 다른 사고틀을 갖는 것을 '새틀'로 정의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창의적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능력과 마찬가지로 연습과 훈련을 통해 계발된다. '틀안' 사고력은 범위가 한정된 틀 안에서 심도 있게 오랫동안 집중해서 지식·기술을 얻거나 평가하는 것이다. '틀안' 사고력은 암기력과 이해력, 그리고 적응력을 주된 요인으로 하는 '틀안 전문성’의 1단계를 거처 근원적 문제를 발견하는 2단계인 '문제 식별력'을 포함한다.

'틀밖' 상상력은 그 틀을 초월해서 한곳에 집중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즉흥적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틀밖'에서 창의적 사고를 하려면 일단 기존의 '틀안' 사고를 벗어나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틀밖' 사고는 아직까지 생각해보지 않은 것, 성공과 실패가 확실치 않은 미지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사고이다. 자신의 현재 '틀안'에 존재하지 않는 사고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틀밖' 사고력의 핵심은 당연히 상상력(想像力)이다.
​창의적 풍토·태도 혁신 마지막 단계
창의적 사고력 '틀안' '틀밖' 새틀 구성

'틀밖' 상상력은 사고력의 3단계인 '착상 창출력'과 4단계인 '잠재의식 이용력'의 두 단계로 구성된다. '착상 창출력'은 다시 유연적 사고력, 융통적 사고력, 그리고 독창적 사고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착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사고가 유연해야 한다. 기존의 '틀안' 사고력에만 의존하고 집착하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경직된 사고를 하기보다는 과감히 다른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독창적 사고를 하는데 과도한 불안감을 느끼지 말아야 독창적 사고를 할 수 있다. 혁신적인 사람들이 종종 '괴짜'라고 놀림을 당하는 것도 바로 자신만이 독창적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독창적 사고가 '얼투당투않은' 생각으로 비친다.

'틀밖' 상상력에는 4단계인 '잠재의식 이용력'이 포함된다. 창의적 사고는 기존의 지식들을 섭력하고 재구성해서 얻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창의적 사고는 자신이 지금까지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통찰(洞察)'을 필요로 한다. 통찰은 지금까지 의식 수준에서는 얻을 수 없는 기발한 생각을 잠재의식에서 끌어내는 능력이다. 그래서 통찰을 다른 말로 '아하!' 경험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 없었던 관계를 새로 깨달았을 때 자신도 모르게 '아하!'하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는 데서 나온 것이다.

'틀밖 상상력'의 단계를 거치면 이제까지의 '틀안 사고력'을 다시 '틀밖'에서 비판하고 검증하는 5단계인 '착상 평가력'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지금까지의 결과를 다시 한번 분석적으로 검토하여 성공과 실패의 원인 등을 분석적으로 해석하는 '분석력'과 새로운 착상들에 대한 성공 가능성과 결과 예측을 가능하게 해주는 '평가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암기력과 이해력 적응력이 주된 요인
전문성 1단계 거쳐 2단계 문제 식별
창의적 사고의 마지막 과정인 '새틀' 통합력은 '틀안 사고력'과 '틀밖 상상력'의 여러 요소를 결합해서 새로운 과정이나 새로운 틀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물이나 정보를 각 부분의 본질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일관성 있는 새로운 완전체로 재결합해서 정교화와 간결화를 통해 정제한 후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홍보하는 사고력이다. 새틀 통합력은 다양한 기법들을 익히면서 향상될 수 있다.

'새틀 통합력'은 먼저 6단계인 '결합력'의 과정을 거친다. 결합력은 마치 개개의 나무들보다는 숲을 보는 것처럼 포괄적인 시각으로 겉보기에는 관련성이 없는 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사고력이다. 결합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4가지 기법을 익혀야 한다. 먼저, '크게 보기 기법'은 세부적인 것보다는 더 큰 맥락이나 체계에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틀 넘기 기법'이 있는데, 이는 예술 분야와 과학 분야처럼 서로 무관한 분야 사이에 전문가들이 교류를 통해 기족의 틀을 넘는 것이다. '패턴 찾기 기법'은 본질을 잃어버리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일 없이 복잡한 착상이나 이미지 또는 정보를 상징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점 잇기 기법'은 서로 무관한 수많은 조각들이 아니라 연결된 전체로 보는 것이다.

7단계는 '정제력(精製力)'의 과정이다. 정제력은 정교화 기법을 통해 부분이나 속성을 첨가하는 한편 간결화 기법을 통해 불필요한 부분이나 속성을 제거하는 사고력이다. 이 과정에는 '정교화 기법'과 '간결화 기법'이 포함된다. '정교화 기법'을 통해 결합된 착상, 기능, 제품을 상세하게 정교화한 다음에 그것을 더욱더 다듬는다. 이 과정을 통해 미묘한 변화를 통해 개선해서 독특함을 이끌어 낸다. '간결화 기법'을 통해 가장 핵심적인 본질만 남기고 방해요소 또는 꼭 필요하지 않은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여러 사람에게 유용하도록 만든다.

새로운 착상 만들려면 사고 유연해야
독창적 사고에 과도한 불안감은 금물

마지막 8단계는 '홍보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수한 창작물을 만들어내게만 하면 혁신가라고 생각하지만 우수한 홍보력이 없이는 혁신은 없다. 다시 말하면 우수한 창작물을 만드는 것은 혁신가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자신의 혁신물을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홍보력이 혁신의 '충분조건'인 것이다. '홍보력'에는 '설득력 기법', '작명력 기법' 그리고 '스토리텔링 기법'이 있다. '스토리텔링 기법'은 자리를 뜰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지어내서 재미있게 나누는 기법이다.

여성은 과연 남성들보다 덜 창의적인가. 노벨 과학상 수상자 가운데 여성은 고작 2.6%에 불과하다. 이 자료를 통해 과연 여성은 본래적으로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김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20세기까지 지속된 가부장제(家父長制) 문화에서는 여성들이 창의력을 키울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과학자 수가 적을뿐더러 노벨상 수상자도 적은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대인들은 2014년 현재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적어도 한 쪽이 유대인이라고 밝힌 노벨상 수상자는 22.6%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대인은 선천적으로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기 위해 많은 유대계 미국인과 면담했을 뿐만 아니라 3년 동안 유대인 가족들과 함께 살기도 했다. 이 연구 결과도 여성들의 창의성과 유사하다. 즉, 유대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들 특유의 '창의 교육'을 통해 창의력을 대폭 증진시킬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왔기 때문에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3회에 걸쳐 김경희 교수의 역작 『미래교육』을 통해 창의성이 어떻게 길러지고 혁신까지 이어지는지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창의성은 한 개인은 물론이고 한 조직이나 국가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저장된 부존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리적으로 관광자원이 풍부한 나라도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대다수의 응집된 창의성 발현만이 앞으로도 계속 선진국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의 밧줄이다. 창의성은 다양한 변인들과 요인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정교한 결과물이다. 단순히 창의성을 높이자는 구호만 크게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창의성을 조장하거나 저해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판단하여 제거하거나 변화시켜야 한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