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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기술기업에 연대보증 폐지 '말 따로, 행동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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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기술기업에 연대보증 폐지 '말 따로, 행동 따로'

산업2부 김철훈 기자
산업2부 김철훈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신한디지털캠퍼스에서 '2019년 제1차 중소기업 금융지원위원회' 회의를 열어 민·관의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범정부 차원의 '제2 벤처붐 확산전략'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이날 회의에서 기술보증기금(기보)은 6개 시중은행과 '예비 유니콘기업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박 장관은 이날 참석한 시중은행장들에게 "어느 때보다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연대보증 폐지 확대와 더불어 신기술을 가진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중소·벤처 기업인들은 박 장관의 의욕적인 행보에 기대와 함께 의구심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도에 있는 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설립 5년차 벤처기업의 대표는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중 운영자금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실사를 나온 중진공 관계자가 "심사를 해보니 기술은 좋은데 재무제표 등 신용이 안 좋아 담보나 연대보증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 기업은 몇 년 전 국토교통부로부터 '건설교통 신기술' 지정을 받은 기술업체다.건설교통 신기술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로 특허보다 취득이 어렵고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진공의 안전판 요구에 회사 대표는 "담보나 연대보증을 설 사람이 있으면 뭐하러 굳이 중진공에 운영자금을 신청했겠느냐"고 반문하며 "기술자금이면서도 기술을 평가하기보단 재무제표 등 수치만 보고 판단하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탄식했다.
'기술은 좋은데 담보가 필요하다'는 말이 과연 기술의 미래가치를 보고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중소·벤처기업 지원 정책자금의 집행 실무자가 할 말인지 의아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엔젤투자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제 창업해 성공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고 한다.

창업 경험이 있는 창업가가 이 기업을 심사했다면 현재 시장은 크지 않지만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이 신기술기업 가치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사뭇 궁금하다.

민간 주도로 조성된 미국 창업 생태계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키워가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정책자금 집행 등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일선 실무자들이 자신의 실적과 무사안일을 위해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