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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투자 지원, 돌아서면 사정 칼날'…기업사기 꺾는 '화전양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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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투자 지원, 돌아서면 사정 칼날'…기업사기 꺾는 '화전양면' 정부

경제 어렵자 ‘투자 지원’ 화해 손길...지지세력 싸늘하자 ‘삼성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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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정부가 다시 ‘삼성 군기 잡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재용 부회장 석방’, ‘적극적인 투자 지원 약속’을 통해 삼성에 화해의 손을 벌렸던 정부가 지지자의 여론이 안 좋아지자 최근에는 다시 사정칼날을 들이대는 둥 ‘화전양면(和戰兩面)' 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야 할 정부가 일관되지 못한 시그널링(Signaling:신호)로 기업투자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16일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무실과 삼바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회계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상무가 삼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회계자료와 내부보고서 등 증거 은폐와 조작을 지휘한 정황을 포착하고 증거인멸 지시의 최 윗선을 추적 중이다.

특히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팀장(사장급)과 김태한 삼바 대표 등 고위 임원급 사무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정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재계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이 부회장을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인 15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9개가 추가로 발견됐다며 이 회장 차명계좌들이 개설된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 4개 증권사에 대해 총 12억37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4개 증권사는 금융위에 과징금을 내고 이 회장 측에 구상권을 행사해 충당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의 잇따른 ‘사정칼춤’은 얼마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줬던 ‘화해’ 제스처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방한 환영 오찬', '모하메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 초청' 등 정부 공식 외교행사 때마다 이 부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삼성전자를 정부가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국내 공장을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분위기가 보름 새 완전히 바뀐 것을 두고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경제지표가 나빠지자 삼성을 띄워줬다가 지지세력 여론이 안 좋아 지니까 다시 삼성 때리기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문 대통령이 삼성 공장을 방문한 직후 진보진영에서는 “정부가 재벌 대기업에 의지하는 경제 기조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번 사정을 청와대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의도성이 짙은 검찰수사에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중요한 행사가 있은 직후 늘 검찰이 기업 압수수색을 했다”라며 “검찰은 ‘진행된 일정에 따라 한다’고 하겠지만 의도가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가 어려울 땐 대기업에 손을 벌리다 여론이 나빠지면 기업 때리기로 돌변하는 정부 정책은 기업의 투자의지를 꺾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말로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기업 투자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라며 “기업이 잘못한 게 있으면 수사를 한꺼번에 해서 빨리 매듭을 지어줘야지, 계속 질질 끌면서 필요할 때마다 써먹는 정부 모습은 비경제적 위험요소를 너무나도 키워 다른 기업의 투자의혹을 떨어뜨린다”고 꼬집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