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꽤 오래 전이긴 하나 식약처의 지방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분석 실험 결과가 잘못 분석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이의 재심사를 요청하였으나 허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이런 것을 허용하게 되면 계속 재검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또 하나는 분석한 요원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한 책임자들의 처벌이 뒤따르기 때문에 이것을 막기 위해서 실수를 인정을 하지 않았다. 결국 산업체는 상당한 피해를 보고 말았다. 이번에는 이런 실수가 바로 잡히기는 하였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사람이 실수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 주고, 반복되면 삼진 아웃 제도를 통해서 강력하게 관리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과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한 번쯤 의심을 하면서 이것이 이제까지 누구도 몰랐던 새로운 발견인지 아니면 자신의 실수로 인해서 잘못되어 일어난 것인지 두 가지로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가 있다. 실험을 하면서 시료를 잘못 채취했다든가 또는 시약을 잘 못 만들었다든가 아니면 분석 기계가 오작동이 일어난 것인가를 확인해보고 판단하면 알 수 있다. 이런 절차를 거쳤더라면 이 사고는 발생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산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고 아울러 국민들에게도 불안감을 던져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한 회사에서 과자의 색을 단순히 판정하는 분석 요원이 있는데 그 일만 30년 동안 하다 보니 기계보다도 훨씬 더 잘 하고 있어 어느 날 기계가 잘못 판정한 것까지도 알아낼 정도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일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주변에 이런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공무원들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식품 안전에 관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육성해야 할 때라고 본다. 아울러 공무원은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 관리를 하는 것이라면 전문성을 키워 지도 쪽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산업체나 해당업소를 지도하는 일에도 앞장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