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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헤지펀드 '주주이익 극대화' 논리에 기업 신용등급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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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헤지펀드 '주주이익 극대화' 논리에 기업 신용등급 악화 우려

한국 12개 기업 타깃…자산축소·자사주 매입 결국 기업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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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주주총회 모습. 현대차 등 국내 기업에 불어닥친 주주 행동주의의 바람이 거세다.
[글로벌이코노믹 김환용 편집위원] 국내에 불어닥친 주주 행동주의의 거센 바람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사 등이 이끄는 주주 행동주의자들은 국내 대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기존 경영 방식에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등은 주주 행동주의자들의 이런 압박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을 개선하기 위해 자산을 축소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 등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글로벌 수요가 약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의 신용 등급을 떨어뜨려 경영 상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월말 배당금과 주식 환매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2조6000억 원을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지난해 10월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말 신용 등급 강등 이후에도 주주 이익 환원 면에서 글로벌 경쟁 기업들과 보이고 있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주주 배당금의 지속적인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S&P는 또 지난 1월 SK이노베이션의 장기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주주 배당금 정책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에 자사주 매입과 주주 배당금에 1조9000억원을 지출했다.

박준홍 S&P 글로벌 신용평가 아태지역 한국기업 신용평가팀장은 4일 서울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난 2015년 이후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향이 이어졌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 주도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요 둔화로 인해 올해 실적 저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영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 주주 배당금을 늘리는 조치는 추가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주주 이익을 우선시 해 더 많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추구하는 주주 행동주의는 채권 투자자들을 겨냥한 기업의 경영 여력을 축소시켜 경영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선 주주 행동주의가 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때 신한금융지주와 대우그룹에서 자금 담당을 했던 강성부씨가 지난해 만든 KCGI펀드가 한진그룹을 타깃으로 펴고 있는 활동 목표도 이런 점이 강조됐다.

대한항공 지주 회사인 한진 칼 주식 12%를 매집해 단숨에 2대 주주가 된 KCGI펀드는 횡령과 오너 일가의 전제적 행태에 따른 경영 부실, 계열사에 대한 불합리한 지원과 불필요한 자산 보유로 인한 과도한 부채 비율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비록 좌절됐지만 대한항공 오너 측근으로, 기업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임원을 몰아내려는 시도도 했다.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은 4년 전 삼성그룹을 타깃으로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펼쳤고 이를 계기로 현재까지 적어도 5개의 국내 그룹사들이 이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표적이 돼 왔다.

런던에 본사를 둔 리서치 회사인 액티비티 인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선 비재벌 기업을 포함해 12개 기업들이 행동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2013년엔 이런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환용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