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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 낙하산들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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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 낙하산들 떨고 있니

오영식 코레일 사장 사의 표명,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책임 차원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오형이 그것을 모를 리 없을테고…” 이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지인이 나에게 한 말이다. 내가 서울신문 사장에 도전했던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실제로 2012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나 도전했지만 거푸 쓴잔을 마셨다. 나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서울신문 사장은 역대로 낙하산이 차지했다. 그것을 깨기 위해 도전했으나 결과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낙하산. 한국 사회에 유독 심하다고 본다. 전혀 전문성이 없는 사람도 자리에 앉힌다.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할 리 만무하다. 적당히 자리나 지키면서 대접을 받다가 나간다. 특히 정치인들은 지역구에 더 신경을 쓴다. 그렇지 않은 낙하산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침내 KTX 탈선사고가 터졌다.
강릉선 사고는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책임만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오 사장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그런 측면에서 11일 사표를 냈다. 당연한 순서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번 따져봐야 한다. 그를 사장에 앉힌 사람들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할 수 있다. 애당초 철도에 문외한을 앉혔으니 사고를 방조했다고 할까. 심하게 말해 그렇다는 얘기다.

낙하산은 오영식 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던 사람들이 많다. 기관장을 맡거나 감사, 이사 등 임원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들은 낮과 밤이 다르다. 낮에는 소속 기관에 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정치권 인사 등을 만나 향후 진로를 모색한다. 대부분이 그렇다. 기관장의 경우 법인카드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안성맞춤이다. 이들이 공기업 기관장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영식 사장의 퇴임사를 보자. 오 사장은 이날 "지난 2월 취임사에서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왔으나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사퇴를 표명했다. 오 사장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으로 본다. 철도를 잘 알지 못하는데 사고가 터지니 손을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발만 동동 구르다가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셈이다.

오 사장은 다소 엉뚱한 퇴임의 변도 남겼다. 남탓을 했다. 오 사장은 이번 강릉선 KTX 탈선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방치된 것"이라며 "철도 공공성을 확보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런 문제들이 있었다면 팔을 걷어붙히고 해결하는 게 옳았다. 뜬굼 없는 소리로 들린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에 낙하산을 내려보내면 안 된다. 이들은 사고가 나도 수습을 할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낙하산 전반에 걸쳐 점검을 하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도 남탓만 할 게 아니다. 대통령부터 내탓을 해야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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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