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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활성화에 탈코넥스 봇물…코넥스→코스닥 이전상장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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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활성화에 탈코넥스 봇물…코넥스→코스닥 이전상장의 '아이러니'

애매한 공모가 산정 체제 혼란, 밸류에이션 책정 신뢰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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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손현지 기자] 코스닥 랠리에 탈코넥스 현상이 뚜렷하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혜택의 기대감으로 하위시장인 코넥스에 속한 상장기업들의 코스닥 이전상장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31일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부에 따르면 올해 초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엔지캠생명과학 ▲오스테오닉 ▲아시아종묘 ▲링크제네시스 등 4개 종목이다.

지난해 1월부터 연말까지 코스닥에 진입한 코넥스 출신 기업은 7곳이었다. 스팩합병을 제외한 경우가 4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이전상장 열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넥스 시가총액 2~5위 기업인 툴젠, 하우동천, 노브메타파마, 포인트엔지니어링 역시 코스닥 이전상장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이전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다양한 정책 수혜를 받게 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세제·금융 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는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총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했다. 또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인 'KRX300'를 마련했다.

이같은 정책효과와 코스닥 급등세가 맞물리며 코스닥 이전상장 코넥스 종목들의 주가 급등현상도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업체 링크제니시스 주가는 31일 기준 지난해 말 대비 84.3% 치솟았다. 제약업체 엔지켐생명과학은 53.7% 올랐다. 오스테오닉과 아시아종묘도 각각 29.7%, 6.1% 상승했다.

◇ '허(虛)' 코넥스 패싱 현상…코스닥 진입장벽 완화 정책에 코넥스 부메랑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문제는 우량코넥스기업이 코스닥시장으로 대거 이전하며 코넥스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넥스에 상장한 기업 수는 지난 2013년 코넥스 시장 개장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넥스에 상장한 업체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24곳, 2014년 34곳, 2015년 49곳, 2016년 50곳, 작년 29곳으로 나타났다.

증시호황에도 불구하고 거래대금도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코넥스 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17억9000만원으로, 전년대비 약 27.5% 감소했다. 코스닥 중소형 종목 1개 보다도 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낮은 수준이다. 코넥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실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앞으로 코넥스시장이 후발기업진입으로 정상화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코스닥 활성화정책의 일환으로 코스닥 진입장벽을 낮추며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코스닥에 바로 상장하는 '코넥스 패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발표된 코스닥활성화 대책을 보면 상장 기준에서 계속사업이익, 자본잠식 등의 기준이 완화됐다. 적자 기업도 테슬라 요건, 상장주선인 추천제 등을 통해 성장성 등을 고려해 코스닥에 직상장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옮기는 업체 수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일단 코넥스에 상장하는 업체 수가 많아야 한다"며 "코넥스 활성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업체 수가 증가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한편 코스닥 이전상장시 공모가 산정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금융위의 '증권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공모주 발행 가격을 산정할 때 청약일 3~5일 전 주가의 70% 이상에서 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체계는 대체로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경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약 예정일인 19일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는 올해 들어 70% 가량 치솟은 8만원선을 기록했다. 규정대로라면 발행가액은 5만6000원 이상으로 책정되야 한다.

하지만 당초 엔지켐생명과학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는 2만7000원~3만700원이었다.

예정된 공모가액과 괴리가 커지자 22일 엔지켐생명과학은 공모가 밴드가 4만5000원~7만원으로 상향조정해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해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전 상장 체제가 확고하지 않은 혼란속에서 높은 공모가를 책정해 코스닥에 진입하려는 꼼수 기업들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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