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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진퇴양난에 빠진 최종구 금융위원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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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진퇴양난에 빠진 최종구 금융위원장, 왜?

진보세력 “최 위원장의 금융위원회는 적폐 세력” 공세… 보수세력 “관치금융으로 우리나라 금융은 아프리카 수준” 원색 비난도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가자니 태산이요, 돌아서자니 숭산이라.’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을 때를 일컫는 우리말 속담이다.
태산은 중국에서 험한 산으로 손꼽히고 있고 숭산 또한 소림사가 위치하고 있는 높은 명산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올해 7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지 5개월여 지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금융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려 보인다.

진보 성향의 진영에서는 최 위원장에 대해 ‘섭섭하다’는 내심을 토로하고 있고 보수 성향의 진영에서는 ‘너무한다’라는 원망에 가까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쇄신 분위기에 맞춰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구성했고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 21일 혁신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발표 내용은 삼성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은산분리 완화 반대, 노동이사제 도입 등 진보 성향이 색깔이 두드러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다음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안 대부분을 반박하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반응이 너무 빨랐다고 느꼈다”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금 뜸을 들인 다음 의견을 피력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운함을 그대로 표출했다.

윤 위원장은 “권고안 발표 바로 다음날 한마디로 너무 많이 나갔다고 했다”면서 “전체적으로 부정적으로 말하면 우리도 몇 달 동안 고생해서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당연히 아쉬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참여연대는 최 위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거부한데 대해 “최 위원장의 금융위원회는 적폐”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금융위에 대한 개혁을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바 있다.

최 위원장은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난은 물론 심지어 ‘적폐 세력’이라고 불리우는 수모를 감내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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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보수 성향에 가까운 기존 세력들은 최종구 위원장의 개혁 조치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이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없애고 연임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CEO(최고경영자)로서 책무유기라고 생각한다”며 금융권의 ‘셀프 연임’을 문제삼았다.

셀프 연임은 은행과 같이 특정 대주주가 없는 금융회사에서 조직을 장악한 CEO가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 뒤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손쉽게 연임과 재연임에 나선다는 것을 말한다.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는 심판자의 시각에서 출발했으나 일부 금융권으로부터는 ‘신(新) 관치’라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윤종남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부터 “우리나라 특유의 관치 금융이 선진금융 도약과 규제개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우리나라 금융이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말은 관치 금융 때문에 나온다”는 비난을 듣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13~2014년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재직 시절 KB금융지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 사태’ 당시 원칙을 지키려다 ‘왕따’를 당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최 위원장의 소신이 진보세력이나 보수세력으로부터 동시에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느냐 아니면 두 세력 모두로부터 배척을 당하느냐는 갈림길에서 최 위원장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형국이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