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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놓고 미·중 심리전 돌입…글로벌 금융·외환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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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놓고 미·중 심리전 돌입…글로벌 금융·외환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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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공약으로 내걸었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과 중국 간에는 소리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 행정부의 경제 수장들이 ‘반(反) 중국’ 노선을 공표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가 시기를 지켜보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취임식에 맞춰 홈페이지에 6대 국정기조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과제는 ①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 ②미국 우선 외교정책 ③일자리 창출과 성장 ④강한 군사력 재건 ⑤ 공권력 회복 ⑥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이다.

그간 예고했던 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은 빠졌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재협상이 아니라 아예 폐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보류한 것은 중국을 흔들기 위한 ‘협상 카드’라고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엔화 등 위안화 이외의 통화에 미칠 파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경제장관들은 대중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 미중 간 무역수지 불균형과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경계감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 너무 강하다”는 트럼프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 발언 후 새 정부 경제장관들은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차 확인시켰다.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보호주의적”이라고 비판했고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역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부당하게 관리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지휘하기 위해 신설하는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강경한 ‘반 중국파’로 유명하다.

나바로 교수는 “중국 제품을 살 때마다 소비자들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중국산 제품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1988년 도입된 ‘포괄 무역 경쟁력 강화법’이다.

미국 재무부는 이 법률에 근거해 연 2회(4월·10월) 의회에 환율정책보고서를 제출한다. 무역 상대국의 외환 정책을 평가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환율조작국이란 기준이 매우 모호하며 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역대 미 정권에서는 조작국 지정에 신중을 기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오바마 정부가 지난 2015년 ‘무역 원활화·무역 집행법’을 제정해 대미 무역흑자·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환율개입 등 세 가지를 잣대로 지난해 4월부터 감시 대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감시 리스트에 오른 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독일·대만·스위스 등 6개국이며 이 중 3개 항목에 모두 해당되면 미국이 대응조치를 취하지만 현재 그런 국가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대미 무역흑자는 3500억 달러를 넘어 기준인 200억 달러를 훨씬 웃돌지만 GDP 대비 경상흑자는 2.4%로 기준(3%) 미달이다. 환율개입 역시 위안화 하락을 억제하기 위한 위안화 매수·달러 매도이기 때문에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달러 매수 개입이 아니다.

이 기준으로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불가능하지만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생각은 다르다”고 지적하며 “새 정부의 통상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로스 상무장관이 중국을 보호주의적이라고 지목한 것은 현재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이 미적지근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출범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누차 표명한 만큼 첫날이 아니더라도 머지않아 환율조작국 지정 발표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는 “시장 전문가들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분석해 봐야 사태 추이를 알 수 없다”면서 “올 상반기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