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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광풍’에 한국산 철강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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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광풍’에 한국산 철강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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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수입 내부식성 철강제품을 조사한 결과에 따라 한국, 중국, 인도, 이탈리아, 대만에 3~9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 철강제품에 대해선 최대 47.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 451%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5일 중국 허베이성 이창에 있는 철근 시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최근 세계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광풍이 불면서 한국경제가 이에 휩쓸리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 건수는 31개국, 179건이다. 현재 규제 중인 것은 132건, 조사 중인 것은 47건이다.

주요 수입규제 대상은 철강·금속이 87건으로 가장 많고, 화학공업(48건), 섬유(14건), 전기·전자(8건) 등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는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 글로벌 반덤핑 ‘뭇매’ 맞는 철강업계

최근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과 인도, 중국 등으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잇따라 부과 받으며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중국의 철강 과잉공급으로 인한 저가수출이 각국의 수입장벽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반덤핑, 상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반덤핑이란 외국 특정제품이 자국 가격보다 싸게 수입돼 관련사업이 타격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상계 관세는 수출국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원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의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상계 관세율을 각각 3.89%, 57.04% 등 총 60.93%로 판정했다. 현대제철은 반덤핑 9.49%, 상계 관세율 3.89% 등 총 13.38%다. 앞서 지난달 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에는 각각 64.7%, 38.2%의 관세부과가 결정됐다.

국내 열연·냉연강판에 대한 관세부과 여부는 오는 9월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단 해당 위원회에서 미국 상무부의 결정이 번복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곳은 미국 만이 아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3일을 기해 한국에서 중국에 수출되는 방향성 전기강판(GOES)에 향후 5년 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GOES 제품에는 37.3%의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 측은 이번 조치에 불복할 경우 ‘반덤핑 조례’ 규정에 따라 해당 업체가 행정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제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철강업계가 덤핑 판매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관세결정 배경을 밝혔다.

인도 역시 최근 국내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고 관세율을 확정했다. 예비판정 결과 포스코는 45~55%, 현대제철에는 25~35%의 관세율이 부과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관세 부과대상이 된 한국산 열연강판은 지난해 약 188만2800t이 인도로 수출됐다. 수출액으로 따지면 약 8억5353만 달러(약 9388억원)다.

◇ 국내 철강업계, 관세폭탄 대응방안은?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열연강판 116만t을 수출했다. 금액은 5억4700만 달러(약 6000억원) 수준이다. 포스코는 전체 열연강판 수출물량의 80%를 차지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열연강판에 대해 60%에 달하는 관세율이 적용되면 가격 경쟁력 훼손에 따라 포스코의 대미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실적악화가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재승 연구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해당 제품에 대한 영업이익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국내 철강업계는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불러올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전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선진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포스코는 철강제품의 약 절반을 해외로 수출한다. 무역규제가 확산되면 우리 수출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각국의 수입규제 움직임을 주시하며 현지 철강업계나 통상 당국과의 대화채널을 강화해 사전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관세폭탄 결정에 포스코는 법적대응 등 정면돌파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 무역법원 항소 및 WTO 제소’라는 카드를 꺼냈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포스코가 한국 정부로부터 전기요금과 각종 세제의 특혜성 지원을 받아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철강을 생산·수출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는 사실이 아닌 만큼 WTO에 제소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자동차·조선·기계산업 등 제조업의 근간이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다른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세폭탄으로 철강업 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