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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날개 ‘엔젤스윙’, 드론으로 펼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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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날개 ‘엔젤스윙’, 드론으로 펼치는 꿈

국내이어 네팔 등 개도국 비즈니스 나서겠다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면? 더 나아가 평생의 보람이 될 일자리까지 찾을 수 있다면? 요즘 대한민국 젊은이들 가운데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지난 해 지진을 겪은 네팔에서 드론으로 현지 비정부기구(NGO) 구호활동을 도왔고, 최근 들어 드론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본격화한 청년들 얘기다. 서울대에 재학중인 박원녕 엔젤스윙 대표(26)와 전술이 씨, 서지숙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당초 드론을 만들어 싸게 파는 비즈니스모델을 생각했다가 방향을 바꿨다.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업은 지도제작과 파노라마 동영상 촬영 서비스다.

지난 15일 서울대 대학원 교육연구동. 꼬불꼬불한 복도를 지나면 3평 남짓한 공간이 나온다. 온갖 부품과 공구, 그리고 분해돼 접혀진 고정익 드론, 단정하게 앉아있는 쿼드롭터 등이 보인다. 벽 한쪽에는 엔젤스윙이란 글자가 들어간 이 회사 깃발이 붙어 있다. 이곳이 드론관련 일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네팔 NGO 협력 활동에서 시작해 드론 비즈니스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청년 벤처사업가. 서울대 재학생인 서지숙, 박원녕(대표), 전술이씨(사진 왼쪽부터)등이 그 주인공이다.  3D프린터 공동작업실에서 드론을 펼쳐 보이고 있다.사진=이재구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네팔 NGO 협력 활동에서 시작해 드론 비즈니스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청년 벤처사업가. 서울대 재학생인 서지숙, 박원녕(대표), 전술이씨(사진 왼쪽부터)등이 그 주인공이다. 3D프린터 공동작업실에서 드론을 펼쳐 보이고 있다.사진=이재구기자

그야말로 갓 알을 깬 이 벤처창업 공간은 지난 해 3월 서울대 벤처경영학과의 ‘창업실습론’ 수업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팀을 이뤄 아이디어를 내고 창업아이템을 내놓도록 돼 있었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학생들 팀 가운데 미 조지아공대 교환학생 박원녕씨와 벤처경영학과 전술이씨가 있었다. 4월이 되자 네팔에서 진도 7.8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들은 현지 구호에 도움이 되는 일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경영·재료공학·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도와줄 친구들을 찾았고 엔젤스윙(Angleswing)팀이 구성됐다. 무모하게 보이는 도전이었지만 조지아공대에서 항공우주학을 전공하며 드론클럽 활동을 했던 박씨의 경험은 드론제작에 큰 도움이 됐다. 8월 네팔로 날아간 이들은 지진현장 상황파악과 복구에 필요한 정밀 지도를 제작해 제공했다. 드론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고산지 마을에 1kg 상당의 의료품(진통제,주사기,백신)을 실어날라 사람을 살리는 보람도 맛보았다. 젊은 패기와 자신들의 재능으로 시도한 도전이었다.
엔젤스윙팀은 지난 해 네팔에서 발생한 지진 구호활동에서도 일익을 담당했다. 사진=엔젤스윙 이미지 확대보기
엔젤스윙팀은 지난 해 네팔에서 발생한 지진 구호활동에서도 일익을 담당했다. 사진=엔젤스윙

귀국해서는 서울시 협력아래 삼성동 쪽방촌의 지도를 제작하는 봉사활동도 했다. 지도에는 화재시 이 마을의 어느 곳이 위험한지, 눈내린 후 빙판이 되는 곳은 어딘지, 낙상사고 다발지역은 어딘지 등이 손금보듯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이 지도는 서울시와 지역 봉사단체에 제공됐다.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서 그 이상의 활동을 해 나가기란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말이 되면서 박원녕 대표는 저가 드론제작을 하겠다는 사업 방향을 지도제작 및 영상촬영 서비스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 1월 부산 드론쇼코리아는 엔젤스윙의 드론 성능을 뽐내는 장이 됐다. 이 후 활발한 비즈니스 영업활동도 이뤄졌다. 서서히 엔젤스윙의 기량을 인정하고 지도매핑 관련 서비스를 요청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엔젤스윙은 건설회사 등을 중심으로 몇몇 회사를 매핑서비스 고객으로 확보하는 결실을 맛볼 수 있었다.

박원녕 대표는 “공중지도를 촬영해 프로그램으로 계산해 내면 건축 공정 진행시 당초 계산했던 자재량과 일치하는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자재 수급계획에 큰 도움을 줍니다. 터널을 깎아야 한다면 그 부피가 얼마나 될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토공량을 계산해야 하는 이른 바 볼륨 측량의 경우 기존 측량으로 1주일 정도 걸려야 할 작업도 드론으로 단 6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종전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단다.

박대표는 네팔과 한국에서 시작한 드론 활용비즈니스를 개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네팔에 현지 법인을 만들어 현지 우수인력도 고용할 계획이다.

“네팔 지역의 우수한 인력이 그나라 밖으로 유출되고 저가 아웃소싱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 인력을 고용해 현지사업을 할 겁니다.”

박대표는 엔젤스윙의 R&D부서도 현지로 옮겨 갈 생각까지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9일 ‘아이타스’란 이름으로 법인등록을 마친 엔젤스윙은 개도국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이들 국가에서 선행도 하면서 또다른 비상(飛翔)을 준비하고 있다.

박대표는 "이익의 10%는 개도국 돕기에 지원할 겁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