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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이미지를 주는 코끼리 통해 지친 삶에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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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이미지를 주는 코끼리 통해 지친 삶에 활력

[전혜정의 미술이 있는 삶(58)] 코끼리가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단맛, 쓴맛, 짠맛 등 다양한 경험

여러 가지 코끼리 모습으로 표현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들 조합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 만들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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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작 인연,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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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작 진정한 휴가, 50x72.7cm, 2013
우리에게는 지치고 힘들 때 위안을 받는 존재가 있다. 때로는 가족이, 때로는 친구가, 때로는 반려동물이 그러하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밝은 햇살, 땀을 씻는 바람, 푸른 하늘과 청량한 나무들도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아니 사실 그러한 존재들이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그러한 존재들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위안을 이끌어내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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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작 Angel on my shoulder, 97x162cm, 2015

권수현은 스스로의 위안을 위해, 타인의 위안을 위해 코끼리를 그린다. 작가는 늦은 나이에 미대에 편입해 새로운 과제에 지치고 힘들 때 우연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에르메스의 광고에서 코끼리 이미지를 보고 깊은 매력을 느껴 코끼리를 그리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코끼리는 여러 문화권에서 좋은 의미로 통용된다.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태몽으로 흰 코끼리의 꿈을 꾸었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흰 코끼리가 신성함을 상징한다. 인도의 신 가네샤(Ganesa)는 코끼리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데, 가네샤는 ‘군중의 지배자’라는 뜻으로 지혜와 부의 신으로 숭배되고 있어, 가게에 가네샤 상을 두거나 개업 시에 선물하기도 한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는 힘과 인내를, 중국에서는 행복과 행운, 장수를, 태국에서는 용기와 관용, 영광을 상징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코끼리는 동물원의 아이콘적인 동물이자 자주 볼 수 없고, 애완동물로 키울 수 없으면서도 그 덩치에 비해 순한 이미지 때문에 매우 친근하게 여기는 동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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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작 바람이 분다, 2015
권수현은 처음에 코끼리의 이미지에 매력을 느꼈고, 덩치가 큼에도 모든 동작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연함과 겁이 많고 정이 많은 코끼리의 성격이 본인과 닮았다는 데 더 애정을 느꼈다고 한다. 권수현이 그리는 코끼리는 작가 자신이자 작가의 주변인이기도 하며 우리에게 보내는 작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권수현의 코끼리는 수많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흡사 요즘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힐링 컬러북처럼 각 조각이 수많은 색으로 칠해져 있다. 17세기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이 빛의 스펙트럼과 색의 스펙트럼을 발견했을 때보다 지금의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색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권수현은 그 모든 색을 다 작품에 사용하고 있다. 권수현의 색채는 초록색, 붉은색, 노란색 등의 자연에 존재하는 색뿐 아니라 형광색과 같은 인공적으로 온통 작품을 채운다. “색에도 성격이 있다”며, 색을 통해서 다사다난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거의 모든 색을 다 사용한다는 작가에게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유사색 대비나 강렬함과 활기를 주는 보색 대비 등은 화면 속에서 자유롭게 제색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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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작 백만장자, 60.5×60.5cm, Gold, Acrylic on canvas, 2012
세밀한 붓으로 그려나간 금색 테두리와 그 안을 세심하게 메운 화려한 색감은 흡사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했던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을 닮았다. 그러나 권수현은 장식적인 문양과 아름다운 색감에 코끼리와 주변 조력자를 등장시켜 끊임없이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유쾌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백만장자’는 부의 상징으로서의 코끼리가 코끼리의 부를 위한 여러 존재들과 함께 존재한다. 타로 카드의 황제와 코끼리 아래쪽의 일벌, 주변을 날아다니는 요정들은 완벽한 부의 상징으로서의 ‘백만장자’가 단지 하나의 능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왕관을 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코끼리는 그러나 스테인드글라스나 도자기 조각처럼 쉽게 부서질 듯 보인다. 코끼리 뒤의 회색 벽에도 벌써 금이 가있다. 백만장자는 모두의 꿈이자 염원이지만 우리는 줄타기를 하는 코끼리처럼 매순간 우리의 부를 위해 노력하고 그 부를 지키는 사람들을 잊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단맛, 쓴맛, 짠맛 등 여러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러한 경험과 그에 대한 기억을 각인시키고 싶어 자신과도 닮은 코끼리를 다양한 패턴으로 표현했다는 작가에게 부서질 듯 아름다운 코끼리의 모습은 지치고 상처받은 우리의 모습이자, 또한 이를 위로해주는 모습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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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작 아름다운 시작, 65x100cm, Gold, Acrylic on Canvas, 2013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 코끼리를 그린 ‘아름다운 시작’에서 우리는 코끼리의 두려움과 설렘이 가득한 눈빛을 읽는다. 붉은 화면 가득 금색의 길이 그려져 있다. 금색으로 수놓아진 길은 아기 코끼리의 앞날에 밝게 빛나는 미래를 펼쳐주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다. 뒤뚱거리는 코끼리는 화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코끼리의 엉덩이 일부는 화면에서 잘려나갔다. 어린 아이를 순간적으로 포착해서 찍은 사진의 한 장면처럼 이러한 화면 구성은 코끼리의 발걸음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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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작 초심, Gold, Acrylic on Canvas, 2015
목욕하는 아기 코끼리를 그린 ‘초심’에는 아기 코끼리의 천진한 물장난을 지켜보는 두 인물이 있다. 타로카드의 정의 이미지와 뒷모습 다리부분만 보이는 앨리스의 모습에서 우리는 아이가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심정을 읽는다. 권수현은 명화, 타로카드, 대중문화 등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세밀한 붓으로 일일이 조합한 이미지의 여러 패턴들을 색칠하는 권수현은 섬세한 색칠의 과정을 통하여 ‘힐링’되는 경험을 느낀다고 한다. 화려하게 정돈된 권수현의 코끼리를 보며 그 장식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도 ‘힐링’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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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작 청혼, 2014
“그림은 인격성과 활기(animation)의 낙인이 찍혀져 온 사물이다. 즉 그림은 물질적이면서 동시에 가상적인 육체를 전시하며, 때로는 말 그대로 때로는 비유적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언어가 건널 수 없는 심연’을 넘어서 말없이 우리를 되돌아본다. 그림은 단지 표면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과 마주보고 있는 얼굴을 보여준다.” 미술사학자 W.J.T. 미첼(Mitchell)의 설명처럼 권수현의 코끼리 그림은 그 인격성과 활기로 우리에게 얼굴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최초의 그림이 동물의 피로 동물을 그린 것일 것이고, 최초의 종교는 자연세계를 신비한 것으로 여기는 토테미즘(Totemism)일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처럼, 권수현의 코끼리 그림은 작가 자신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첫 수단이고, 이를 통해 본인이 느끼는 치유의 힘을 전달하고자 하는 믿음과 긍정의 메시지인 것이다. 삶은 여러 맛과 여러 색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눈부시게 반짝이지만 부서질 듯 섬세해 보이는 금빛 화려한 코끼리가 우리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이다.

○ 작가 권수현은 누구?

세종대학교 및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권수현은 200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 입선 및 아시아프(ASYAAF) 입상, 2009년 경향미술대전 입선, 2010년 단원미술제 입선, 2011년 단원 미술제 입선, 2011년 서울옥션 커팅엣지 작가 선정 등 다양한 수상경력으로 화려하게 미술계에 데뷔했으며, 2013년 가나 컨템포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여러 그룹전과 홍콩 경매에 참여했다. 코끼리를 이용한 뚜렷한 패턴과 일부 실제 금을 사용하기도 하는 화려한 색감으로 미술시장에서 각광받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권수현은 2002년 작고한 탤런트 고(故) 남성훈씨의 딸로도 알려져 있다.

○ 필자 전혜정은 누구?
미술비평가, 독립 큐레이터. 예술학과 미술비평을 공부했다. 순수미술은 물론, 사진, 디자인, 만화, 공예 등 시각예술 전반의 다양한 전시와 비평 작업, 강의를 통해 예술의 감상과 소통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창작자와 감상자, 예술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아트씨드프로젝트(ART Seed Project): 시각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민대 대학원 등에서 전시기획, 미술의 이해 등을 강의하고 있고, 매일경제 TV <아름다운TV갤러리>에 미술평론가로 출연중이다.

전혜정 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