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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품 향기 성분의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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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품 향기 성분의 새로운 가능성

이성준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
이성준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
사람의 감각기관은 몸에 도움이 되는 것을 쉽게 획득하고, 위험하거나 해로운 것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도록 예민하게 진화되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여러 가지 감각 중 후각과 미각은 식품과 특별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감각이다. 우리가 매일 식사 시간마다 음식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것은 삶의 일부이며, 식품산업과 외식산업에서는 사람의 후각과 미각을 보다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새로운 식품이나 메뉴를 개발하는 데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맛과 향에 대한 인간에 대한 갈망은 때로는 역사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는데, 유럽 국가들이 후추무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전쟁을 치르기도 했고, 향신료 무역을 둘러싼 육상 운송로를 장악하려는 아랍권과 유럽국가의 대립은 십자군 전쟁의 한 원인이 되었으며, 향신료를 얻기 위해 인도항로를 개척하던 중 미국 대륙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미각과 후각을 즐겁게 자극하는 식품의 위력은 강력하고 본능적이며 때로는 중독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좋아하는 맛과 향은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려는 본능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짠맛이나 단맛은 소금이나 당분과 같이 조직과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를 탐지해서 몸 안에 공급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과도한 섭취는 만성질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소금이 금처럼 귀했던 고대의 성경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사람이 짠맛을 좋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 등 미각으로 구별할 수 있는 맛의 종류는 제한적인데 반해 후각은 훨씬 복잡한 감각이다. 사람의 경우 후각을 통해 수만 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냄새 성분은 코의 후각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후각 수용체를 통해 인지되는데 후각 수용체만 해도 약 400종 가량이 존재하며 한 가지 냄새 성분이 여러 개의 후각 수용체에 결합해 종합적인 신호가 뇌에 전달되어 냄새에 대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같은 냄새라도 농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농도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수의 후각 수용체에 결합해서 더 강한 신호를 뇌로 보내기 때문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맛이 좋은 음식이 향기도 좋은데, 이는 미각과 후각은 함께 상호작용하고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는 향기성분도 함께 섭취를 하고, 코로 냄새만 맡아도 폐를 통해 향기 성분이 혈액으로 직접 전달되기도 한다. 즉, 후각도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선별해 내는 작용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몸의 건강 유지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향기성분에 대한 건강 효능은 주로 두뇌기능을 조절하는 아로마테라피 연구와 응용이 되어 왔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건강효능이 있는 식품 성분이 좋은 향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카레를 비롯한 여러 가지 향신료 성분의 건강 효능을 비롯해서 허브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의 경우에도 콜레스테롤이나 혈당을 조절하는 일종의 천연 호르몬 역할을 하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코의 상피조직에만 존재하는 줄 만 알았던 후각 수용체가 최근에는 몸의 각 부분에 널리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즉, 코에서 냄새를 맡는 기능을 하는 후각 수용체 단백질이 사실은 우리 몸 곳곳에서 존재하면서 우리가 섭취한 식품의 향기성분이 호르몬과 같이 생체기능을 조절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향기를 내는 성분이 몸에도 좋을까? 답은 아마도 예스. 이를 이용해서 향기성분을 농축해서 비타민처럼 섭취하거나, 몸에 붙이는 패치 등을 이용해서 향기 성분을 몸 안에 공급해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도 하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르겠다.
이성준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