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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의 의학소설(10)]의술 향한 열정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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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의 의학소설(10)]의술 향한 열정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정경대의 의학소설(10)] 생명의 열쇠

2. 혼란의 시간들

의술 향한 열정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소산의 의혹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워낙 몸이 부실한 탓에 해마다 종합검진을 빠지지 않았다. 게다가 불과 두 달도 채 안 된 전에는 종합병원에 가서 단층촬영도 하고 내시경검사까지 받았다. 한데도 의사는 신경질환이란 가벼운 진단만 내렸다. 그러고 보면 첨단기계란 것이 병의 원인은 아예 진단조차 못하고, 병의 결과는 잘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믿기가 어려웠다. 어머니의 위장에 진작부터 암이 발생했는데도 기계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성적 판단보다 카메라가 비추어 주는 현상만 보고 판단하는 의사의 오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참! 의술이란 것이 이러니 내가 아프면 누굴 믿고 몸을 맡겨야 하나?”

소산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 참! 오빠 그 있잖아. 아버지와 친하셨던 스님, 진여 스님이든가, 왜 진맥을 잘 하신다는 그 스님 말이야. 지금도 저 너머 암자에 계실 걸? 그 스님 만나보면 오빠가 생각하는 것 알 수 있지도 앓을까?”

수민이 길을 걷다가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화들짝 놀란 시늉으로 말했다.

“응 그렇구나! 여태 그 스님을 왜 생각 못했지?”

진여 스님은 생전의 아버지와 죽마고우와 같은 사이였다. 의사인 아버지도 자주 묻고 배우기도 할 만큼 의술에 능통한 보기 드문 승려였다. 그런 분을 까맣게 잊고 허둥대기만 했으니 병원만 믿었던 때늦은 후회감이 막심했다.

“오빠, 그 스님이 아무리 신통해도 설마 말기위암을 고칠 수가 있겠어?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도 아닌 다음에야”

“그래도........누가 알겠니? 진단만 잘 했으면 병이 깊어지기 전에 고칠 수도 있으니까……. 하여간 스님을 한 번 만나 봐야겠어! 뵌 지도 오래 되었고 인사도 할 겸.”

“나도 같이 갈까?”

“피곤할 텐데 그냥 집에 있으렴. 스님이 진맥도 잘 하시고 약도 잘 쓰시니까 이것저것 물어 볼 게 많아 그리고 49제도 부탁하고.”

“역시 오빠는 아버지를 닮아가는 봐.”

“글쎄다!”

소산은 꼭 의술을 배우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의 생각은 약초가 생업인 만큼 기왕이면 진맥도 좀 배우고 상식적인 몇 가지 병 정도는 치료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가볍게 생각했던 그 마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무엇에 가로막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때를 기다려왔던지 생각의 말미에 불현듯이 의술을 향한 열정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그 중에서도 곱던 땅에 불쑥불쑥 흉측하게 솟은 독버섯 같은 암 덩어리를 어머니 몸속에 자생시킨 존재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은 열망이 걷잡을 수 없었다. 그것이 설사 저주의 신이었건 혹은 그리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운명이었건 그 존재를 찾아내지 않고는 암 같은 한이 가슴에 맺힐 것 같았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