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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소비자협동조합 노달순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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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소비자협동조합 노달순 이사장

"착한 가격으로 공정거래 모두가 윈윈하는 모델 될 것"

[글로벌이코노믹=이진우기자] 우리나라의 자동차 소유자는 1300만명, 자동차 매매 종사자는 5만여명에 이르며, 매매 사업자(상사)만 6000개 넘는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포함한 많은 자동차 인구임에도 국내 자동차 거래 문화는 대기업 완성차 중심의 공급자 위주로 형성돼 있다.
그마나 중소 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돼 오던 국내 중고차 거래시장도 중소업체 중고차 중개상(딜러)의 불공정거래 성행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었고,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중고 자동차 시장의 구도를 소비자와 유통업자(딜러), 상사(사업자)가 연대해 ‘착한 가격’과 ‘공정거래’로 재편해 보자는 움직임이 올해 초 태동하면서 자동차업계와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름아닌 지난 2월 19일 출범한 ‘자동차소비자협동조합’(이하 자소협·ACC:Automotive Consumer Cooperatetive)이 태동의 진원지다.

개방성과 민주주의, 참여 등 원칙에 소유와 경영의 공유를 내세운 협동조합 정신에 입각한 자소협은 조합원간 상부상조 정신을 바탕으로 자동차 관련 소비자-종사자-사업자가 삼위일체 되어 공정한 자동차 소비생활 실천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탄생했다.

자소협의 초대 수장을 맡은 노달순 이사장을 지난 13일 서울 강남 중고차매매시장 내 조합 사무실에서 만나 자소협의 설립 의의와 사업 비전을 들어 봤다.

-자소협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자소협에 가입하면 소비자(조합원)가 원하는 자동차에 관한 소모품부터 모든 제품을 안심하고 ‘착한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소비자와 중개상(딜러), 사업자가 조합원으로 한 네트워크를 형성,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리라 본다.

가령, 자동차 광택, 타이어 교환 하고 싶을 때 비용이 통상적으로 30만원이지만 자소협 조합원이면 3분의 1 수준인 10만원의 균일가로 적용된다. 판금이 필요하거나 전면유리 교체할때도 시중의 25만~30만원(국산차 기준)의 비용보다 훨씬 싸게 할 수 있다.”

-자소협의 협동조합과 기존의 협동조합은 어떻게 다른가


“기존에 산업별로 주무 부처가 관장하는 8대 협동조합 법령들이 있었다. 제조업은 제조업대로, 식품업이면 식품업체끼리 뭉쳐 개방성(조합 가입), 민주주주(1인1표 의결권) 등의 원칙 아래 상부상조 취지에서 협동조합이 활동해 왔다. 하지만 협동조합운동에 대한 대중의 인식 부족 등으로 기껏해야 한살림, 아이쿱(i-coop) 등 먹을거리 위주의 생활협동조합만 대중적으로 알려졌을뿐 국내에서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기업, 주식회사 일변도의 이익추구 기업 운영에 따른 소비자 보호 를 위한 시민사회의 운동이 커지면서 협동조합을 원하는 요구가 커졌다.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 시행됨으로써 국내에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운동이 시동에 들어갔다.

자소협도 세계최초로 자동차생활 혁신, 착한 소비, 착한 거래, 일자리 창출, 소비자 권익보호 등 5대 사업을 내걸고 지난달 발족하고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구체적으로 자소협의 출범 의의는 무엇인가


“협동조합을 특정 산업이나 집단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가 아니다. 가령 자동차의 경우 한국자동차협회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이익단체들이 많다. 자소협은 말 그대로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자동차 일을 하는 종사자들이 서로 모여 상부상조 정신 아래 소비자나 종사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조합의 건전한 이익을 도모하는 조합이다.

사실 그동안 자동차 대기업이나 완성차 생산자 중심의 협단체들은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요구사항들을 서비스하지 않았다.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4대 산업축이다 보니 대기업이 원하는 대로만 진행돼 왔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은 옵션이 많이 달린 비싼 차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수요와 관계없이 자사 수익성만 고려, 신차 출시와 함께 오래된 차들은 단종시켜 버린다. 차를 오래 이용하는 소비자로선 날벼락인 셈이다. 최근에 대기업들이 경차를 앞다퉈 내는 것은 큰 차가 하도 안 팔리니까 경차 판매로 해소해 보려는 전략이다. 애초에 소형 경차의 선호도가 높았음에도 대기업들은 많이 만들지도 않았고, 크게 홍보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결코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자소협은 소비자(조합원)가 원하는 차 제품을, 종사자(조합원)가 생산판매하는 제품으로, 조합원이 만족하는 착한 가격으로 제공해 주자는 취지다. 그럼으로써 참여 조합원들이 서로 그 혜택을 누리고, 자동차 공정거래에도 기여하는 회사를 만들자는게 자소협의 꿈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과거처럼 대기업에 끌려다니지 않고, 경제의 주체로 나선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외국에선 협동조합운동이 잘 운영된다고 들었는데.


“자소협 이사장을 맡기 전에 근 2년 반 동안 캐나다에서 생활했다. 그 곳에 있으면서 북미지역 금융회사 4위에 오른 금융 협동조합을 알게 됐다. 업력만 100년에 이르는 이 금융 협동조합의 이사장이 한 말이 기억에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한 조직으로 기존 기업들의 과거 폐단을 과감히 없앴고, 세계적 금융위기도 극복했다. 여전히 조합 창립 때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취지를 저버리지 않았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이었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덧붙이자면 캐나다에 가서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을 중고차들이 버젓이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1960~70년대에 얼마 남지 않은 몽당연필을 다시 볼펜대에 끼워 쓰는 절약정신을 잃어버린지 오래였지만, 선진국이라는 외국에선 여전히 하나의 생활문화로 남아 있더라. 우리가 아껴 쓰는 문화를 너무 빨리 잊어버렸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더라. 우리나라도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복지사회로 갈 수밖에 없는데, 복지에 드는 사회적 재원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온국민이 아껴 쓰는 근검절약 정신이 절실하다. 자동차의 경우도 오래 타고 다녀야 하고, 차의 품질도 높아져 중고차 성능도 좋아지고 있다. 중고차를 적극 사용하는 자동차 생활문화로 가야 한다.”



-자소협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한마디로 복합조합이다. 자동차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자동차 일을 하는 딜러와 정비업체 등 사업자가 같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신차보다는 중고차에 국한된 소비자 및 종사자의 권익 보호 및 공정거래를 위해 조합원들이 뭉쳤다.

중고차 협동조합으로 나선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신차의 경우, 많은 소비자보호단체 및 협회가 생겨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중고차를 국한시켜 본다면 소비자들이 똘똘 뭉쳐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종전의 중고차 딜러 및 사업자들이 고객을 속이고 부정한 제품을 팔거나, 바가지 요금을 덤터기 씌우는 행태를 일삼아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한 국민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꿔놓았고, 그로 인해 중소업체 중심의 중고차 시장을 다 죽여버렸다. 또다른 원인은 이런 틈새를 타고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을 비집고 들어와 완전 잠식해 버렸다는 것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신차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고차 판매량이 연간 326만대인 반면에 신차는 연간 147만대로 중고차가 2.2배 더 많다. 중고차 판매량이 신차보다 1.4배 많은 일본보다 더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중고차 시장의 종사자들이 지난 40년간 그릇된 사업 행태를 버리지 못해 매출규모는 늘었지만 종사자들의 수익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로 중고차 시장에 늦게 진출한 대기업의 실적은 급성장하고 있다. 가령 S기업은 5년 사이에 중고차 매출이 50억원에서 5500억원으로 무려 100배나 늘었다. 기존의 중고차 매매상들은 그동안 2배 올렸을까 할 정도이다. 또한 H회사는 매년 50만대를 출고하는데 엄청난 숫자이다. 안타까운 점은 H기업의 실적을 올려주는 장본인이 바로 강남 등 전국의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이란 사실이다. 중고차 시장을 대기업이 야금야금 뺏아가도록 하는데 중소 사업자들이 한몫했다는 아이러니를 빚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K기업 등 일부 대기업들도 곧 중고차 시장에 새로 진입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기존 사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저간의 환경이 자소협을 태동시킨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대기업 공세에 맞설 자소협의 대안은 무엇인가


“자소협은 중고 자동차의 공정거래를 위한 4대 캠페인을 적극 진행할 예정이다. 즉, ▲착한 상사(자동차 매매) ▲착한 할부(중고차 할부금융) ▲착한 보험(자동차보험) ▲착한 정비(자동차 정비) 등 4개 서비스 분야에서 ‘착한 가격’의 ‘공정 거래’를 전개한다.

최근 언론에서 이슈화시키고 있는 중고차 거래 문제점이 중고차 할부와 자동차 보험 서비스이다. 할부의 경우, 할부사들이 연 24%에 이르는 고금리를 적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어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자동차 보험도 거래 단계별로 보험료율이 달라 시정을 위해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할 정도로 개선의 여지가 많다.

자동차 정비 역시 표준정비 요금의 데이터베이스나 지침이 없어 자동차 보험사의 손해율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보니 소비자가 예상 견적을 뽑을 수 없고, 정비소는 이를 악용해 바가지 요금을 뒤집어 씌우는게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자동차 매매는 앞에서 언급한 딜러나 사업자의 잘못된 관행으로 소비자에 불이익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중고차 관련 주요 네 가지 서비스를 자소협이 주체가 되어 올바른 거래와 적정한 가격 시스템으로 개선, 전화시켜 소비자인 조합원을 이롭게 하고 그에 따른 가치비용을 절감시켜 주자는 캠페인을 하겠다는 게 우리 캠페인의 취지다.

할부와 보험은 협동조합이 직접 취급할 수 없는 서비스인 만큼 신뢰할 만한 전문 금융업체와 제휴해 좋은 상품을 개발, 판매할 생각이다. 결국 소비자 조합원에겐 중고차를 싼 값에 공급하고 품질 및 서비스도 보증해 주는 혜택을 제공해 준다. 또한 사업자 조합원도 신뢰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판매가 보장되는 만큼 매출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상생의 효과도 있다.

또한 자소협은 착한 거래 캠페인을 통해 30조원에 이르는 중고차 시장의 매출 중 지하경제에 묻힌 부분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양성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전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는 세계적인 공정무역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움직임으로 봐 주면 고맙겠다.”

-오는 6월에 자소협 주최로 중고차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6월 8~9일 이틀동안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13 한국 중고차박람회’가 열린다. 기존에 중고차 박람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수입차 홍보를 위한 성격이었다. 따라서 이번 자소협의 중고차박람회는 사실상 국내 첫 중고차 박람회인 셈이다. 중고차 300여대가 전시되며, 자동차용품 유통점 170개 업체가 참가해 예상 관람객만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박람회는 국내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자는 취지도 있어 5만명에 이르는 종사자와 30조원의 거대시장을 공식적으로 ‘비즈니스화(사업화)’시키는 행사로 승격시켜보자는 의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