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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면 떡이 되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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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면 떡이 되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한국의 맛-최순자 우리떡 한과 개발연구원장

한국 떡 특질 살리면서 새로운 맛과 모양 개발


제자만 5만명…일흔 셋에도 떡 요리‧디저트 선봬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최순자 우리떡 한과 개발연구원 원장(73)은 떡 업계에서 알만한 이는 다 아는 ‘떡 명인’이다. 우리 떡 본래의 특질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새로운 맛과 모양을 개발한다고 명성이 자자하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부터 요리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콩나물을 주면 콩나물 무침부터 콩나물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리를 해 부모님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관심은 요리에서 서서히 맛있고 예쁘게 빚는 떡으로 옮겨져 60년 동안 떡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특히 최순자 떡 명인은 과거 그대로의 떡이 아니라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새로운 떡을 끊임없이 선보인 덕분에 대통령 표창, 국민총리 표창 등 숱한 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게다가 한국의 떡을 살려내기 위해 일주일에 나흘은 강의에 나서 지금까지 수강한 수강생만 5만명을 헤아린다. 오늘도 떡으로 한국의 디저트와 요리를 개발하고 있는 최순자 명인을 만났다. <편집자 주>

-떡 인생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처녀 때부터 떡을 만들기 시작해 60년간 떡을 손으로 빚어왔지요. 원래는 음식하는 걸 좋아해서 집에서 부엌데기 노릇을 좀 했어요. 콩나물을 사오면 잡채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별의별 걸 다하니까 부모님이 신기해했지요. 저는 음식을 개발하는데 남다른 취미가 있어요. 다년간의 떡 만드는 노하우로 맛있고 몸에 좋은 디저트용 떡을 만들어 호텔에 공급하기도 했어요. IMF오기 전까지 10년간 직원 80명을 데리고 일할 정도로 잘 나갔지요. 그런데 제가 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강의를 하러 다니는 바람에 큰 타격을 받았어요. 사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완전히 정리하고 이번에는 저술과 강의에 매달렸어요. 우리음식연구회 소속 회원 2000명을 중심으로 열심히 가르쳤지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떡 하는 사람은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아요. 떡 만드는 과정을 아무리 자세히 설명하고 가르쳐주어도 어렵다며 자기들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는 우리 전통의 떡 맛이 나오지 않아요. 처음에는 귀찮고 어렵더라도 가르쳐준 대로 따라하고 그 다음에 자기의 독창적인 방법을 개발해 나가야 하지요.”

-떡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던가요?

“떡의 주재료는 쌀 하나인데, 제가 상상하는 대로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오는 게 저를 미치게 해요. 주재료인 쌀과 부재료가 만났을 때 독(毒)이 되는 건 하나도 없고 모두 득(得)이 되는 상생의 궁합이 얼마나 멋져요. 이게 한국 떡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최 명인은 설 대목을 앞두고 한창 바쁜데도 아랑곳없이 강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10여명을 대상으로 하루 8시간씩 특강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영양사는 물론, 다문화가정, 용산 미8군기지에서 강의했고,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떡을 가르쳤다. 강의요청이 들어오면 그는 거절을 못해 무조건 달려간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가르치거나 장사를 하려는 사람에게만 강의를 한다고.

-명절을 앞두고 있는데, 한국의 명절 떡과 중국이나 일본의 명절 떡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상하이에서 태어난 저는 어렸을 때 중국 빵이나 떡을 먹고 자랐어요. 한국의 떡은 달게 하거나 싱겁게 할 수 있는데다가 첨가제를 전혀 넣지 않고도 맛있는 떡을 만들 수 있어 좋아요. 그런데 유통기한이 너무 짧은 게 흠이지요. 요즘은 과일이나 생강, 연근, 인삼, 당근, 도라지 따위를 꿀이나 설탕에 재거나 졸인 전과(煎果)로 꽃을 예쁘게 장식할 수 있어 떡 종류가 더 늘어났어요. 예컨대 무를 설탕에 절이면 건지와 무즙이 나오는데, 건지는 편편하게 썰어 예쁜 꽃을 만들고 무즙은 발효를 시켜 효소로 만들어 떡을 만들 때 사용하지요. 심지어 파와 마늘도 이런 식으로 버릴 게 하나도 없어요. 한국의 떡은 이처럼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다양하게 변주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떡이 쫀득쫀득하고 찰진데 반해 일본 떡은 엄청 달고 부드러워요. 질감의 차이가 크지요. 또 일본 떡은 첨가물로 인해 유통기한이 길어요. 한국 떡은 쉽게 노화가 되어 굳으면 못 먹습니다.”

최순자 명인은 일본이나 중국은 무해한 색소라고 하지만 첨가제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은 전통적으로 자연에서 나오는 색소, 이를 테면 고구마에서 추출한 자색, 차와 쑥에서 추출한 녹색, 백년초에서 추출한 홍색 등을 사용해 예쁘게 떡을 만든다고 자랑한다.

-한국의 떡은 문헌상으로 몇 종류나 됩니까? 그리고 지금 몇 종류가 재현되고 있는지요?

“문헌에는 300여 종의 떡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한국 떡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떡을 계속 계발해 지금까지 1500여 종을 선보였어요. 책을 출판하거나 전시를 할 때마다 시대 변화에 따른 떡을 100여 종씩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식의 세계화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한국 떡의 세계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한국 떡이 몸에 좋은 것은 많이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한국 떡이 세계화 되기 위해서는 떡을 만드는 주재료인 쌀가루가 품질도 좋고 구하기가 쉬워야 해요. 외국에 나가서 한국 떡을 강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하지만, 쌀가루를 구하지 못해 떡을 만들 수가 없다고 불평을 해요. 이 문제가 해결되면 집에서 누구나 떡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세계화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되지요. 한국의 떡은 주재료인 쌀가루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집에 있는 과일이나 야채로 만들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요.”

한국 떡을 홍보하기 위해 최 명인은 일 년에 한두 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방문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한국 떡으로 알려진 송편 만드는 법을 강의한다는 전단을 돌리자 60~70명이 모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현지에서 구한 쌀가루가 한국에서 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배합을 했더니 반죽이 아니라 죽이 되었다는 것이다. 최 명인이 가져간 마른 쌀가루를 섞어 송편 만들기 시범을 보일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는 디저트 문화가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디저트가 없는지요?

“그건 사람들이 잘 몰라서 하는 얘기입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한국 떡은 모두 디저트가 될 수 있어요. 고급호텔과 청와대에 납품한 떡도 사실은 디저트용이었으니까요. 아마도 사람들이 떡을 디저트로 활용하지 않는 건 방금 밥을 먹었는데, 다시 쌀로 만든 떡을 먹으면 배가 너무 부르다는 포만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발상을 바꾸어 떡 크기를 작고 예쁘게 만들면 되지요. 원래 디저트는 먼저 눈으로 먹고, 다음에 입으로 즐기는 음식이기에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작고 예쁜 떡을 만들면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발효를 이용해 제철 과일을 가지고 즙은 떡 안에 베이게 하고 위에는 과일로 장식을 하지요. 디저트로 사용할 수 있는 한국 떡 만해도 200여종에 달합니다.”

-멥쌀과 찹쌀로 만든 떡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멥쌀은 반드시 물 20%가 들어가야 쪄지고, 찹쌀은 물 없이도 쪄지는 게 첫 번째 차이라면, 두 번째는 입 안에서 씹히는 질감에 차이가 있어요. 찹쌀은 멥쌀보다 소화가 더 잘 되고요. 단지 찹쌀떡은 고물과 어우러져야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어요.”

-한국 떡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가정과 미8군기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르친 경험이 많아요. 미8군기지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이 많이 참여했어요. 처음에는 이국 문화라 다소 낯설어했지만 쌀가루로 다양한 떡이 만들어지는 걸 보고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한국 떡은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빚을 수 있어서 정겨운 문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떡을 만드시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60년 간 떡을 만들어왔지만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어요. 단지 열심히 만들고 하나하나 그 과정을 기록해왔어요.”

최순자 명인은 매달 한국 떡 신제품을 잡지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그의 손을 거치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앙증스러워 오히려 먹기가 부담스럽다.

-특별히 떡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다함께 모여 떡을 만드는 일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떡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유유상종하는 것이지요. 제가 볼 때는 한국인의 4분의 1은 떡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떡을 싫어하는 사람은 ‘뭘,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요? 사먹으면 되지’라고 해요. 옛날에 배고프던 시절 떡을 밥 대신 먹었던 사람들은 싫어하지만 외국의 제과처럼 예쁘게 만든 떡은 누구나 좋아해요.”

-떡으로 하는 요리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떡을 이용해 하는 요리가 너무 괜찮아요. 떡으로 샐러드를 만들거나 파스타를 만들 수 있어요. 떡 요리는 일반 떡과는 달리 세계인이 좋아하는 토마토, 바질 등의 재료를 쓸 수 있는데다가, 떡이기 때문에 너무나 모양이 예뻐 아주 흥미로워요. 선 하나만 그어도 전혀 다른 요리가 되기도 하고요.”

-한국 떡 가운데 최순자 명인은 어떤 떡이 가장 마음에 와닿습니까?

“모든 떡이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굳이 골라야 한다면 고물이 들어간 무시루떡을 좋아해요. 쌀 한 됫박에 큰 무 2개를 굵게 썰어, 소금대신 설탕을 뿌려 숨을 죽인 다음, 그 국물은 멥쌀에 넣어주고, 건지는 쌀가루에 버무려 밑에다 팥을 두껍게 깔고 위에다 얹고 그 위에 팥을 또 깔아 쪄 먹으면 맛있지요. 가끔 토란과 찹쌀을 섞어 지져 먹는 토란병도 해먹어요.”

-일흔 셋의 고령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활동하시는데,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체력관리를 위해 별도로 운동을 하는 건 없어요. 단지 즐겁고 행복하게 떡을 만들고 강의하는 게 비결이지요. 손님도 만나고 강의도 하고 전화도 받고 하니까 집중이 잘 안되요. 그래서 집중을 요하는 건 새벽에 하고, 일하다 보니 빨리 자면 새벽 2시, 늦게 자면 새벽 3~4시이에요. 보통 4~5시간 자기 때문에 시간만 나면 떡을 빚는다고 봐야 하지요. 나이가 들어도 떡을 할 수 있는 제 모습을 보여주며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낍니다. 제자들이 나이가 먹어도 저렇게 떡을 만들고 가르칠 수 있구나 생각하는 것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나이를 먹다 보니까 바빠요. 사람들이 빨리 떡을 습득할 수 있도록 책을 쓰고 제자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한 사람이 열 명을 낳고, 열 명이 또 다른 제자를 양성하고…. 기술자들은 속된 말로 ‘곤조(고집)’가 있어요. 기술자들만 떡을 만들고 그 비법을 공개하려고 하지 않는데, 그러면 발전이 없어요. ‘명품’ 한국 떡이 아니라 ‘시장’ 떡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남성보다 여성들이 떡을 배워 우리 떡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남자들은 비결을 감추려고 하니까요.”

※집에서 따라해 보는 최순자 떡 명인의 비법 3제(題)


♠ 깨 엿강정


■ 최순자 떡 명인의 깨 엿강정 레시피


볶은 흰깨 3컵, 물엿 3/4컵, 설탕 1큰술, 대추 10개, 파래 1장

■ 깨강정 만드는 방법


① 대추의 씨를 빼고 엷게 채로 썰어 준비한다.

② 중불에 프라이팬을 놓고 물엿에 설탕을 넣은 다음 나무주걱으로 저어 설탕이 녹으면 불을 끄고 잘 섞는다.

③ 사각틀에 비닐을 깔고 대추채와 파래를 잘게 잘라가며 펴놓고 (2)를 잘 펴 밀대로 밀은 다음에 비닐로 덮고 뒤집어 칼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다.

♠ 인삼 대추초


■ 최순자 떡 명인의 인삼 대추초 레시피


인삼 5뿌리, 물엿 1㎏, 설탕 200g, 씨 빼낸 대추 20개

■ 인삼 대추초 만드는 방법


① 인삼뿌리를 떼내고 칼로 겉껍질을 벗겨내며 채칼로 얇게 썰어 준비한다.

② 씨를 뺀 대추에 물을 넣고 푹 무르도록 삶아 건져낸다.

③ 물엿에 설탕을 넣고 끓여낸 후 준비한 인삼을 넣고 잘 젓고 30분 후 인삼을 건져낸다.

④ 인삼을 건져낸 물엿에 삶은 대추를 넣고 졸여 대추초를 만든다.

⑤ 건진 인삼을 5개씩 꽃모양으로 만들어 대추초에 올려낸다.

♠ 검정깨 다식


■ 최순자 떡 명인의 검정깨 다식 레시피


검정깨 가루 2컵, 물엿 1/2컵, 흰콩가루 1컵, 딸기가루 1작은술, 녹차 1작은술

■ 검정깨 다식 만드는 방법


① 검은깨가루에 물엿을 넣고 잘 주물러가며 기름을 제거한다.

② 흰 콩가루를 3등분해 물엿을 넣고 잘 주물러가며 기름을 제거한다.

③ 다식판에 흰 콩가루를 글씨 모양틀에 채워 넣고 검정깨반죽을 채워 눌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