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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출장소 개설' 호소하는 손정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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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출장소 개설' 호소하는 손정일 교수

재외선거 신청서 늑장 도착으로 투표 기회 무산

[글로벌이코노믹=장서연기자]중국 지린(吉林)성 연변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진경)의 손정일(53) 교수 부부는 지난달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재외 대통령선거에서 큰 좌절을 맛봤다.

한국을 떠난 지 14년 만에 처음 선거에 참여한다는 기대감으로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주도 옌지(延吉)에서 18시간 걸리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한국총영사관까지 한걸음에 달려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출발 직전 총영사관 관계자로부터 투표할 수 없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연변과기대에서 대조언어학(Contrastive Linguistic)·한국어·그리스 로마 신화 등을 가르치는 손 교수 등 한국인 교직원 300여 명은 신청서를 작성, 연변한인회를 통해 우체국 국제특송(EMS)으로 총영사관에 부쳤으나 늑장 배달체계 탓에 마감 기일 후 도착했다는 것이다.

재외국민 가운데 국내 거소 신고를 한 국외부재자(해외 주재원, 유학생, 여행객 등)에 한해 우편 등록이 가능하다. 영주권자 일부는 등록 마감 18일 전인 지난해 10월 2일 발효된 개정 선거법에 따라 공관 방문 없이 이메일로 신고·등록을 했다.

손 교수는 "신청서를 마감 전에 한인회에 보냈는데 우편 발송 지연으로 투표를 못했다"며 "앞으로는 발송 우편 소인이 찍혀 있으면 투표 자격을 주도록 재외국민의 편의를 충족시켜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내 박자영 씨는 "이메일 선거등록 방법을 선거 후에야 미국에 유학 중인 큰아들(손동재)에게 들었다"며 "이런 내용이 교민사회에 제때 전해졌다면 선거 등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재외선거의 홍보 문제점도 지적했다. 재외 대선에는 유권자 223만3천695명 중 15만8천235명(7.1%)이 참여, 저조한 투표율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두 사람은 랴오닝성 다롄(大連)에 지난해 8월 선양 총영사관 출장소 형태로 영사사무소가 개설된 점을 들어 옌볜에도 출장소를 설치해달라는 현지 교민 다수의 뜻을 전했다.

이렇게 되면 재외선거 편의 증대는 물론 북중 접경지역에서 살아가는 교민들이 더욱 안심하고 생업에도 종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대리선거 가능성 때문에 우편·인터넷 투표 도입이 어렵다는 정부 측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재외투표소 확충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원거리나 생계·학업 문제로 공관 방문이 어려운 동포들의 고충을 헤아려 출장소 형태의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순회 영사 서비스 등을 강화해 달라는 게 동포사회의 바람이라고 소개했다.

옌볜에는 한국동포가 1천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9월 16일로 20주년을 맞은 연변과기대의 경우 13개국 출신의 교직원 500여 명 중 한국인이 약 300명, 한국계 외국 시민권자가 약 70명이다. 또 연변대나 지난 98년 문을 연 연변한국국제학교에 다니는 한국 주재원과 이들의 자녀도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다롄에는 교민 3만 명과 기업 1천300여 개가 진출하는 등 영사 수요가 높아 먼저 영사사무소를 개설했다"며 "옌볜사무소 개설은 대중 협상 사항인 데다 예산 문제 등도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출신인 손 교수는 연세대 중어중문학과에서 학·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99년 산둥대학교 학술대회 참석을 계기로 연변과기대에서 일하게 된 그에게 가장 큰 보람은 모국어를 잃어버린 조선족 학생들이 한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학교에는 조선족 학생이 80%, 한족 학생이 20%에 달하지만 이중 조선족 20%는 한족학교 출신이어서 우리말을 못하거나 서툰 편이다. 5년 전부터 한국 학생이 입학하기 시작해 현재 100여 명에 달하고 평양과기대 졸업 후 연구활동을 하는 북한 학생도 10여 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