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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단위 축제 새 한류콘텐츠로 부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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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단위 축제 새 한류콘텐츠로 부상한다

세계축제연구소 유경숙 소장

비슷한 축제 하나로 통합…지역적 차별성 확보해야 성공

관광축제서 벗어나 사회적 기여도‧자발성‧자립성 키워야

발상의 전환 톤행 고장 특유의 문화‧놀이 축제로 승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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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소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한 고장의 문화적 아이콘을 집약시켜 놓은 축제. 한국에서만 열리는 공식적인 축제만 1800여개에 달하고 각 지역에서 열리는 마을단위의 축제들까지 합친다면 축제 전성시대가 열린 듯하다.

지구상에는 더 다양하고 많은 축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크고 작은 축제가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정작 축제를 기획하고 성공시키는데 필요한 축제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1995년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지자체장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각종 지역축제는 서로 ‘성공한’ 이웃축제를 베끼다보니 점차 뚜렷한 개성도 없어졌다.

이에 반해 외국의 성공한 축제를 살펴보면 국내와는 전혀 다른 양식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축제를 만들기 전 숙박시설이나 교통시설 등 인프라 확충에 전력을 다하지만 외국에서는 축제의 본질인 콘텐츠에 신경을 쓰고, 나머지는 조금 불편해도 ‘즐기는’ 축제로 나아가는 양상이다.

2013년 계사년에는 각 지역마다 마을단위의 축제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축제 현장을 찾아 지구촌을 한 바퀴 돈 세계축제연구소 유경숙 소장을 만나 축제의 성공요인과 국내에서 벤치마킹할만한 세계의 축제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축제란 무엇입니까?

“축제는 그 나라 그 시대의 문화적 아이콘을 한 자리에 응축해 놓은 행사입니다. 축제를 보면 그 나라를 잘 알지 못하던 사람도 그 나라 사람이 어떤 걸 먹고,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가장 쉽게 알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축제 현장에서는 모두들 마음의 문을 쉽게 열기 때문에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어요. 해외여행에서 우연히 만나는 축제가 좋은 감정을 주게 되면 그 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되는 것도 축제의 매력이지요.”

-성공한 유명 축제를 보면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세계적으로 성공한 유명 축제를 보면 대부분 조그마한 마을 단위 축제에서 시작해 점점 확대되는 게 공통점이에요. 이러한 작은 축제들이 성공하면 지역의 경제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되지요. 그런데 예산만 잔뜩 투입해 덩치 큰 대형 축제를 만들 경우, 그 안에 집어넣을 콘텐츠가 부족해 자칫 축제의 정체성을 상실한 동네잔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축제의 대부분이 현재 이 같은 문제에 노출되어 있어요. 우리 자치단체들은 숙박시설과 도로 여건 등 인프라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콘텐츠만 좋으면 숙박이나 도로 등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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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주목할만한 축제를 소개해주신다면?

“세르비아 작은 산촌마을(인구 1000여명)인 구차에서는 매년 8월 트럼펫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80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옵니다. 세르비아의 지역성이 강한 트럼펫이라는 악기 하나로 성공한 축제이지요. 이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26시간 넘게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가야하며 숙박시설도 없어 축제기간 동안 텐트에서 생활해야 하지만 참가자들은 불만도 없고, 불편함이 이 축제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구차에서 열리는 트럼펫 페스티벌은 하나의 트럼펫이 아니고 15~20개가 모인 트럼펫 오케스트라 40여개 팀이 모여 식당, 산비탈, 계곡, 시냇가 등을 오가며 온 동네를 들썩들썩하게 한다. 게다가 루마니아의 집시가 먹고살기 힘드니까 서유럽으로 갔다가 축제가 열리는 8월이 되면 이쪽으로 집결해 잔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만일 인구 1000명의 산골 마을에 8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면 한국에서는 숙발시설을 짓고 도로를 확충하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반세기를 넘게 이어온 구차 트럼펫 페스티벌은 그러한 겉치레는 쏙 빼고 오로지 트럼펫이라는 콘텐츠 확충에만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성공한 축제의 반열에 올랐다.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구차 맥주는 축제 성공과 더불어 뜬 파생상품으로, 연주자들도 악기 한쪽에 맥주를 달고 다니며 연주도 하고 마시기도 한다.

-구차 트럼펫 페스티벌의 성공요인은 무엇입니까?

“트럼펫이라는 소재의 전문성과 특별함에 있지요. 트럼펫 오케스트라로 소재 자체를 차별화한데다가 불필요한 숙박시설이나 도로 확충을 하지 않고 원래 소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게 성공요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성공한 축제가 되도록 한 게 사실이지만 처음에는 마을에 축제전문가와 돈이 없어서 인프라 시설을 안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는 인프라 시설이 되지 않으면 축제가 불가능하다며 무턱대고 시설부터 투자하는데 그 시설을 사후관리하지 못해 고민하는 것을 보면 축제 성공은 인프라가 아니라 콘텐츠임을 확인할 수 있지요.”

구차 트럼펫 페스티벌이 성공한 요인 중 마지막 하나는 역시 콘텐츠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 ‘언더그라운드’와 한국 영화 ‘작업의 정석’ ‘싱글즈’ 등의 영화음악과 각종 CF로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뮤지션 고란 브레고비치가 축제 마지막 날에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축제를 찾아온다고 한다. 구차 주민들은 해외 공연으로 늘 바쁜 와중에도 그가 기꺼이 구차까지 찾아온 것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한다. 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축제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네요.

“그렇지요. 우리나라에선 축제를 관광축제로 규정한 나머지 관광객 편리를 위한 편의시설이나 교통편을 따지는데 외국의 축제들은 그렇지 않아요. 그냥 현지인의 전통과 풍속에 기반한 놀이문화를 좋아하는 외지인들이 그냥 찾아와서 같이 노는 것이기에 비용이 적게 들고 자발적인 축제의 성격이 강합니다. 따라서 한국도 축제를 만들 때 무조건 관광축제로 규정해 놓고 관광상품의 요건을 따지거나, 그 때문에 예산이 없어 축제를 못하겠다 등 경제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계의 유명한 축제들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문화나 놀이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 사람들은 조금 불편해도 축제를 즐기려 찾아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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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공연축제 에든버러 페스티벌도 성공한 축제로 꼽고 있는데….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이자 공연 마켓이지요. 매년 8월 초부터 한 달여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펼쳐지는데, 축제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프린지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영화·도서·인터넷 페스티벌 등 다양한 소규모 축제들이 연결돼 있어요. 축제가 시작되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클래식·연극·오페라·무용·시각예술 작품들이 에든버러 시내의 6개 메인 극장을 중심으로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각종 간이무대에서 온종일 펼쳐집니다. 입소문이 퍼지면 티켓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척박해진 유럽의 휴머니즘을 회복시키고자 시작됐다고 한다.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시초다. 같은 해에 이 ‘인터내셔널’에 포함되지 못한 8개 작은 극단들이 페스티벌에 무단 참여하면서 그 유명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도 함께 열리게 됐다. 현재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대략 25일간 2000개가 넘는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진다. 공연 횟수는 3만 회가 넘으며 60여 개국 2만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한다.

-국내 축제의 현주소는?

“축제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좋은데, 축제 성격이 비슷해져 가는 건 참 못마땅해요. 비슷한 축제가 홍수를 이루게 된 건 중앙정부에서 균형을 잡을 사이도 없이 1995년 지자체가 시작되면서부터 단체장이 실력을 과시하고 가시적인 행정력을 보여주기 위해 서로 모방을 했기 때문이지요. 전쟁을 치른 후 그동안 명맥만 이어져오던 축제 소스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축제가 활성화된 지 2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전국의 축제에 대해 한번 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관(官)에서도 비슷한 축제는 하나로 통합하고 지역적 차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민 자발적인 축제가 되도록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아야 됩니다.”

사실 좁은 국토에 축제가 1800여 개로 늘어난 건 중앙정부의 책임도 한몫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앞장서서 문화관광축제를 뽑고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의 초점이 관광축제이다보니 그 축제가 가지는 사회기여도나 구성원의 자발적 의도, 그리고 자립성보다는 축제 외적인 상황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된다. 이는 악순환을 가져와 재정을 지원하지 않으면 축제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예 흐지부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구성원 스스로 돈도 쓰고, 티켓도 판매하는 등 거의 관에 의존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관의 간섭이 싫어 예산을 지원하려고 해도 거부한다고 한다. 따라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관광축제를 지양하고 그 고장 특유의 문화나 놀이를 축제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요?

“문화부의 심사기준을 확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축제를 축제로 보기보다는 경제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까, 외적인 면에 치우친 감이 있어요.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인지를 평가하고 그 축제가 열림으로써 사회구성원들의 결속이라든지 사회적기여도에 대한 평가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상도, 전라도, 경기도, 강원도의 축제 색깔이 나타날 수 있어요. 신빙성 없는 수치의 나열로 별 존재가치가 없는 축제를 근사한 축제로 더 이상 위장해서는 안 됩니다.”

-제대로 된 축제가 지역을 바꾼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파리 인근 우범지대에서 열린 옥토버스 페스티벌이 그러한 경우이지요. 옥토버스 페스티벌은 극단이 돈이 없어 싼 동네로 몰렸고 처음에는 손님이 없어 동네사람을 모아놓고 했는데, 지금은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했어요. 축제가 열림으로써 우범지대의 범죄율이 떨어지고 시민이 화합하게 되는 등 우범지대가 산뜻한 지역으로 변했어요. 이게 축제의 순기능인데, 지역의 사회적 기여도를 평가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축제를 꼽는다면?

“일반적으로 화천 산천어축제나 함평 나비축제를 꼽는데,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해외에 어필할만한 제대로 된 축제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화천 산천어축제가 CNN에 나오는 바람에 성공한 대회로 평가되지만 춘천의 송어축제, 인제의 빙어축제 등 무임승차하는 축제가 늘어나고 있어 자칫 산천어축제까지 망가질까 염려됩니다. 한 겨울에 물고기를 잡는 아이디어가 화천만의 것이 아니기에 인근 지역에서 흉내를 내도 방법이 없어요. 이런 점에서 강원도가 통합브랜드로 키울 수 있는 전략을 짜고 비슷한 축제를 못하게 하는 대신에 지역 특성을 살린 축제로 방향을 전환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나중에는 이도저도 아닌 축제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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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마을축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마을축제가 성공하려면 어떤 전제가 필요한가요?

“주민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발적으로 축제를 만들 수 있도록 전문가들은 그들의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게 지원만 해줘야 합니다. 관(官)도 프리젠테이션 잘하는 사람에게 점수를 주고 선정할 게 아니라 평상시 놀이문화의 재미를 살려 지원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신진 아티스트를 양성하기 위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듯이 장기적으로 지역축제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하되, 단기적으로는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세계 74개국 380곳과 국내 지역축제를 샅샅이 둘러본 전문가로서 축제를 즐기는 비결이 있다면?

“장르나 장소에 따라 틀리지만 한국은 가족의 성격을 잘 파악해 축제를 찾아야 하고, 해외축제는 나라와 풍습을 미리 공부한 뒤 갈 필요가 있어요. 야외에서 열리는 축제의 경우 자신이 평소 좋아했던 음악을 이어폰이 아니라 휴대용 스피커로 들으면서 둘러보면 한층 분위기가 살고 자신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어요. 또 예술·창작 공연축제에 갈 때는 미리 작가의 작품에 대해 공부를 하면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고요. 체험축제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욱 기억에 남고, 요즘 대세인 심야축제 때는 축제의 성격에 맞는 소품이나 의상, 분장 등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축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있는지요?

“1999년 ‘난타’ 문화마케팅을 시작으로 공연기획 일을 해 왔어요. 그러다 문득 아시아 최대 공연시장인 일본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훌쩍 넘어갔고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를 발굴, 성장시키는 일본이 부러웠지요. 귀국해 ‘티켓링크’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문화콘텐츠들이 ‘빈 수레’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됐어요. 당시 외국 공연은 국내에 들어오면 몇십억원씩 받아가는데, 한국 공연은 외국은커녕 국내에서도 너무 허술했거든요. 또한 공연 실무자로서 실전에 적용할 문화 콘텐츠 매뉴얼도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대륙별 문화 콘텐츠의 연구조사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여행도 하고 싶은데다 나이 들면 못할 것 같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들어 세계 일주를 결심하게 됐지요. 원래는 해외문화예술시장을 공부하러 갔는데 막상 가보니 다양한 축제에 인류문화의 공통점이 많았고, 문화콘텐츠 축제로 활성화되어 있어 자연스레 축제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유경숙 소장은 2013년 한 해도 축제현장을 사냥하기 위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는 유럽이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20여 개국의 축제현장이다. 그가 축제현장을 다녀올 때마다 쌓이는 보고서는 한국축제의 자양분이 되기에 이번에는 어떤 축제를 보고올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