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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 기획] '민영화 삼수생'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공개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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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 기획] '민영화 삼수생'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공개도 못해

금융권 민영화 '헛바퀴' 정부의 민영화 소통 부재

민영화는 소유, 지배, 규제 측면에서 국가개입 정도를 나타내는 잣대다. 보통 정부 지분의 매각은 민영화의 책심으로 일부 매각도 민영화에 포함된다. 민영화는 유럽, 특히 일탈리에서는 소유권과 지배권의 국가로부터 개인으로의 이전을 의미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을 의미한다. 이제 민영화는 소유권과 지배권을 가진 이해관계자들과 정치적인 측면을 포함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관건이다.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 정부는 1970년대 상업은행을 시작으로 198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시중은행을 민영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특수은행이었던 외환, 국민, 주택은행까지 추가적으로 민영화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기업, 산업 및 수출입의 3대 국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을 민간이 소유하게 됐다.

그러나 1887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안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실화된 민간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다수의 금융기관을 다시 정부가 소유하게 됐다.

이후 정부는 특수한 정책 목표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금융기관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 금융기관의 재민영화를 추진해왔다. 현재 3개 국책은행 이외에 정부가 지배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우리금융지주, 서울보증보험 등이다.

금융위기 이후의 금융기관 국유화 및 재민영화 추진과정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평가가 존재한다. 특히 일부 은행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한 결정의 타당성이나, 이른바 해외 선진금융그룹에 매각된 일부 은행의 성과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금융기관 민영화 추진과정을 돌이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 정부의 민영화 추진 점수 '낙제점'

MB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금융권의 민영화가 정권 내 실현은 물 건너갈 전망이다. 대표적인 민영화 사례였던 우리금융 민영화가 세차례에 걸쳐 무산됐고 산업은행 민영화 역시 단초가 될 기업공개(IPO)도 국회의 벽에 부딪쳐 사실상 무산 위기다.

공자위 관계자는 "향후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시기와 방법 등은 공자위에서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현재의 제반 매각여건에 비춰 볼 때 가까운 시간 내에 매각을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 내에서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은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이른 시일 내에 (민영화가) 추진되지 않겠느냐"면서 "(현 정부하에서) 세 번 추진해 다 안됐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그런 방법을 동원하면 쉽게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의 밑바탕에는 현재의 매각 방식으로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쉽지 않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금융당국이 이명박 정부 들어 3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른 금융지주의 인수 요건을 대폭 완화했지만 정치권에서 산은금융지주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올해는 KB금융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양측 노조를 중심으로 두 금융지주가 합병할 경우 소매금융 영역에서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은행 점포가 2000여개 넘고 중복 점포도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반대 여론에 밀려 좌절됐다.

이에 따라 노조와 정치권 등에서 주장하는 새로운 방식의 매각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조와 정치권 등에서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56.97%) 중 일정 부분을 국민주 방식으로 국민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를 우리사주나 경쟁입찰, 블록세일(특정인에 지분 대량매각) 방식 등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헛물 켠' 우리금융 민영화

금융권 민영화의 대표적인 사례인 우리금융이 세차례 매각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번번히 실패를 거듭했다. 자산 400조원의 몸값도 문제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매각 추진에 금융지주사 특혜 시비, 무분별한 사모펀드(PEF) 인수 등 부작용이 사회 이슈로 재부각되면서 정부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2001년 4월 공적 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해 한빛ㆍ평화ㆍ경남ㆍ광주은행과 하나로종금 등 5개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하는 국내 최초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그룹을 설립했다. 공적 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예보채 이자 지급액만 매년 28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국민세금을 15조원 이상 쏟아부은 셈이다.

우리금융 지분 100%를 갖고 있던 정부는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3대 원칙하에 2002년부터 블록세일(특정 주체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것) 등을 통해 5조6000억원을 회수하고, 여전히 56.97%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10월부터 블록세일이 아닌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지분 처분에 따른 자금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아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를 노린다는 계획이었다. 이때부터 우리금융 민영화가 추진된 것이다.

1차 시도는 지주사와 지방은행(경남ㆍ광주은행) 매각을 병행 추진하는 등 매각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투자자 유치에 실패했다. 지난해 5월 추진된 우리금융 민영화 2차 시도는 지주사 일괄 매각으로 바꾸고, 최소 입찰 규모를 30%로 설정해 경영권 매각을 분명히 했지만 사모펀드 1개사만 예비 입찰제안서를 제출해 유효경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올해는 유력 인수자였던 KB금융이 예비 입찰 마감일(27일) 이틀을 앞두고 전격 불참 선언을 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도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를 위한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덩치가 크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수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공자위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매각 절차 중단을 의결했다. 지난달 27일 예비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지만 제출자가 하나도 없어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은 만큼 매각 절차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KB금융이 불참 의사를 내놓은데 이어 교보생명도 예비입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와 MBK파트너스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권순원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과거 IMF당시와 달리 우리금융은 부실금융기관이 아니며 금융 당국에 의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명분이 없다"며 "정부주도로 민영화를 시도한다면 특혜 및 관치금융 논란이 불가피해지고 조직 내외 반발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정부, 금융권 공적자금의 적극적인 회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올해 6월까지 517개 부실금융기관 등에 총 110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지원자금 중 출자주식 매각, 파산배당 등으로 49조원을 회수했다.

정부는 '공적자금상환대책'에 따라 2003년 1월1일 이전 구조조정 관련 자산·부채 등을 포괄 승계해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을 설치했다.

예금보험공사의 상환대상 부채 82조4000억원은 정부출연과 회수자금, 특별기여금으로 충당해 추진 중이다.

2012년 6월 현재 상환대상 부채 중 72.6%에 해당하는 59조8000억원을 상환했다. 남아있는 부채 총 22조6000억원은 회수자금과 특별기여금 등으로 2027년까지 차질없는 상환을 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과거 금융구조조정 때 투입한 공적자금을 위해 2003년부터 2027년까지 25년간 한시적으로 예금 등 잔액의 0.1%를 납부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2012년 4월2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의결한 매각 재추진 방안에 따라 매각절차를 진행 중이다.

예보 관계자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타 보유주식에 대해 개별 주식의 특성을 반영해 시장상황과 주가추이를 살펴 블록세일, 장중 매각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 우리·광주·경남은행, 수협, 서울보증보험 등 6개 출자금융기관과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체결하고 이행실적을 분기별로 사후점검하고 진행중이다.

◆ 분리매각으로 몸값 줄여야 산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성공하려면 경남·광주은행 등 우리금융 자회사를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리금융 매각 실패의 원인으로 계열사를 묶어 한꺼번에 파는 일괄매각 방식을 꼽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기본 원칙으로 ‘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을 꼽으면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일괄매각을 고집했다”면서 “하지만 매각무산에 따른 손실이 커지면서 이같은 논리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새로운 구조로 접근해야 한다’며 민영화 방식 변경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독자생존이 민영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증시상장과 4차례의 블록세일 통해 정부 지분 57%까지 끌어내려 투입된 공적자금 12조 중 5조6000억원을 갚았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이제 7조 남았고 반드시 갚을 것이다"라며 "우리금융의 경쟁력을 더욱 더 높여 국민주, 경쟁입찰 방식의 블록딜, 우리사주 등의 독자생존 민영화 방식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디시 갚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