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은행의 텃세…체크카드 활성화 난항

공유
0

은행의 텃세…체크카드 활성화 난항

올 초 금융당국이 호기롭게 체크카드 활성화를 선언했지만 기업계 카드사들이 은행권의 견제로 체크카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계좌가 없는 삼성·롯데 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들은 은행과 협약을 통해 체크카드를 발급해야 하지만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 카드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잇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SK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올해 1분기 3조원이 넘거나 이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의 체크카드 이용실적을 올렸다.

KB국민카드는 전 분기 대비 1300억원 가량 늘어난 3조9870억원의 이용실적을 기록했고 신한카드는 3조1752억원, 하나SK카드는 2조6498억원의 이용실적을 보였다.

이에 반해 삼성카드의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오히려 800억원 가량 줄어든 5263억원이고, 롯데카드는 1659억원에 머물렀다. 2000억원대의 이용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현대카드의 실적을 모두 합쳐도 1조원을 조금 넘길 뿐이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중은행의 계좌 이용을 놓고 개별 은행과 카드사들 간의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업계 카드사와 시중은행의 갈등은 '계좌 이용 수수료'와 '현금 인출기능 유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금융당국이 지난 2월 은행권에 전업계 카드사들의 계좌 이용을 허용하고 이용 수수료도 은행계 카드사와 동일한 0.2%로 내릴 것을 권고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계 카드사에서 발행하는 체크카드에 현금 인출기능을 넣느냐 마느냐는 최대 쟁점이다.

기업계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체크카드의 최대 장점은 현금을 뽑을 수도 있고 신용카드로도 쓸 수 있는 편의성인데, 계좌 인출권을 주지 않으면 고객들이 체크카드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자사 계열의 카드사들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은행 측 입장도 완강하다. 현금 인출 기능을 기업계 카드사에 주게 되면 경쟁관계에 있는 같은 계열의 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쟁력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카드는 우리·SC제일·경남은행과, 현대카드는 우리·SC제일·우체국은행과 제휴를 맺어 체크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 카드사를 갖고 있는 KB국민과 하나, 신한은행은 아직 수수료와 현금 입출금에 대한 사항이 협의되지 않고 있다. 이 세 곳의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기 때문에 이들과의 협상 없이는 체크카드 활성화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앞장서 은행들에게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 대승적인 양보를 부탁한다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KB국민·하나·신한은행 중 하나은행만이 협상테이블에 앉았을 뿐, 나머지 두 곳은 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또 하나 생각해 봐야할 건 기업계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시장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기업계 카드사들이 당국의 권고에 체크카드를 활성화시키려는 제스처는 취하고는 있지만 체크카드가 신용카드에 비해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돈은 많이 들고 수익은 적은 '계륵' 같다. 그래서인지 기업계 카드사들은 은행을 핑계로 내심 이 상황을 반기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만큼의 혜택을 고객에게 줘야하지만 수수료가 신용카드에 비해 낮고, 카드론·현금서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부족해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업계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체크카드 유치에 열을 올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얼마나 수수료를 내려 줄 것인가, 기업계 카드사가 얼마나 의지를 체크카드를 발행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며 "올 상반기 내에는 최대한 은행권의 양보를 유도해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기업계 카드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체크카드를 발행하는지를 감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