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체 전자제품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루블(약 190억 달러 수준)이다. 이중 초소형 전자공학 제품 규모는 34억 달러이다. 이 가운데 수입이 82%, 국내 생산이 18% 수준이다.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은 세계 표준에 비해 10년 정도 뒤떨어진 제품들이다. 자력으로 최첨단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 왔다고 하지만 중국 역시 스스로 문제를 겪고 있으며 러시아를 도울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러시아는 2014년 제재 이후 전자제품 수입대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 8년간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 생산은 글로벌 표준에 한참 못 미친다. 국방 산업을 포함하여 국익을 위해 러시아 연구기관 및 회사에서 개발한 칩은 대만에서 생산되어야 한다. 이제 이것은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해외에서 자체 설계의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칩 수입도 어렵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공급하는 반도체 필수 광물자원도 제재를 무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팔라듐과 네온은 주로 러시아에서 공급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무기화해도 가격은 인상되겠지만 글로벌 반도체 칩 시장을 멈출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대체 수입경로를 확보해 두고 자체 생산도 할 수 있다.
러시아만이 유일한 공급자가 아니다. 일종의 국지적 위기를 촉발할 수 있겠지만 이는 붕괴가 아니라 2~3년 동안 공급 중단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전반에 걸쳐 수급 차질로 가격의 인상은 있겠지만 러시아에서 국민들이나 러시아 산업이 겪을 고통에 비하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가장 힘든 고통은 러시아 정부라기보다는 러시아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