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자체보다 이로 인한 경제봉쇄 등의 조치가 아이들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현지시간 27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감염 확대로 올해 영양실조에 걸린 5세 미만 어린이가 연간 670만 명 늘어 전 세계적으로 5,4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중 절반 이상이 남아시아 지역으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합하면 약 80%를 차지한다.
코로나19 감염 확대는 저소득 국가(LMIC) 사람들의 음식과 영양 섭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셜 디스턴싱(사회적 거리 두기) 전략이나 락 다운(도시 봉쇄), 무역 제한 등의 조치에 따라 음식의 공급망(supply-chain)이 끊어지면서 영양가 높은 신선한 음식 재료가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도착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또 출입국 제한으로 인해 국제적인 인도적 지원이 중단되면서 현지인들의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헨리에타 포 유니세프 총재는 “코로나19 감염증이 보고된 지 7개월이 지나면서 감염증 자체보다는 세계적인 감염 확대의 영향이 아이들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대 빈곤율이나 식량 수급 불안이 높아지고, 영양서비스와 공급망의 혼란으로 식량 가격이 치솟은 결과 아이들의 식사 질이 떨어지면서 영양불량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보건 및 영양학 담당 부장 프란체스코 블랑카 박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식량안보의 영향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양실조 어린이는 감염증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성이 높으며 5세 미만의 사망 저소득국 어린이 중 10%가 중증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확대되기 전에는 중간 또는 중증 영양실조의 5세 미만 어린이는 4,7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지시간 27일 의학잡지 ‘랜싯’에 공개된 ‘국제 식량정책 연구소(IFPRI)’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의 감염 확대로 중간 또는 중증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5세 미만 어린이가 14.3% 증가해 2020년 한 해 동안 5세 미만 사망 어린이 수가 12만8,605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 말하면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자 수가 한 달에 1만 명 이상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연합아동기금,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의 사무총장이 같은 날 ‘랜싯’에 공동 발표한 논문에서는 아동의 영양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대책으로 ‘영양 있고 안전한 음식을 싼 가격에 입수할 수 있도록 할 것’ ‘임산부나 유아, 아이의 영양개선에 투자할 것’ ‘어린이 영양실조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확대할 것’ ‘영양 있고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유지할 것’ ‘영양 있는 식사와 불가결한 서비스에 약 24억 달러를 지원할 것’ 등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