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동분서주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을 만나 현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어 시민단체의 회계 투명성의 한계도 지적했다. 어렵게 공인회계사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 200~300만 원에 불과한 시민단체에서 일할 리 없다는 현실론을 거론한 것이다. 결국 자발족 활동가로 이뤄진 시민단체에서 활동보다 영수증, 회계처리를 도맡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에 설립됐다. 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등 일제 파시즘 잔재의 청산에 앞장서고 있다.
방 실장은 연구소 설립 직후 '대학생 자원봉사자 1호'로 인연을 시작했다. 연구소 회원과 결혼한 '1호 커플', 연구소 근속 20년 1호 등 각종 1호 기록을 가지고 있다.
방 실장은 정의연 사안 등 보훈 관련 사안이 친일 대 반일 프레임으로 흘러가고 있는 현재 여론을 우려했다. 그는 "궁극적인 것은 피해자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라며 "6·25 전쟁, 4·19 의거, 월남전 파병, 독재정권 시절 고문, 5·18 광주 민주화운동, 6·10 항쟁 등 수많은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 실장은 "그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신체적 고통은 공권력에 의해 양산된 만큼 상담치료 등 국가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이번 정의연 사건처럼 피해자들을 개별 시민단
체가 끌어안지 못했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로서 이들을 치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사 문제를 놓고 갈라진 여론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광복회와 재향군인회의 만남을 제안했다. 양 기관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보훈 관련 이슈에 대해 예산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던 양 기관의 갈등이 길어지면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방 실장은 친일 인사들의 국립묘지 이장 문제에 대해서도 국회, 시민단체 등의 디테일한 준비가 선행해야 함을 역설했다.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이하 항단연)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성급한 추진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친일 인사의 묘역을 이장하려고 하는데 후손들이 유해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며 "입법부의 관련 법령 정비 등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보훈의 의미에 대해 프랑스를 상기할 것을 제안했다. 프랑스에서 보훈은 계승이 아니라 '기억의 보호'라는 것이다. 현재 생존 광복군이 단 5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그들의 기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게 방점이다. 아울러 역사의 당사자들이 사라졌을 때를 대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방 실장은 "친일파 이장 문제로 논쟁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법"이라며 "그분들이 대부분 돌아가시는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전환기를 맞아 마지막 숨소리라도 담는 등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가가 보훈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장원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tru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