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헝회장, 마산과 유통 빅딜이후 자동차 산업 육성에 잰걸음...자금사정 좋지 않은데 산 넘어 산
빈그룹(Vingroup)이 마산그룹(Masangropu)과 충격적인 ‘빅딜(Bigdeal)’ 이후 한결 홀가분해 진 탓일까?소매유통 부문의 경영권을 마산에 넘겨준 빈그룹은 자동차 생산 자회사인 빈패스트(Vinfast)를 앞세워 완성차 산업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산업은 ‘여전히 멀고도 가깝다’. 일단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자동차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자리를 잡느냐가 관건이다. 부품 현지화를 통해 수준높은 품질의 완성도를 보여줘야 글로벌 브랜드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국차의 인지도를 잡을 수 있다.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내수시장도 뒷받침 해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모든 부문에서 물음표다.
또 유통부문을 떼어냈더라도 오직 자동차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처음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한 ’빈스마트’는 지난 14일부터 TV 등 전기・전자제품으로 산업을 확대했다. 내년에는 5G를 기반으로 통신사업자 진출을 준비중이다. 자동차 산업의 틀이 갖춰지기도 전에 ‘돈 먹는 하마’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그나마 다행은 베트남의 대표주자를 살리기 위해 모든 지원책이 강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자동차 육성에 필요한 모든 분야에 세제혜택을, 은행권은 국내 자동차 구입시 제로금리 대출을 준비중이다. 각 언론과 학계는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는 ‘애국 마케팅’에 한창이다.
◇ 씨뿌리고 추수 시기에 유통 넘긴 브헝회장, 자동차에 '올인'하나
지난달 빈그룹 팜 녓 브헝(Pham Nhat Vuong) 회장은 지난달 현대(Hyundai) 코나(Kona) 및 혼다(Honda) ‘CR-V’를 겨냥한 빈패스트의 새로운 차량 모델 2대를 직접 챙겼다. 두 신차 모델들은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다.
이번에 유출된 디자인에서 빨간 차량은 현대 코나, 포드(Ford)의 에코스포츠(EcoSport) 및 혼다 HR-V급이다. 흰색 모델은 혼다 CR-V, 마쓰다(Mazda)의 CX-5 또는 현대 투싼(Tucson)을 겨냥했다고 현지매체는 보도했다. 기존 SUV차량인 ‘럭스(Lux)SA 2.0’과 동일한 디자인에 크기만 좀 더 작다.
브헝 회장은 직접 차량들을 점검했으며, 이 자리에는 데이비드 라이온(David Lyon) 디자인 사장 및 제임스 데루카(James DeLuca) 총괄 등 빈패스트 최고 경영진들이 함께 했다.
빈패스트는 오는 2020년까지 ‘Lux’ 시리즈와 별개로 중급 브랜드인 ‘Pre’ 라인 8종을 출시할 계획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번 모델들은 ‘Lux’ 라인업 보다 20~30% 저렴한 ‘Pre’시리즈로 최종 생산까지는 몇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달초에는 마산그룹에 빈그룹의 유통부문을 넘기는 충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브헝 회장의 숨가쁜 행보는 빈그룹의 ‘선택과 집중’ 속에서 빈패스트의 활로찾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인데 일단 ‘선택’은 과감했다. 연 두자리수의 성장을 하던 유통부문 자회사 빈커머스(Vincommerce)에서 소매유통 시스템인 빈마트(Vinmart), 빈마트플러스(Vinmart+), 빈에코(Vineco)를 떼어냈다. 소매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수년동안 막대한 투자와 손실을 견뎌놓고 물러났다.
실제 지난 2014년 소매부분에서 빈그룹의 매출은 454억 동이었지만, 세전손실은 2790억 동에 달했다. 2018년에는 부동산에서 그룹 최대수익인 21조2600억 동을 확보했지만 유통부문에서는 5조1000억 동의 세전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이 오르는 만큼 전국 유통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9년까지 빈그룹은 전국 주요거점에 빈마트 시스템 2600여개를 오픈했다. 약 200~300여 개 정도의 지점을 보유한 2위권인 Bach Hoa Xanh, Cirkle-K, Coopfood 등과는 압도적인 점유율차다. 빈그룹은 올해에는 6월까지 유통부문에서 세전손실 2조5150억 동을 기록했다. 이전 세전손실의 증가속도와 비교하면 손실에 비해 매출과 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금껏 판은 다 깔아 놓았으니 이제 조금 기다리면 본격적인 추수를 시작할 수 있는 시기인 셈이다.
하지만 빈그룹은 베트남 최대 식품기업인 마산(Masan)에 유통부문을 넘겼다. 기술과 제조 등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다.
◇ 인정 못 받은 '브랜드와 품질'부터 잡아야
핵심분야에 ‘올인’을 선언했지만 쉽지않다. 잘나가는 유통을 마산그룹에 넘긴 것은 다른 측면에서는 자금사정이 아주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과제는 자동차 분야에서 매년 발생하는 수조 동의 손실부터 줄여야 한다. 빈패스트는 현재 차를 많이 팔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자동차에 높은 세금이 붙는데 초기 영업 활성화를 위해 대폭 할인된 프로모션 가격을 적용해 팔고 있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세는 수입세, 특별소비세 및 VAT다. 수입세의 경우 조립용 부품에 따라 5~20%가 적용되며 10%의 부가세, 엔진용량에 따라 특별소비세도 35~150%가 적용된다. 딜러와 유통채널에도 10~20%의 비용이 자동차 가격에 포함된다. 주요 세금들을 적용할 경우 현재 판매가격으로는 고급세단인 Lux A 시리즈는 대당 3억 동(약 1500만 원), 소형차인 파딜은 1억5000만 동(약 750만 원)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는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자국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지난 11월에 이어 내년에도 빈패스트는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판매가 인상을 통해 적자를 줄여가겠다는 의도지만 도요타, 현대 등 경쟁 브랜드들은 연말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베트남 산업통상부(MOI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수입차 브랜드는 지난 동기 대비 500% 이상 증가했다. 일부 모델들은 650% 이상 급증했다. 8월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수입 완성차는 233% 늘었지만 국내 조립차량은 약 14% 감소했다. 현지 조립차와 수입차의 가격차가 크지 않은 반면, 품질은 수입차가 좋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 부품에 대한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수리나 정비시 고가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는 점들도 소비자들이 빈패스트 차량을 꺼리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빈패스트는 품질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이달초 동남아시아 국가를 위한 자동차평가프로그램(ASEAN NCAP)에서 빈패스트의 차종 5대 중 2대는 별 5개 만점을, 3대는 별 4개 등급을 획득, ‘안정성’을 증명했다고 알렸다. 또 베트남의 유명한 연예인과 레이싱 선수가 포함된 100대의 빈패스트 자동차 대표단을 구성해 산악지대로 유명한 하 지앙(Ha Gian) 오프로드에 나섰다.
이미지 확대보기◇ 관건은 부품현지화, 적극지원 나선 정부
‘품질과 브랜드, 그리고 내수시장’ 세가지 모두를 잡기 위해서 빈패스트는 향후 몇년간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모기업인 빈그룹의 자금사정이 썩 좋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 3월 대한민국 대구에 100억 원대의 투자를 약속하고 ‘빈테크코리아 R&D’센터를 열기로 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철회했다. 주력 계열사들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자금수혈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통 외에도 제약체인인 ‘빈파(Vinfa)’는 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확장계획도 중단했다. 하노이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동안 빈패스트는 14종의 채권을 발행했다. 총 2090억 동 규모로 모든 채권은 36개월짜리며, 3개월마다 이자를 지불하기로 했다. 연간 최대 10%의 이율을 담보하며, 빈그룹이 지불보증을 한다.
브헝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빈패스트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마켓으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 개인자산에서 20억 달러(약 2조3444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은 확보한다고 쳐도 브랜드를 잡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돈으로도 살 수 없다. 베트남은 도요타, 포드, 현대같은 외국의 브랜드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VAMA)에 따르면 11월에 판매된 상위 10개 브랜드는 미쓰비시 Xpander, 도요타 Vios, 현대 Accent, 현대 Grand i10, 포드 Ranger, 마쓰다, 기아 Soluto, 도요타 Fortuner, 기아 Cerato, 혼다 City 순으로 나타났다. 빈패스트는 내집 앞마당에서 순위에 들지도 못했다. 인도의 ‘Tata’와 말레이시아 ‘Proton’처럼 자국 완성차 육성에 실패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결국은 부품 현지화를 통해 품질과 가격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빈그룹은 지난 4일 하이퐁 지역의 반퐁과 응이아로 마을인근에 자동차용 부품생산업체들이 입주할수 있는 클러스터 단지 조성에 대해 인민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오는 2022년이면 모든 종류의 자동차 부품을 연간 약 500만대 정도 수준으로 생산할 규모의 보조산업 단지가 완성된다. 빈패스트는 이번 산업단지가 운영되면 자동차 부품의 현지화 비율이 크게 개선되면서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높은 품질을 위해서는 독일과 한국, 일본 등 부품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독일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ZF Friedrichshafen AG’는 하이퐁 빈패스트 산업단지에서 착공식을 열었다. 약 2800만 달러를 투자해 시간당 약 39세트의 자동차용 섀시를 생산할수 있는 설비를 건설했다.
대한민국 산업통산자원부가 베트남 정부와 협력해 진행하는 VITASK(베트남생산현장애로기술지도사업)센터도 대표적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전담하고 주관기관은 한국자동차연구원으로 베트남의 자동차 부품기업들에게 부품 현지화에 필요한 기술지도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베트남 정부는 가격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정책’카드를 검토중이다. 베트남 산업 통상부와 관련 부서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수입되는 원료에 대한 세금 면제, 국내에서 구매한 부품에 대해 특별 소비세 면제, 중앙 은행의 협조하에 선보일 자동차 대출 정책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베트남 언론들도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기고를 통해 세금완화나 대출혜택을 통해 빈패스트의 부담을 줄여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