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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 유망주였던 ‘드론’, 첨단 전쟁 무기로 '공포'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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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 유망주였던 ‘드론’, 첨단 전쟁 무기로 '공포' 조성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2023년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참여했다. CU가 업계 최초로 도심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BGF리테일이미지 확대보기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2023년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참여했다. CU가 업계 최초로 도심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BGF리테일
한때 ‘미래 산업 유망주’로 꼽았던 드론(무인기) 산업이 러시아·우크라이 전쟁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양국의 드론 무기가 쉬지 않고 전장을 날아다니고, 그 공격 범위가 죄 없는 민간인들에게 미치기 시작하면서 ‘공포의 상징’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이미 현장의 각종 규제와 불확실한 시장 수요 등으로 민간 시장에서의 산업 성장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양국의 각종 드론 무기가 전쟁의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전장에서 더욱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드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만 쌓이는 모양새다.
사실 ‘드론’이라 부르는 무인기 기술은 본래 군사용 장비에서 출발했다. 군대의 사격 및 포격 등의 훈련에서 이동식 목표물로 사용하는 무인 항공기나 차량, 선박이 그 시초다. 이후 무선 조종 자동차나 비행기 등 취미 및 레저 분야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이 민간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4차 산업혁명’ 붐이 일고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등의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드론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통신 및 센서 기술의 급성장으로 드론을 더욱 정교하게 조종할 수 있게 됐고, 사람을 직접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도 더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먼저 이전에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동원하던 항공 촬영이나 상공 감시 등의 업무를 드론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비싼 항공기와 오랜 시간 육성이 필수인 숙련된 조종사가 없어도 손쉽게 고품질의 항공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되고, 지상에 있는 채로 더 넓은 범위를 상공에서 감시할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헬기나 비행기를 이용하던 대규모 농장의 방제작업(농약 살포 등)도 드론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농업 시대의 도래에 한몫하게 됐다.

장애물이 적은 공중으로 이동하고, 가벼운 물건이라면 손쉽게 이동이 가능한 드론의 장점은 물류 배송 분야에서도 주목받았다. 미국에서만 아마존·월마트 등 대형 유통회사들과 구글 등 업계 선도 IT 기업들이 드론을 이용한 배송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교통수단이 열악하거나 접근이 힘든 도서 지역이나 산간 오지에도 드론을 이용해 필요한 물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한술 더 떠 드론의 덩치를 키워 복잡한 도심지에서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드론 택시’도 활발하게 연구됐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드론이 활약하고 있다. 밤하늘에 발광 장치를 단 소형 드론을 수십 대에서 수백 대까지 동시에 띄우고, 정교한 조작으로 공중에서 군무(群舞)를 추게 해 다양한 시각적인 볼거리를 선사하는 ‘드론 쇼’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되어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을 보는 시각은 180도 바뀌었다. 이제 드론은 미래 산업을 이끌 혁신의 아이콘이 아닌, 전쟁의 양상을 뒤바꿀 수 있는 치명적이고 효과적인 ‘무기’로 재조명받고 있다.

전쟁터에서 드론의 최대 장점은 아군의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적을 정탐하거나 공격할 수 있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0만원 안팎의 민수용 드론으로 만든 ‘폭탄 드론’을 조종해 수십 배, 수백 배 이상 비싼 상대방의 전차나 공격헬기 등을 폭파하는 장면은 이번 전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가 됐다.

또한, 작은 크기로 기존 군용 장비로는 탐지 및 요격이 쉽지 않다는 장점을 십분 살려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해 공격하는 ‘드론 공습’은 전쟁 초기부터 지금까지 전략 거점이나 중요 시설을 노리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장에서 떨어져 있는 도심지와 민간인 거주지역까지 날아가 공격함으로써 상대방의 전쟁 수행 의지를 떨어뜨리고 민간인들의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부터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미사일 공격과 드론 공습을 병행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도 대대적인 반격과 더불어 러시아의 교량과 군항, 공항 등 주요 전략 목표와 수도인 모스크바에 드론을 이용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의 시민들도 무차별 드론 공격을 피해 도시를 탈출하고 있다.

이처럼 드론이 무기로 적극 활용되자 세계 최대 드론 생산국인 중국은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는다는 ‘중립’을 표방하며, 오는 9월부터 자국산 고성능 드론의 수출을 통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드론 수출 통제 조치는 글로벌 드론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세계 상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DJI를 비롯한 핵심 드론 제조사들이 모두 중국 회사이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드론의 제조 생산, 부품 등에 대한 광범위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수출 통제가 시작되면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민간 드론 시장은 제품 확보는 물론,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 수급 등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고급 반도체와 관련 기술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미국에 맞서 중국이 자국의 드론 기술을 무기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2023년 8월 현재 드론 산업은 기존의 전도유망한 미래 산업이라는 기대감보다 ‘첨단 전쟁 무기’로서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공할 위력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사람들의 뇌리에도 상품을 배달하거나 공중에서 군무를 펼치는 드론보다는, 드론 공습으로 부서진 건물들과 이를 목격한 무고한 민간인들의 공포에 질린 얼굴들이 더욱 선명하게 각인돼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쟁 이전에도 각국의 민간 드론 산업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안전’과 ‘비용’, ‘안보’ 등 다양한 문제로 관계 당국의 심한 규제에 시달려 왔고, 그만큼 발전과 성장도 더뎠다. 따라서 전쟁이 끝나도 군용 외에 민간 부문의 드론 산업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