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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몽골과 협력 강화…자원에 대한 中 의존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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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몽골과 협력 강화…자원에 대한 中 의존도 낮춘다

미국은 광물 자원의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이 풍부한 몽골과의 만남 기회를 늘리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은 광물 자원의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이 풍부한 몽골과의 만남 기회를 늘리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은 광물 자원의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이 풍부한 몽골과의 만남 기회를 늘리고 있다. 몽골이 가진 자원 개발을 돕고 경제 성장도 지원해 몽골을 자유 진영의 주요 공급망에 합류시키려는 것이다.

몽골의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총리가 2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만났다.
몽골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주미 몽골대사관은 “미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인도주의 및 협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몽골은 특이한 지리적 특성이 있다. 자유 진영의 대척점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다. 이는 두 강대국의 영향력 때문에 발전이 제약받는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 지역이 자유 진영의 거점이 될 경우 두 강대국에 지정학적으로 치명적 위해 요소가 될 수 있다.
그간 몽골은 자유 진영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몽골 스스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몽골이 가진 자원의 가치가 지정학적 한계를 뛰어넘고 있어서다. 자유 진영에 대항하는 권위주의 축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지리적 견제의 필요성도 몽골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더 높이고 있다.

몽골은 자원 무기화 대응과 기후 변동, 권위주의 두 강대국에 대한 지리적 이점 확보 등에서 자유 진영의 관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 몽골의 전략적 중요성 새삼 부각

몽골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라로 자원 공급망 확보에 유력 후보가 됐다.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재생 에너지가 파리 기후 협약의 목표를 충족할 만큼 빠르게 증가하려면 향후 20년 동안에 중요한 광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의 경우 수요가 4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흑연과 코발트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 태양광 및 풍력에 사용되는 구리 수요도 현재보다 40%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10년 안에 리튬, 흑연, 구리와 같은 중요한 광물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해 청정에너지 기술 보급이 느려질 수 있다.

몽골은 이런 부족한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다. 철, 구리, 금, 석탄, 몰리브덴, 텅스텐, 인산염, 주석, 니켈, 아연, 희토류 매장량이 많다. 이 자원은 그간 중국에 주로 수출됐다. 중국의 자원 공급망으로 남아 있었다는 의미다.

몽골의 지하자원이 자유 진영의 자원 공급망으로 편입될 경우 자원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정학적 가치의 변화도 몽골을 새롭게 보는 이유다. 국가 밖으로 나가는 모든 경로가 중국과 러시아와 연결된 지리적 특성이 있다. 이런 지정학적 한계 때문에 그간 미국 등 자유 진영과의 교역이 미미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이 나라를 경유하는 가스 라인을 구축해 에너지를 수출입하고 있다. 두 나라 사이의 물류와 운송도 몽골을 경유하는 철도를 사용한다.

이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교통망의 주요 연결지점이고, 두 강대국의 군사적 요충지를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끝으로 이 나라는 그간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누적되어 있다. 싼값에 자원이 팔려나가고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외교와 안보적으로 이 두 강대국에 눌려서 그간 실리적 외교를 행하지 못했다는 불만과 내부 비판이 있었다.

몽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립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더 긴밀히 협력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 자유 진영, 특히 미국의 몽골에 대한 협력 강화

미국은 자유 진영의 주요 국가들과 2022년 6월 14일에 광물 안보 협력(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을 설립, 주요 광물의 공급망을 강화하기로 했다.

MSP의 목표는 주요 광물 보유국들이 자원으로 경제 발전의 이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방식으로 생산, 가공 및 재활용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호주,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일본, 대한민국, 스웨덴, 영국, 미국 및 유럽 위원회를 포함한 파트너들이 경제 번영과 기후 목표를 지원하는데 힘을 모으려는 것이다.

몽골은 MSP 수혜국이 될 수 있다. 일부 광물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고, 상호 신뢰가 있는 한국으로 이동, 가공 후 자유 진영으로 수출할 수 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자원의 전 세계 흐름을 지배하는 가운데 저탄소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자원 공급망을 더 안전하게 구축하려고 한다.

1년 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공급망 다양화는 더 시급해졌다. 미국이 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투자함에 따라 중국이 광물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MSP 협력에 가담한 국가들은 전 세계 자원 부국과 공급망 연결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자원의 매장량을 다시 조사하고, 개발 가능성을 점검하는 등 자원 공급망의 다양화와 안정화 작업을 전개 중이다.

몽골은 미국 자원 공급망 확보에서 핵심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자원과 지정학적 가치 때문이다.

지난 2월 16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웬디 셔먼이 몽골을 방문했다. 셔먼 부장관은 몽골 외교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개최했다.

6월에도 미국 대표단이 몽골을 방문했다. 자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광물 자원을 발굴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었다. 고위 관리들은 청정에너지 기술을 위한 글로벌 허브로서 몽골의 미래를 설명했다.

6월 방문은 미국 제조업체가 산업용 태양열 및 풍력 발전소용 기계와 수백만 대의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광물이 포함된 사막, 언덕 및 계곡이 있는 몽골과 협정을 맺으려는 의도였다.

미국은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광물과 희토류를 제공할 경우 ESG 원칙을 준수하고, 몽골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개발할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경제적으로 빈곤한 몽골에 매력적 제안이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무분별한 광산 개발로 오염이 심해진 몽골에 특히 중요한 제안이었다.

기후 변화는 이미 몽골에 더 빈번한 가뭄과 먼지 폭풍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광범위한 석탄 사용으로 인해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을 겪고 있다.

몽골은 악명 높은 환경 오염 시설을 대체할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따라서, 미국은 기업이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환경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대표단이 이런 관심을 표명했지만, 거래를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에 진전이 있었다. 몽골 총리가 직접 미국을 답방하기로 했다.

몽골과의 관계 개선은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인 물류 및 지정학을 둘러싼 긴장도 고려해야 한다. 이 두 나라를 거치지 않고 자원을 이동할 수 없다.

어용에르덴 총리는 미국 방문에 앞서 6월 베이징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 시진핑을 만났다. 몽골의 미국 방문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중국에서 몽골에 무엇을 요청했는지는 미국의 주요 관심사다. 이번 회담에서 몽골은 시진핑과 나눈 이야기의 요지를 언급하고, 중국이 거북해하는 부분을 최대한 완화하는 교류를 제안할 수 있다.

몽골은 북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중국에 의해 거의 완전히 둘러싸여 있다. 이번 몽골 총리 방문의 핵심도 하늘길을 여는 것이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워싱턴 D.C.까지 비행하는 데 항공편 3개만 개설되어 있고, 2개는 10~19시간 경유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에서 몽골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파이퍼 캠벨은 “몽골도 중국이나 러시아 이외의 국가들과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관심이 크다”라고 말한다.

그는 “몽골 정부가 항공편 이용 가능성을 높이고, 양국 간 여행 경유 시간을 줄이는 데 방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용에르덴 총리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몽골과 미국 간의 항공 서비스를 쉽게 하는 항공 개방(Open Skies)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몽골 주재 미국 대사 마이클 클레체스키는 “몽골은 자원이 매우 풍부하지만, 미국의 국제 투자를 받지 못했고, 그것이 이번에 총리가 방문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몽골은 미국, 프랑스, 호주와 같은 국가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주변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프랑스는 지난 5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했을 때 우라늄을 포함한 광물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섬세한 균형을 이루는 행위가 필요하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군사적 긴장을 조장한다고 오해할 행동은 금물이다.

몽골 경제의 약 4분의 1이 광업에 의존하고, 수출 수입의 거의 90%가 광물에서 나온다. 대부분은 가공을 위해 또는 항구를 통과하기 위해 중국으로 이동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몽골에 대한 협력 추구가 세계에서 공급망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본다.

미국과 몽골의 관계 개선은 한국에도 큰 기회가 된다. 미국은 몽골과 한국 사이의 우호적 관계와 지리적 근접성, 한국의 기술을 고려해 자원 공급망 구축에 한국이 미국과 함께 몽골에 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