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애플·아마존 비켜" AI 열풍 올라탄 '엔비디아', IT업계 1위 노린다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2

"애플·아마존 비켜" AI 열풍 올라탄 '엔비디아', IT업계 1위 노린다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행보가 거침없다. 올해 초만 해도 140달러대에 불과했던 주가는 6월 들어 400달러대 중반으로 3배가량 껑충 뛰었다. 시가총액도 5월 말 반도체 기업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정보통신업계에서 ‘시총 1조 클럽’을 형성하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매출도 치솟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2023년 1분기 반도체 설계 기업 매출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대비 13.5% 증가한 67억3000만 달러를 기록, 상위 5개 반도체 디자인 전문기업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비록 퀄컴이 79억4000만달러로 이 부문 1분기 매출 1위를 달성했지만, 엔비디아가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거침없는 엔비디아의 진격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히려 엔비디아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가 관심사다. 오랜 시간 엔비디아가 개척하고 키워놓은 인공지능(AI) 산업이 올해 들어 완전히 개화했기 때문이다.

◇단순 PC 부품 회사에서 IT 분야 핵심 회사로 떠올라
1993년 AMD 출신의 젠슨 황(Jensen Huang)이 설립한 엔비디아는 당시만 해도 평범한 PC(개인용컴퓨터)용 그래픽 처리 칩(GPU) 제조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GPU를 병렬연산 처리장치로 활용하는 ‘GPGPU’ 기술이 주목받자, 황 회장과 엔비디아는 여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 CPU 성능에만 의존하던 컴퓨터의 연산 성능은 GPU를 병렬 연산 처리장치로 활용하며 몰라볼 정도로 급성장했고, 국가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 슈퍼컴퓨터에 GPU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엔비디아가 일개 PC 부품 회사를 넘어 2000년대 들어 IT 산업을 지탱하는 중요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즈음이다.

‘알파고’로 시작된 1차 AI 열풍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대두

지난 2016년 3월, 전 세계를 강타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와 AI 바둑기사 ‘알파고’의 등장은 그때까지 연구실의 구상 및 실험 단계에 머물던 AI 기술을 당장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사건이었다.

특히 차세대 AI의 개발에 GPU의 병렬연산 기능을 적극 활용한 딥러닝, 머신러닝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엔비디아는 단숨에 GPU 컴퓨팅 기업에서 AI 컴퓨팅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AI의 미래 가치를 내다본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AI 연구개발에 뛰어들었고, 여기에는 엔비디아의 GPU를 탑재한 고성능 컴퓨터들이 아낌없이 투입됐다. 엔비디아도 이에 맞춰 ‘고성능 컴퓨팅 전용 GPU’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시장에 호응했다.

현재 상용화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된 각종 생체 인식 기술과 사진 및 영상 인식 기술, 상용화가 코앞에 다가온 자율주행차 기술 등도 이 시기 AI 개발 열풍의 결과물이다. 더불어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 또한 덩달아 커졌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은 IT업계의 호랑이가 된 엔비디아의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누구나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최신 AI 기술을 활용하고 싶지만, 그에 필요한 컴퓨팅 자산을 갖추지 못한 기업 입장에서 단비와 같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클라우드 서비스 선도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연산용 GPU가 잔뜩 들어가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꾸준히 증설했다.

‘2차 AI 열풍’과 엔비디아 독주의 시작

코로나 팬데믹이 슬슬 끝나가던 2022년 말, 챗GPT를 시작으로 우후죽순 등장한 각종 생성형 AI의 화려한 데뷔는 산업계 전반에 또 한 번의 AI 열풍을 불러왔다. 주어진 데이터만으로 학습해 한정된 용도와 기능만 제공하는 기존 AI와 달리, 좀 더 진보한 생성형 AI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스스로 데이터를 찾고, 이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좀 더 사람같이 행동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챗봇이나 인공지능 비서, 진짜 화가 뺨치는 수준의 작품을 순식간에 그려내는 AI 화가 등은 그 일각에 불과하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기 시작한 AI는 이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단순반복적인 일이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소모적인 업무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엔비디아는 이제 단순히 ‘AI용 반도체 회사’가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엔비디아가 꾸준히 투자하고 키워온 거대한 생태계는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및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뿌리를 내렸다.

실제로, 자체 기술과 자본만으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과 AI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규모의 IT 선도기업들도 여전히 엔비디아의 기술과 GPU를 사용하고 있다. 그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고성능 컴퓨팅 기술과 AI 기술을 이용하려면 어떤 형태든 엔비디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통의 반도체 기업들인 인텔, AMD, 퀄컴 등도 뒤늦게 GPU 컴퓨팅 기술과 AI 시장에 뛰었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를 대체하기에는 기술적으로는 물론, 시간, 생태계 규모, 점유율 등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반도체 기업으로서 IT를 선도하려는 엔비디아

한발 더 나아가 엔비디아는 이제 필요한 기업에 직접 자사의 GPU 컴퓨팅 기술과 AI 플랫폼을 직접 제공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디지털 생명공학 기업 리커전(Recursion Pharmaceuticals)에 5000만달러(약 646억원)를 투자하고,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자사의 AI 모델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신들이 만든 GPU 컴퓨팅 및 AI 생태계를 더욱 가속해 시장을 더욱 확대하고,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모양새다.

또한, 엔비디아는 올가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암(ARM)의 앵커 투자자(Anchor Investor·핵심 투자자)로 참여하기 위한 협상에 나섰다. 예상 투자 규모는 지난 2020년, 엔비디아가 암의 인수를 시도하며 제시했던 금액인 400억 달러(약 51조 원)에 달한다.

이러한 시장에의 직접 참여와 투자 확대는 시작에 불과하다. 엔비디아가 단순 반도체 공급사를 넘어 스스로 IT업계와 최신 첨단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나서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이러한 독주가 장기화할 것으로 본다. 현대 IT 산업의 필수인 GPU 기반 고성능 컴퓨팅과 AI 분야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할 기술과 기업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과거 암호화폐 광풍 당시 무리한 투자로 손해를 키운 것처럼 엔비디아 스스로 실수를 되풀이하거나, ‘양자컴퓨터’처럼 기존 컴퓨팅 기술의 근간을 바꾸는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 실용화 및 대중화될 때까지 향후 수년간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에 이은 ‘엔비디아의 시대’가 계속될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