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EU, 무기 생산 지연…방위 산업 몰락이 발목 잡아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EU, 무기 생산 지연…방위 산업 몰락이 발목 잡아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최전방 마을 근처에서 러시아군으로부터 노획한 T-80 주력전차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최전방 마을 근처에서 러시아군으로부터 노획한 T-80 주력전차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는 포탄에서 방공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무기가 시급히 필요하나 동맹국은 재고가 부족하다.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침체된 방위 산업을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으나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또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는 30일 이내 배치할 준비가 된 동맹군으로 구성된 부대의 규모를 30만 명으로 늘리려고 하지만, 지원할 고품질 무기가 충분하지 않다.
현재 EU는 평화 시대에 익숙해 방위 산업이 몰락한 상태로 우크라이나에 충분히 신속하게 무기를 공급할 수 없다.

◇ EU 방위 산업이 생산력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
하루 평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 수만 발의 포탄을 발사한다. 이는 동맹국이 제조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른 속도다. 올해 러시아는 EU가 한 달 동안 생산할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양의 탄약을 우크라이나에서 하루 만에 발사했다.

NATO 국방장관들은 6월에 155mm 포탄을 포함해 각 회원국이 보유한 전투에 필수적인 탄약의 권장 수준을 크게 높이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가 본 독일 국방부 문서에 따르면 목표는 비밀이지만 독일은 현재 약 2만발에서 2031년까지 23만발로 재고를 10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은 평화 시기에 방산업체들이 거의 최소 상태로 가동했기 때문에 더 많은 주문이 들어오자 회사는 위축된 제조 및 공급망 네트워크를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방위 산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신속히 무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있지만, 추가 투자는 꺼린다. 전쟁이 종료한 뒤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한 경우 수요가 사라지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규 확장에는 공장 건설, 기계 주문 및 공급망 고정이 필요한데 전쟁 이후 이것이 지켜질지 아무도 약속할 수 없다.

실제 2006년 NATO 회원국은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상호 대응을 보장하는 동맹의 준비 태세를 보장하기 위해 GDP의 최소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리미아 합병 이후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GDP의 2% 지출을 충족할 것을 촉구하는 서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NATO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까지 NATO의 30개 회원국 중 단 8개국만이 동맹의 군사 지출 지침을 충족했다. 미국이 방위 협정의 가장 큰 지출국이었다.

2% 기준을 충족한 국가는 영국, 그리스, 크로아티아,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및 리투아니아가 있었다.

독일은 GDP의 1.49%를 국방비로 지출하여 유럽 최대 경제국임에도 불구하고 지출 하위 10위 안에 들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EU 방산업체들은 신규 투자를 꺼렸다. 이에 재고는 늘 부족했고 새로운 생산도 한계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18개월이 지난 지금 EU 방위 산업체는 탄약에서 견착식 미사일 및 전투 차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전쟁과 긴장이 무기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U 정부도 지금은 천문학적 군비 증강에 나서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전쟁이 사라지면 세금 부담 때문에 국방비를 줄일 것이다.

전쟁이 일어난 이후 NATO 회원국들은 GDP의 2%를 국방비 지출을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지만, 경기 침체로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NATO 동맹국들은 정상회의를 앞두고 다시 GDP 2%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보다 확고한 약속에 동의하고 있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22개 NATO 회원국은 아직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NATO 지도자들은 연례 정상 회담을 위해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만날 때 각국이 동일 탄약 체계를 구축해 다른 회원국의 무기 시스템에서 탄약을 대여해 작동할 수 있는 간소화된 표준을 채택할 예정이다.

한 EU 외교관은 일부 정부는 미래에 무기가 필요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장기 계약을 주저하고 있으며, 이는 방위산업체들의 추가 투자 기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숙련된 노동력과 주요 부품의 부족에 직면한 방위산업체들은 그간에 자체 투자로 생산을 최적화하거나 자산을 조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추가 투자는 정부 수요가 향후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진행된다는 확실한 약속이 있어야 가능하다.

장기 계약 외 정부가 확장된 생산에 대한 비용을 직접 지원하거나 에너지에 대한 우선 접근을 제공하는 등 추가 지원책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무기 생산의 지연

올해 초 반도체 부족 및 기타 물류 문제로 촉발된 수요 및 공급망 병목에 따라 일부 전투 차량 또는 장갑 차량의 인도 시간이 전쟁 전보다 3배 이상 길었다. 즉, 오늘 주문한 차량은 2030년까지 도착하지 않게 된다.

방산업체들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수요가 떨어지면 생존을 위한 위험을 완화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어 공장을 증설하고 신규 인력을 뽑지 않으려고 한다. 이에 무기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2021년 물가와 환율을 기반으로 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1988년 EU 국가들은 총 3430억 달러를 군비에 지출했다. 2013년까지 그 수치는 2750억 달러로 5분의 1로 줄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리미아 합병으로 이러한 추세가 역전되어 매년 지출이 증가했다. EU 국가들이 현대식 F-35 전투기에 막대한 국방 예산을 지출하면서, 2022년에 3570억 달러에 달했다.

독일은 EU에서 만성적인 국방비 과소 지출의 가장 극명한 예일 수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야전 장비, 차량, 항공기 부족이 너무 흔해 독일 의회의 국방 위원은 군대가 독일과 NATO를 방어하는데 부적합하다고 선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방위 산업에 호재였다. 관련 기업들의 주식이 경기 침체에도 엄청나게 올랐다. EU는 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이 지역을 방위 산업 생산 허브로 재강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숙련된 노동력 공급은 제한되고, 부족한 부품의 허가를 확보하기 위한 관료적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업계 대표, 투자자 및 NATO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ESG 자격 증명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해당 부문에 대출을 꺼린다.

정부는 심사 및 주문을 위해 인력을 신규 보충해야 하며 특히 복잡한 항목에서는 다양한 평가를 수행해야 하므로 프로세스를 서두를 수 없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국방부는 2022년 약 7500개의 155mm 포탄을 구매하는 2500만 유로 이상의 주문에 대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하루도 채 걸리지 않을 승인이 몇 달이나 걸린다.

또한, 새로운 무기를 생산하려면 신규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충원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NATO군이 사용하는 Leopard 2를 포함해 탱크용 변속기를 만드는 런크 AG(Renk AG)의 경우 이미 최소 100개의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이들은 훌륭하고 매력적인 일자리에서 해고해야 한다. 한시적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만 충원될 수 있다.

EU는 최근 방산업체에서 제조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5억 유로를 포함해 탄약과 미사일 생산을 늘리는 일련의 조치에 동의했다.

NATO 관리들은 재고 수준에 대한 새로운 지침이 방산업체에 대한 명확한 지원 약속과 그들이 가능한 한 빨리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확신을 주기를 바란다.

러시아의 침공은 미래 전쟁이 우크라이나에서 볼 수 있는 1차 및 2차 세계 대전 스타일의 전투에 비추어 볼 때 방공 시스템, 포병 및 방대한 탄약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EU는 우크라이나와 그 동맹국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포병 탄약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목표는 2023년 2월 초부터 1년 이내에 우크라이나에 최소 100만 발의 포탄을 보내는 것이다.

EU 방위 산업은 매년 약 300,000개의 155mm 포탄을 생산하는데, 이는 NATO급 포병용으로 가장 많이 찾는 구경이다.

하지만 155mm 대포 및 120mm 탱크 탄약의 가장 큰 제조업체 중 하나인 독일의 라인메탈과 같은 회사는 포탄 및 포탄 부품 생산에 중요한 재료인 추진제 분말 및 폭발물의 공급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EU에서 추진제 분말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바이에른과 스위스에 생산 시설이 두 곳뿐이며 해당 시설은 일주일 내내 전체 용량으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헝가리에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것 외에도 이 회사는 독일 동부에 새로운 추진제 분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라인메탈은 신속한 협상 추진을 위해 정부 보조금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이 시작되어도 공장이 가동되려면 최소 18개월이 걸린다.

EU 폭발물과 화약 용량이 곧 확장되지 않으면 EU와 우크라이나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포탄 수요 충족이 매우 어렵다.

구소련이 몰락한 이래 EU에 평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글로벌 경제가 심한 굴곡을 겪으면서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EU와 미국 사이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EU와 NATO 회원국들은 전비를 늘리는데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이것이 누적되면서 EU와 NAT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당면해 자신들의 무기력함을 확인하고 있다.

이제 중국이 패권에 도전하면서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는 자유 진영의 한 축인 EU와 NATO의 군비 증강 사유가 된다.

이번 NATO 정상회의에서 당초 합의한 2024년까지 GDP 2% 수준까지 국방비를 늘리기로 한 합의를 더 강력히 이행하기로 선언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추가적 법적 기반을 강화할 경우 국방 투자는 늘어나고 방산업체들의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