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지방이전 尹대통령 대선공약’...수은·기은 등 국책은행도 바짝 긴장

글로벌이코노믹

‘지방이전 尹대통령 대선공약’...수은·기은 등 국책은행도 바짝 긴장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KIC), 서민금융진흥원 등 주요 금융 공기업들의 지방이전 논의도 불붙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지역구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 공기업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53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완료에 이어 이르면 하반기 2차 이전대상 360곳을 확정할 계획이어서 금융 공기업 이전 논의는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공공기관의 이전 계획을 마련해 하반기부터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각 지역구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 공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은 등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지난 대선에서 이미 예견된 사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산은 부산 이전을 제시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산은을 이전 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균형발전 정책으로 20여 년이 지났다. 2019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을 마지막으로 153곳의 1차 공공기관 이전은 마무리된 바 있다.
당시 산은을 포함한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금융감독원 등은 동북아 경제중심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수출입은행·한국투자공사(KIC) 등 주요 금융기관 사이에서도 본사 이전에 대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를 개정해야 한다. 산은법 개정으로 부산 이전이 확정될 경우 다른 금융 공기업들의 본사 이전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상반기 공공기관 이전 계획 마련, 하반기 지역별 이전 기관 선정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부산은 산은 이전을 위해 민간, 부산시, 정치권이 함께하는 협력 전담팀(TF)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또한 산은뿐만 아니라 KIC·기은·수은·예금보험공사·서민금융진흥원·한국무역보험공사 등 7개 정책 금융기관을 모두 이전해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부상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한국은행 본점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금융감독원 등 주요 금융기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전남은 농협과 수협 유치에 나섰다. 올해 1월 신정훈 민주당 의원(나주화순·전남도당위원장)은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의 본사를 전남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과 수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편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총선 이슈로 떠오르면서 자칫하면 지역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은은 경남·전북·대구·부산 등 여러 지자체에서 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모양새다. 각 지역구 의원들이 과열 경쟁에 나설 경우 자칫 금융 공기업의 지방이전이 지역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서울에 집중된 금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가 약화되어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서울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컨설팅기관 지옌이 발표하는 금융경쟁력 순위인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130개 도시 중 10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지난 2015년 6위를 기록한 이후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서울이 국제금융 중심지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은·기은·수은 등은 필수적"이라며 "그중에서도 산업은행은 정책금융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울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 이전에 따른 산은 인재 이탈 문제도 두드러진다. 산은 노조 통계에 따르면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20년과 2021년 퇴사 인원은 각각 37명, 46명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부산 이전이 국정 과제로 선정되면서 이에 따른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에는 퇴사 인원이 98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7일 기준 올해 퇴사 인원은 이미 37명에 달한다. 이는 2020년 전체 퇴사자 수와 동일한 수준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더욱 가파른 인재 이탈이 예상된다. 약 1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퇴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본사 이전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신입 행원 공개채용 경쟁률도 하락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는 2023년 산은 신입 공채 최종 경쟁률이 29.7 대 1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22년 36.89 대 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