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글로벌 칩 산업은 지정학적 위기와 겹쳐 산업 재편을 광범위하게 촉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다른 나라나 지역으로부터 반도체 칩을 구입하던 많은 나라들이 이제는 독자적인 생산 라인을 자국에 구축하고 자동차에서 스마트 폰, 군사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구동하는 칩의 자체 공급을 확보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마이크로칩은 글로벌 기술 발전에서 중국의 도전을 제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변모했다. 특히, 가장 선두에 있는 칩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대만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갈 수 있다는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대만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도 구체화되었다.
이에 미국, 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칩 기술의 최신 혁신에 앞서 나가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다. 뒤진 기술을 만회하고 공급망 의존성을 탈피하기 위해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 미국의 인텔을 포함한 주요 제조업투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후 TSMC, 삼성 및 인텔은 중국 외 미국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가 덜한 곳에 새로운 제조 공장을 건설하기로 약속했다.
대만은 시장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중국은 자체 산업을 구축해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려고, 일본도 다시 경쟁력을 갖기 위해, EU도 독자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미국은 주도권을 갖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SEMI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전 세계 웨이퍼 팹 장비(WFE) 투자는 총 268억10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대만은 69억3000만 달러, 중국은 58억6000만 달러, 한국은 56억2000만 달러, 북미는 39억30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일본은 19억 달러, EU는 15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은 여러 칩 제조업체가 새로운 팹 장비에 대한 미국 투자를 시작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지난해 동기에 26억3000만 달러가 투자된 데 비해 13억 달러가 더 늘었다. 대만은 전년 대비 42% 늘었다.
한국은 전년 대비 9%, EU는 19%가 늘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대비 23%가 줄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첨단 제조 장비 수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투자액도 줄었다.
반도체 산업이 2030년까지 현재 6000억 달러에서 거의 1조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러한 많은 투자가 과잉생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시장과 관련 산업이 충분히 흡수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정치권과 정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사실 과잉투자는 과열경쟁과 수요보다 많은 생산 규모를 가져와 언젠가 엄청난 비용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중국은 미국의 최첨단 장비 수출 금지로 제조공장 건설 투자 부분이 다소 줄었지만, 범용 칩 생산을 위한 투자는 늘리려고 한다.
현재 가장 첨단의 칩을 생산하는 대만의 TSMC나 한국의 삼성전자는 자국 생산기지 확장과 함께 미국이나 EU에 공장 신설을 진행 중이다. 이는 사실 필요 이상의 투자이다.
마이크로칩 산업은 수십 년에 걸쳐 전 세계 기업들이 전 분야에서 최고의 효율성을 거두는 고도로 상호 연결된 글로벌 가치 사슬로 발전했다.
대부분의 제조는 미국, 중국, 한국 및 주로 대만에서 이루어진다. 유럽에는 벨기에 IMEC와 같은 최고 수준의 연구 기관과 세계 최고의 중요 제조 장비 공급업체인 ASML이 있다. 영국은 세계 선두 주자인 ARM과 함께 칩 설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판단과 달리 시장의 두려움은 서로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 칩 생산 프로세스의 모든 부분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려고 시도하여 비용이 많이 드는 중복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이나 삼성전자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설계와 장비를 가져와 쉬지 않고 초미세 공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런 구조는 미국이나 EU에서 재현하기가 쉽지 않다. 똑같은 비용으로는 이를 재현하기가 어렵다. 제품을 생산해도 이를 구매하는 고객의 수도 일정 수준에 그친다.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을 수용할 기업은 제한적이다. 제품이 바뀌는 것이지 구매 고객의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전에 지급하지 않았던 미국이나 EU의 칩 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 프로그램은 단기간에 칩 제조 시설에 대한 과다 투자로 이어져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세계적인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중국의 첨단 칩 접근을 막기 위해 칩 장비에 대한 수출 제한을 도입했다. 작년 말에는 네덜란드와 일본이 동참해 첨단 기술이 중국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 수출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업계는 이런 움직임도 과잉투자와 과잉생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중국도 칩 산업의 종속성을 탈피하기 위해 자체 투자를 늘릴 것인데, 이는 경제적 관점에서 불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는 투자가 된다.
중국은 투자를 통해 시간의 문제일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숙 공정은 물론 첨단 공정을 어느 정도 달성할 것인데 이렇게 되면 그동안 중국이 수입하던 칩 수요가 기존 공급망에서 사라짐을 의미한다. 중국 수요만큼 새로운 수요를 만들지 못하면 중국 판매 외 제품은 과잉생산이 된다.
현재 시스템이 다 좋은 것도 옳은 것도 아니지만 기존 생산 공장에서 필요 제품을 구매하던 것을 굳이 자체 공장을 지어 독자 생산한다는 것은 경제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어리석은 일이다. 경제 안보와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 찾기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한편, 또 다른 우려는 미국이나 EU, 일본 등이 경쟁에서 앞서려는 열망으로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보조금을 확대해 투자하는 것이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일본도 EU도 모두 최첨단 칩을 자국에서 생산하려고 하면 결국에 최첨단 칩에 대한 중복 투자, 과잉투자, 과잉생산으로 이어진다. 구매처를 잡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부도, 도산의 운명을 맞이한다. 그것은 너무 큰 비용이고 희생이다.
물론 일정 기간에 천문학적 투자가 연구 개발로 이어져 새로운 혁신과 칩 생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칩은 다른 산업과 연계해 발전하는 것으로 칩만 혁신이 이뤄진다고 고객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부문에서 더 선진적 칩을 요구하는 생태계가 형성되어야 최첨단 칩을 구매할 고객이 생겨난다.
미국은 칩 생태계에 대한 중요 정보를 이미 TSMC나 삼성전자, 인텔 등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글로벌 전체 수급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과잉투자나 생산은 정부 재정의 낭비는 물론 주주에게도 큰 손실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과잉이라는 이슈가 잘 관리되어 향후 미국 책임론이 나오지 않도록 적절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