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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OTT 업계 '넷플릭스發 구조조정' 일어나나…토종 플랫폼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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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OTT 업계 '넷플릭스發 구조조정' 일어나나…토종 플랫폼 '긴장'

엔데믹에 가입자 수 정체…수익성 악화 '흉흉한 소문' 확산
글로벌 OTT 서비스와 격차 확대…"최악의 상황 고려해야"

왼쪽부터 티빙, 웨이브, 왓챠.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티빙, 웨이브, 왓챠.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지배력이 커지는 가운데 토종 OTT 기업들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토종 OTT 간의 합병이나 파산 등에 관한 소문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000억원대의 적자를 냈고 왓챠 역시 500억원 이상 적자를 내며 전년 대비 적자폭이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1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엔데믹 상황에서도 흑자를 이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 왓챠로 대표되는 국내 OTT 기업들은 저마다 변화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최근 들어 다시 합병설이 불거졌고 경영권 매각과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왓챠는 파산설까지 제기됐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은 2020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한국OTT포럼 세미나에서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하길 원한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이어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역시 "웨이브, 티빙, 왓챠가 통합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CJ ENM 측은 JTBC와 함께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용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적자폭도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면서 티빙·웨이브도 이에 대응했지만, 가입자 유치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못했다.

최근 웨이브는 가성비 콘텐츠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고, 티빙 역시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 해외에 콘텐츠를 소개하면서 영토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플랫폼 진출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콘텐츠의 화제성이 폭발적이지 않다면 당장 흑자전환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태현 대표는 "당장 1, 2년 내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며 "국내 시장에서 턴어라운드는 어렵기 때문에 해외에서 실적을 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빙은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이어가면서 해외 시상식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몸값'은 지난 4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화제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플랫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티빙은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을 통해 '술꾼도시여자들'이나 '괴이', '욘더' 등을 해외에 소개했다. 또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 지난 4월 '욘더'를 공개했으며 '몸값'도 곧 공개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관심이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고, 해외 콘텐츠 소개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앞으로 성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 티빙과 웨이브 양측은 합병설에 대해 "만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업계에서 나오는 소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분위기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합병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특히 웨이브는 올해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합병카드를 검토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웨이브는 "기업가치가 높은 시점에 IPO를 하는 게 유리한 만큼 주주사와 투자사가 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티빙과 웨이브에 비하면 왓챠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동안 제기됐던 LG유플러스의 왓챠 인수설이 최종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경영 악화에 몰린 왓챠는 투자 유치와 지분 매각 등 자금 조달을 위한 다양한 경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70만 명대로 주요 OTT사들 중 저조한 편인데다 스타트업인 만큼 모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왓챠는 왓챠웹툰과 왓챠 개봉관 등 신규 서비스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자금난이 지속된다면 올해를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토종 OTT들이 난항을 겪는 사이 글로벌 서비스를 펼치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모기업과 시너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쿠팡플레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비영어권 콘텐츠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앞으로 4년간 3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디즈니플러스도 올해 초 '카지노'가 히트를 치면서 가입자 수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최소화하고 쿠팡 서비스와 시너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쿠팡플레이도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가입자 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OTT 시장에 토종 기업이 사라지고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OTT들이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단행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국 투자를 줄이고 있다. 그사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이 투자를 이어나간다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