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5월 31일(현지시간)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고평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가 적어도 단기조정에 직면해 있어 일단 발을 빼는 것이 좋다는 충고가 줄을 잇고 있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역시 엔비디아가 지나치게 고평가 돼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매도 권고 대열에 이날 '밸류에이션 학장(Dean of Valuation)'이라는 별명이 있는 아스와트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합류했다.
기업재무 전문가인 '밸류에이션 학장' 다모다란 교수는 전날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그동안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질주했다면서 지금은 주식을 일단 매도할 때라고 충고했다.
1조달러 클럽 멤버 아냐
스턴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인 다모다란은 자신이 2017년부터 엔비디아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지분을 팔았다면서 주식을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엔비디아 주식을 매각한 이유로 엔비디아가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장 중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지만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다모다란은 강조했다.
1조달러 시총 클럽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 등 4개 업체가 가입돼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3를 공개하면서 AI 테마에 불이 붙자 거의 독점적인 AI 반도체 종목이라는 이점을 발판 삼아 주가가 2배 넘게 폭등했다.
다모다란은 엔비디아가 1조달러 기업이 될 수 없는 이유로 하드웨어 업체라는 점을 꼽았다.
MS, 알파벳, 아마존 등은 모두 소프트웨어 업체이고, 애플 역시 하드웨어 업체이기는 하지만 소프트웨어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비해 최종 수요자가 광범위해 상승 여력이 하드웨어에 비해 훨씬 더 크다고 다모다란은 강조했다.
AI반도체 시장 100% 장악해도 불가능
다모다란은 그동안 '터무니없이 고평가된' 종목들에 관한 다수의 교과서를 쓴 이 분야 전문가다. 최근에는 80년간의 시장 데이터를 조사해 주식시장 강세장이 주로 10% 안팎의 주식들에 좌위된다는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 100%를 장악한다고 가정해도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모다란에 따르면 현재 AI 반도체 시장 전체 규모는 250억달러이고, 엔비디아가 그 중 80%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가장 낙관적인 가정을 동원해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앞으로 10년 뒤 35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그는 엔비디아가 이 3500억달러 시장 전부를 장악한다고 가정해도 엔비디아의 적정 시가총액은 지금 수준보다 20% 낮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다모다란은 자신이 엔비디아를 기업으로서 좋아하기는 하지만 주당 400달러가 넘는 투자 대상으로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그동안의 가파른 질주를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전일비 22.77달러(5.68%) 급락한 378.34달러로 마감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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