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테이블코인 연내 발행…1000조엔 시장 개척

일본에서 미국 달러나 엔화 등 법정화폐를 담보자산으로 하는 가상화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31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 수단으로 정의한 개정 자금결제법이 6월 1일부터 시행돼 연내 지방은행 등이 발행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물건 거래와 결제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돼 연간 1000조 엔 규모의 기업 간 결제의 효율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국제 상품 등을 담보자산으로 삼아 가격이 크게 변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전자결제 수단이다. 가상 자산 업계에는 미국 달러와 가격이 1:1로 고정된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의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이 있으며, 국제 송금 등에 사용되고 있다. 30일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1295억 달러(18조 원 이상, 코인마켓캡 기준)에 달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BTC)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분산형 원장) 기술을 사용하지만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아 결제나 송금 등 실수요에 적합한 것이 특징이다. 상호 교환이 어려운 전자화폐에 비해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상호 교환이 용이하다. 기술적으로는 국경 간 결제도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개정 자금결제법이 통과됐다. 일본 금융청(FSA)은 2022년 12월부터 충분한 자산보존을 조건으로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취급을 허용하는 내각부령 등 개정 절차를 진행했으며, 2023년 6월 1일 개정법 시행에 맞춰 제도 개정에 나선다.

개정법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자를 은행, 신탁회사, 자금이체업자 등 3개 주체로 한정하고, 유통을 담당하는 사업자에게는 등록을 의무화했다.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일본 국내에서 거래를 담당하는 유통업자에게 자산보존을 의무화해 이용자 보호에 만전을 기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예상되는 것은 무역 결제에서의 활용이다. 그동안 수출기업은 선사로부터 받은 선하증권을 구매자에게 보내고 대금을 송금받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운송에 며칠이 걸렸다. 물건의 인도와 대금 지불을 블록체인 상에서 상호 조건부화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즉시 결제가 완료된다.

미쓰비시 UFJ 신탁은행은 '프로그램 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다. 디지털 증권이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을 구매할 때 자금 결제에 사용할 수 있으며, 해외 스테이블코인 사업자가 일본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이를 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이나 기업 간 새로운 송금-결제 수단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간 송금 시스템인 전국은행데이터통신시스템(전은행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송금할 수 있다. 송금하는 은행에서 송금받는 은행에 지불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송금은 낮은 수수료를 실현할 수 있다.

3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이 참여하는 개인 간 소액 송금 시스템 '코트라'는 10만 원까지 송금이 무료이며, 스테이블코인의 수수료가 제로라고 해도 우위는 미미하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주력 분야는 국내외 기업 간 결제가 될 전망이다. 기업 간 결제 시장은 1000조엔 안팎으로 기업-개인 간 거래 시장의 3배 이상에 달한다. 미국 달러나 유로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다국적 기업 간 결제 등의 수수료가 더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모바일 전문은행인 민나노은행과 도쿄키라보시파이낸셜그룹, 시코쿠은행이 G.U. 테크놀로지스(도쿄 시부야)의 지원을 받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예정이다. 특정 지역에서의 유통을 목적으로 한 디지털 지역화폐로 발행도 가능하다. G.U. 테크놀로지스의 콘도 히데카즈는 "많은 지역 은행이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기업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참여할 전망이다. JPYC(도쿄 지요다)는 연내에 자금이체업 등록을 마치고 엔화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행할 생각이다. 선불식 결제 수단으로 제공해 온 JPYC는 엔화로 환전이 불가능했지만, 개정법에서 규정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해 활용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김성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de.ki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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